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INSIDE
2화

대안 지구 ; 또 다른 지구를 꿈꾸는 이유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2022년은 새로운 공간에 관심이 모이는 해였습니다. 우주에 투자하고 지하 공간을 만듭니다. 도심에 숲을 세우고 불모지에서 미래를 건설합니다. 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가 연이은 지금, 인류는 더 나은 지구를 꿈꿉니다.


스페이스 판타즘

지난 8월 29일, 우주선이 발사됐습니다. 당장의 목표는 달 탐사입니다. 더 큰 목표는 달 궤도에 우주 정거장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세운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발사입니다. 

세계는 우주를 두고 경쟁 중입니다. 향후 10년 내 19개 국가 및 유럽 우주국이 무려 106개의 미션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사의 경쟁자, 스페이스X는 화성의 테라포밍을 목표로 ‘스타십(SLS)’이라는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테라포밍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지구와 비슷하게 바꾸어,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기술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서 새로운 지구를 발굴하는 작업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기상천외한 공간에 투자하는 것은 화성이 처음이 아니죠.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지하에 무려 2.7킬로미터의 터널을 뚫어 공개했습니다. 도보 45분 거리를 전기차 2분 거리로 단축했습니다. 우주에선 자원을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가 되죠. 지하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머스크는 인류의 손길이 닿은 적 없는 공간에서 기회를 엿봅니다.
 
  • 1월 6일 뉴스룸 ; [한겨레] 지하터널 달리는 머스크의 ‘루프’ link
  • 4월 6일 뉴스룸 ; [CNBC] Amazon signs massive rocket deal link
  • 8월 4일 뉴스룸 ; [경향신문] 달 탐사국 꿈 실은 ‘다누리’ 마침내 발사 link
  • 8월 24일 뉴스룸 ; [Axios] NASA's last stand link
  • 11월 23일 뉴스룸 ; [BBC] Europe to commit billions to ‘space race’ link

과거에 달 탐사는 국가의 자존심이자 냉전 승리의 상징이었습니다. 지금은 자원의 싸움입니다. 우주에서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자원 채취는 불법이 아닙니다. 줍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세계는 마그네슘과 실리콘, 희토류를 비롯해 각종 풍부한 자원을 선점하고자 달로 향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공간에 관심과 투자가 몰리는 이유가 자원 채취만은 아닙니다. 겪어 본 적 없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자, 지금의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구성한 새로운 사회에 열망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지구보다 더 나은 공간, 혹은 새로운 지구촌을 원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또 다른 세계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구 곳곳이 붕괴할 때

지난 8월 대규모 침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낮은 곳이 잠겼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반지하의 종말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반지하는 모두가 단점을 알면서도 선택하는 주택의 최저 임금과 같습니다. 지하 임차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87만 7000원입니다. 최근엔 한국에서 억대 연봉을 버는 인구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통계청 자료가 발표됐습니다. 부의 총량은 늘었으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8월 17일 포캐스트 〈반지하 바깥에는 볕이 들까요?〉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꿀벌 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기사가 각종 언론을 장식했죠. 올해 한반도 남부에서만 수십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정확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살충제, 흉작, 이상 기후, 꿀벌 밀도, 해충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추론할 뿐입니다. 꿀벌 수의사 허주행은 꿀벌이 사라지는 건 단순히 꿀을 먹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의 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원자재 값이 상승하고, 이는 전반적인 식탁 물가 상승의 위험을 시사합니다. 시작은 작은 종의 종말이지만,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번질 수 있습니다. #10월 4일 톡스 〈꿀벌은 공익적인 문제다〉

지구 곳곳이 붕괴하는 것은 꿀벌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사는 곳도 무너집니다. 2018년엔 120만 명의 사람들이 극한 기후, 화재, 홍수 등으로 인해 거주지를 옮겨야 했습니다. 2020년엔 그 수가 17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미국에선 현재 평균 18일에 한 번꼴로 피해 규모 10억 달러 이상의 재해가 발생합니다. 기후 난민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지만 국제 사회의 논의는 초기 단계입니다. 순식간에 국적과 정체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영국의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 가이아 빈스(Gaia Vince)는 탈탄소와 더불어 새로운 국가 개념을 제시합니다. #8월 31일 전자책 〈탄소전쟁이 만든 난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며 그린(green)으로 향하는 세계적 흐름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진짜 그린인지에 대한 논의는 진행형입니다. 올해 1월, EU가 원자력과 LNG를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켰습니다. 전 세계 원자력 발전의 명운이 걸렸고, 한국을 비롯해 탈원전을 목표로 하던 국가들에게 큰 혼란을 줬습니다. 올해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최된 COP27은 “지상 최대의 그린워싱 쇼”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기후 변화는 어느새 위기에서 재앙으로 다가서고 있으나 기후 정의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11월 2일 전자책 〈쇼는 계속되면 안 된다〉
 

미래 도시, 국가를 실험하다

연달아 겹친 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누구도 갖지 못한 자본과 기술, 아이디어 3박자를 가진 세계 부자들이 새로운 국가 건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억만장자 마크 로어는 미국 사막에 유토피아 도시 텔로사를 건설합니다. 모든 편의 시설에 15분 내로 도달할 수 있고, 그린 하우스로 농산물을 자급자족하는 스마트 시티를 꿈꿉니다. #8월 30일 포캐스트 〈브레이브뉴시티〉

새로운 도시는 새로운 국가 정체성이 되기도 합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지난 11월 17일 방한했습니다. 네옴 시티라는 미래형 도시 프로젝트에 관해 수십조 원대 계약을 체결한 것인데요. 도시를 일직선으로 압축해 900만 인구를 수용하고, 탄소 제로와 자급자족을 표방합니다. 사우디는 네옴 시티를 통해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 금융·무역의 허브이자 관광, 산업 국가로의 탈바꿈을 꿈꿉니다. #11월 21일 포캐스트 〈엔드오브오일머니〉

새로운 도시 실험은 지구 반대편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 일대의 재개발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 10월엔 서울 도심에 2000킬로미터의 녹지 공간을 구성하겠단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시민의 녹지 접근성을 높이고, 역사·문화 공간과의 시너지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자 합니다. #10월 28일 포캐스트 〈서울의꿈〉


새로운 지구를 상상하는 방법


2023년의 지구촌은 어떤 논의를 이어갈까요? 딜로이트 ESG & Climate팀 이옥수 이사는 미래 사회의 가장 큰 리스크로 기후 재앙과 그린워싱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선한 취지의 활동만을 지지하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부족하며,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녹색을 판단하는 것이다.”

반면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송은주 교수는 “인류세 시대에서 정확한 기준보다 중요한 건 메시지”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한 생물 중 가장 강력한 종입니다. 인류세를 연 것 또한 인류가 지구에 남긴 발자취죠. 만일 정치나 경제, 과학 기술의 관점으로만 인류세에 접근할 경우, 우리는 인간 이외에도 무수한 생명체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또 한 번 간과하기 쉽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지구에서 살고 싶은지 고민해 본 적 있나요? 데이터와 메시지를 비롯해 새로운 지구에 대한 모든 상상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고민입니다. 건축가 신민재는 “시민의 정체성이 곧 도시의 정체성”이라 말합니다. 시민이 도시를 이루듯, 지구의 미래를 그리는 것도 인류의 몫입니다. 작게는 내가 사는 공간부터 크게는 지구 반대편의 사건사고까지, 새로운 지구를 상상할 때 사회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을 수 있습니다. 2023년, 당신이 살고 싶은 지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다혜 에디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