답답한 이야기

12월 13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3년 만에 마스크를 벗는다. 그런데, 벗어도 될까?

  • 3년 만에 마스크를 벗는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발 빠른 결정을 내렸다. 정치적으로 유리한 선택이다.
  • 코로나19는 무서웠다. 오미크론은 만만하다. 그러나 고령층, 면역 취약계층에 오미크론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 이들을 지킬 수 있느냐가 마스크 없는 2023년의 향방을 가른다. 실마리는 그동안 우리가 못 본 체했던 곳에 있다. 

BACKGROUND_ 방역 민감도

3년. 마스크를 3년이나 썼다. 드디어 마스크 없는 일상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자율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시기는 내년 1월에서 3월 사이로 점쳐진다. 논의의 시작은 지자체였다. 대전시와 충청남도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의무를 해제하거나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논의는 정치권으로 옮겨갔고, 정부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방침을 내놓았다. 민감도가 사뭇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보다 답답함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우리 모두의 방역 민감도 말이다.
RECIPE_ 마스크

그렇다면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과연 마스크는 방역 효과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데이터는 그렇다고 답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은 감염재생산지수를 19퍼센트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매사추세츠에서는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 누적 발생률이 2배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마스크는 방역 효과가 있다.
CONFLICT 1_ 마스크가 가린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벗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불편의 크기가 코로나19라는 병에 대한 공포의 크기를 추월했기 때문이다.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 느끼는 답답함,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깜빡한 마스크를 다시 챙기러 가는 발걸음, 이런 것들은 불편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고려대학교 최은수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놀라운, 슬픈, 혐오스러운, 분노하는’ 표정을 추론할 때 가장 중요한 영역은 ‘입’이었다. 비언어적 표현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소통에는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어딘지 어색하고 가려운 부분이 남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은 의외의 현장에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백종우 회장은 북저널리즘과의 인터뷰에서 “정신과 의사들에게는 환자분들이 진료실에 들어올 때부터 걸음걸이, 자세, 표정 등을 관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마스크를 쓰고 진료를 보느라 새로 오신 분들은 서로 얼굴도 모른다”며 달라진 진료실 풍경을 이야기한 바 있다. 또, 조곤조곤 공감해 드리지 못하고 큰 소리를 내야 하는 황당한 상황도 안타깝다고 밝혔다. 
  • 아이들의 발달에 지장이 생겼다; 팬데믹 이후, 마스크 착용에 적응한 아이들은 얼굴 전체를 인지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저하됐다. 캐나다 요크대의 연구 결과다. 또, 언어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후 8개월 이후 아이들은 사람의 얼굴을 볼 때 눈보다는 입에 시선을 고정하는 경향이 있다. 입술 읽기를 통해 시각적 언어 신호를 배워가는 것이다. 물론, 마스크가 실제로 언어발달 장애를 초래한다는 증거는 아직 나온 바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느끼는 바가 다르다.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75퍼센트는 마스크로 인해 언어발달 지연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말이 좀 늦어지거나 발음이 무뎌지는 정도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처음으로 가족 밖의 사회 구성원과 관계를 형성하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는 커다란 장벽이 될 수 있다.

CONFLICT 2_ 마스크가 해친 것

인간이 살겠다고 착용하는 마스크가 지구에는 독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38퍼센트는 매일 1개 이상의 마스크를 사용한다. 1년이면 82억 개에 이르는 양이다.
  • 탄소 폭탄 ; 마스크의 주원료는 플라스틱이다. 셀룰로스, 폴리프로필렌 등 다양한 플라스틱 합성물로 구성되어 있다. 코 지지대 부분에는 금속도 포함되어 있어 이를 모두 분리하여 재활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자연 분해를 기다려야 하는데 450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소각하면 당연히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폐마스크 1톤을 태우면 온실가스 3톤이 발생한다.
  • 자연의 흉기 ; 마스크에 필연적으로 포함된 귀걸이의 끈 부분은 동물들 입장에서는 올가미와 다를 바 없는 흉기다. 매립지 주변에서는 바람에 날아간 마스크의 끈에 발이 묶여 제대로 날지 못하는 새들이 관찰된다. 해마 등 바다 생물의 꼬리에 걸리면 헤엄을 칠 수 없게 한다. 마스크를 먹이로 오인하고 삼킨 동물들이 사망하는 사례도 관찰되고 있다.
  • 결국, 사람에게로 ; 홍콩의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OceansAsia)’에 따르면 2020년에만 15억 6천만 개의 마스크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6천 250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단체의 연구에 따르면 해양 무척추동물인 푸른 홍합, 바다 달팽이 등은 마스크로부터 나온 폴리프로필렌 성분에 반응했고, 이들을 통해 마스크의 플라스틱 성분이 먹이사슬을 타고 다시 인간을 향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ANALYSIS_ 정치와 정책

이렇게 마스크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역 대책이라면, 마스크 없는 삶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시기다. 정부가 내놓은 답변은 내년 봄이 시작하기 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겨울 7차 유행 전까지만 해도 내년 3월 이후에나 마스크 의무 완화를 검토하던 방역 당국이 핸들을 급하게 꺾었다. 정치적으로는 올바른 선택이다. 난방이 돌아가는 겨울철,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게 된다면 체감하게 될 변화는 클 수밖에 없다. 이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 왔던 ‘K-방역’을 이번 정부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레토릭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정치 말고 정책 면에서는 어떨까? 따져볼 지점들이 있다.
DEFINITION_ 독감 이하

이번 7차 유행에서 코로나19는 토착화 과정을 밟고 있다. 새로운 변이종이 대두하지 않고 오미크론이 계속해서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중증화율이 낮고 이전에 비해 면역력을 갖춘 국민이 많다. 팬데믹 초기, 우리는 코로나19가 일종의 ‘독감’이 되는 때를 상상했었다. 마치 그 상상이 현실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숫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은 0.06퍼센트, 독감은 0.1퍼센트다. 그러나 고령층에서는 다르다. 고령층의 치사율은 0.2퍼센트다. 오미크론은 중증화율은 낮지만, 전파력은 높다. 치사율이 낮더라도 감염자 수가 많다. 결과적으로 국내 코로나19 사망자의 대부분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올해 발생했다.
RISK_ 취약계층

오미크론은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있어 독감 이하다. 그러나 고령층이나 면역 취약 계층에게는 여전히 무서운 병이다. 결국 지금보다 큰 규모의 8차 대유행이 온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을 지킬 수 있느냐가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은지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의료진도, 환자도 떠나버린 공공 의료 분야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국립중앙의료원만 해도 올해 20명 넘는 의사가 사직서를 냈다. 특히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의 공공병원 개설률 자체가 2019년 85.3퍼센트에서 80.6퍼센트로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갑자기 많은 수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감당할 체력이 모자라다. 특히, 공공병원에 의지해야 하는 취약계층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INSIGHT_ 양극화

이는 지난 3년간 팬데믹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사실을, 재난 상황을 겪으며 그 불평등이 양극화가 되고 마는 과정을 못 본 체했다는 상징이다. 2020년 2월 19일,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왔다. 침대가 없는 온돌방에 환자 예닐곱 명이 매트리스를 깔고 눕거나 앉아 생활하는 환경이었다. 집단 수용시설의 환경에 모두 경악했지만, 그뿐이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숫자로도 기록되지 못한 노숙인의 감염병 관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지만, 곧 잊혔다. 누군가 들여다보지 않으면 병에 걸려도 속수무책인 독거노인, 방임 가정의 아이들도 우리는 안타까워만 했을 뿐 해답을 내지 못했다. 영국은 이를 수치화했다. 영국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와 과학기술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은 불평등했다. 숫자가 증명했다. 유색인종 및 소수 인종 출신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백인보다 현저히 높았다. 빈곤한 지역일수록 사망률이 상승했다. 물론 영국 정부의 포스트 코로나 정책은 ‘부자 감세’였다.
FORESIGHT_ 마스크를 벗기 전

미국의 방역 정책을 상징했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 지금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가 드러난다. 파우치 소장은 정치가 방역의 발목을 붙잡았노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깊은 정치적 분열로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방해받아왔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 등에 관한 결정이 가짜 뉴스와 정치이념에 의해 악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마스크를 벗는 결정은 감염병 취약 계층에게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중대한 변화일 수 있다. 이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사회 전체다. 감염병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막을 수 없는 재난이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의 팬데믹을 버텨낸 공공의료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약 5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2021년 1월, 감염병 전담병원의 91퍼센트 이상이 공공병원이었다. 2022년 11월, 경기도의료원 소속 6개 공공병원 가운데 5곳이 임금 체불 위기까지 몰렸다. 마스크를 벗기 전, 우리가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사회의 차별은 다른 문제죠. 영국이 목격한 재난의 양극화가 궁금하시다면 〈팬데믹 시대의 인종차별〉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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