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아프리카

12월 14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미국이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나섰다. 아프리카가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다. 그간 ‘원조 아닌 무역’을 내세워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키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 아프리카는 자원과 젊은 인구를 등에 업고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 미중의 상호 견제 속, 아프리카는 체급을 키워가고 있다.

BACKGROUND_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2022년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역대 두 번째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기간 동안 정상 및 소다자 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49개국과 아프리카연합(AU) 대표단을 만난다. 2014년 오바마 정부는 첫 미-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고 양측의 관계 발전을 도모했지만, 이러한 노력은 트럼프 정부에서 중단됐다. 이를 다시 잇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나선 것이다. 첫 정상회의가 열린 지 8년 만이다. 그 사이 아프리카는 변했다. 어쩌면 늦었을지 모른다.
NUMBER_ 10퍼센트포인트

아프리카 내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츠코위츠 가족 재단은 아프리카 15개국 18~24세 청년 4507명을 대상으로 장시간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2년 아프리카 청년세대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영향력 부문에서 77퍼센트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미국은 67퍼센트로, 10퍼센트포인트 뒤처졌다. 중국은 아프리카연합,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뒤를 이어 ‘아프리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국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은 2년 전 같은 항목에서 중국을 제쳤지만, 이번 조사에서 유럽연합·영국보다 뒤로 밀려났다.
STRATEGY_ 원조 아닌 무역

2차대전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아프리카 대외원조는 개입 정책의 일환이었다. 민주주의 증진과 인권 보호를 요구하는 등의 조건이 있었다. 중국은 이러한 점을 파고들었다. 2021년 제8차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폐막식 날, 중국은 아프리카 53개국과의 공동 성명에서 “아프리카 국가가 설정한 개발 경로를 간섭하지 않으며 우리 뜻을 아프리카에 강요하는 것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념과 가치를 내세우지 않는 ‘실용적 접근’으로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국이자 채권국이 됐다.
MONEY_ 2500억 달러, 295억 달러
  • 무역 ; 중국은 구리, 석유, 농산물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수입 품목을 가리지 않았다. 2021년 중국의 대아프리카 교역량은 2500억 달러, 한화 약 328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아프리카의 교역량은 643억 달러, 한화 약 84조원이었다. 거의 4배 차이다.

  • 채권 ; 중국은 채무 상태도 따지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계획에 참여하는 앙골라·잠비아 등 아프리카 39개국에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했다. 이는 고스란히 아프리카에게 빚이 되어 돌아왔다. 존스홉스킨스대 중국·아프리카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이 아프리카 대출액은 2016년 295억달러, 한화 약 35조5000억원으로 이미 정점을 찍었다. 중국은 빚 탕감 또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ANALYSIS_ 새로운 시장

미국이 견제해야 할 대상은 중국 뿐만 아니다. 일본은 2022년 8월 튀니지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향후 3년 간 300억 달러, 한화 약 4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각국이 ‘새로운 시장’으로서 아프리카를 주목하고 있다.
  • 자원 ; 에너지 분석기업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대러 제재 이후 유럽은 아프리카에서 하루 283만 배럴의 원유를 사갔다. 1년 전에 비해 15퍼센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코발트, 리튬 등 전기차 산업의 키를 쥐고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인적 자원 ; 아프리카의 젊은 인구 또한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 전체 인구는 13억 명으로, 그 중 70퍼센트 30세 이하다. 또 유엔은 2050년까지 늘어나는 인구의 절반 이상을 8개국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나이지리아· 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가 다수 포함돼 있다. 《2030축의 전환》의 저자 마우로 기옌은 2030년까지 나타날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아프리카를 뽑으며, 아프리카를 세계 경제 활력의 원천으로 주목했다.

DEFINITION_ AfCFTA, AGOA
  •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 시장으로서 아프리카의 영향력이 확대하자, 2019년 아프리카연합(AU)은 단일 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출범했다. 역내 교역 활성화를 위한 관세 철폐와 역외 관세 통일을 골자로 한다. AfCFTA는 아프리카 54개국 인구 13억 명을 포함하며, 이들의 총생산을 합치면 2조6천억 달러, 한화 약 3천401조원에 달한다.
  • 아프리카 성장 기회법(AGOA) ; 미국은 그간 아프리카 성장 기회법(AGOA)을 통해 아프리카 30여개국 7000개 품목에 달하는 수출품에 면세 혜택을 제공해왔다. 단, 법치·인권 정책 추진 등 일부 조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했다. 아프리카 경제 번영을 통한 정치적 민주주의 실현이 초기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2025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AfCFTA 출범과 함께 시장으로서 아프리카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AGOA가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질 예정이다.

KEYPLAYER_ 아프리카연합(AU)

아프리카연합은 국제 정치에서의 영향력도 확대하고자 한다. 현재 G20에 속한 아프리카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다. 아프리카연합은 “아프리카는 세계의 주요 협의체에서 관찰자가 아니며 온전히 대변돼야 한다”고 밝히며, 2022년 7월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G20 회원국 지위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AU의 G20 가입을 지지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지지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INSIGHT_ 힘의 방향

아프리카는 유엔에서 가장 큰 투표 그룹 중 하나로, 이미 국제 정치에서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2년 10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특별토론 결의안이 부결됐다.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에 대해 토론회를 열자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의 제안이었다. 여기에 반대표를 던진 19개국에 아프리카 국가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뉴욕타임즈는 아프리카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를 짚었다. 중국과 다른 경쟁국이 아프리카를 ‘기회의 장소’로 보는 한편, 미국은 여전히 아프리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다는 것이다. 아프리카가 중국으로 기울고 있는 모습은 미국의 접근법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FORESIGHT_ 뉴 아프리카

이념이냐 실용이냐. 이는 미국에게 답 없는 난제로 남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미국과 중국의 관심이 아프리카에 향해 있다는 사실이다. 바이든 정부는 정상회의 전 브리핑에서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55억 달러, 약 72조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중국은 32년째 아프리카를 외교부장의 새해 첫 순방지로 삼아 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간 견제가 지속되는 한, 아프리카는 ‘뉴 아프리카’로서의 체급을 키워갈 것이다.

아슬아슬한 긴장을 이어가는 미·중 갈등에 대해 깊이 알고 싶다면 〈미·중 전쟁을 막아라〉를, 국제 무대에서 새롭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또 다른 나라가 궁금하다면 〈튀르키예즈 온 더 블록〉을 추천합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