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2022

12월 26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플랫폼 업계에 ‘연말결산’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안에 2023년 마케팅 트렌드가 보인다.

  • 스포티파이 등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2022 연말결산’ 을 내놓고 있다.  
  • 데이터 연말결산은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은 왜 이에 열광하는가?
  • 연말결산 열풍을 보면, 2023년 마케팅 트렌드가 보인다.

DEFINITION_ 연말결산

한 해가 저물어가는 때, 그야말로 연말결산 열풍이 불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한 해 동안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를 좋은 브랜드 경험으로 포장해 내놓는 것뿐이다. 하지만 사용자 반응은 뜨겁다. ‘2022년 한 해,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 플랫폼 기업이 대신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KEYPLAYER_ 스포티파이

누군가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노래로 자신을 설명한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랩드(Wrapped)’를 통해서 말이다. 스포티파이는 2015년 업계 최초로 사용자 맞춤형 음악 연말결산을 공개했다. 사용자가 한 해 가장 많이 들은 앨범, 곡, 가수 등을 요약해 보여주는 것이다. 그 해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스포티파이가 연말결산을 마케팅 캠페인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랩드’라는 이름을 달고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21년, 복스 미디어(Vox Media)는 랩드를 스타벅스의 홀리데이 에디션과 머라이어 캐리의 캐롤과 함께 겨울을 대표하는 캠페인이라 설명했다.
STRATEGY_ 인스타그래머블

핵심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랩드에 그래픽과 짧은 카피가 추가되자, 총 500만 명이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2019년에는 시작 몇 시간 만에 120만 명의 트위터 유저가 이를 언급했다. 스포티파이는 랩드를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에 맞는 세로 형식의 디자인으로 바꾸고, 2022년 국내 서비스에는 ‘음악 MBTI’와 최애 아티스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셰어 카드’를 추가했다.
RECIPE_ 디깅

연말결산은 바이럴 효과를 낳는 동시에, 사용자의 브랜드 경험을 확대한다. 데이터 연말결산의 특징은 쌓인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소비 문화인 디깅과 연결된다. ‘발굴하다’는 의미인 디깅(digging)은 본래 디제이(DJ)들 사이에서 ‘음악을 찾는 행위’로 통했다. 이는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확대돼, 취향에 따라 특정 분야만 집중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디깅할수록, 다시 말해 해당 플랫폼에 나의 데이터를 많이 쌓을수록 정확한 나의 취향을 알 수 있다.
CONFLICT_ 개인정보
  • 물론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잔존한다.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구글, 메타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악시오스는 연말결산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플랫폼 기업이 명심해야 할 것은 소비자를 소름끼치게 만들지 않고(without creeping people out) 새로운 발견을 주는 것이라 설명한다. 결국 연말결산은 기업의 데이터 수집이 고도화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기업의 데이터 수집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넷플릭스 시청기록을 조회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로 여겨도, 기업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자신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것이다. 세일즈포스에 따르면 61퍼센트의 응답자가 기업이 투명하고 유익한 방식으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것에 동의했다. 


REFERENCE_ 듀오링고, 리멤버

여러 플랫폼 기업들이 유익한 방식으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말결산은 취향을 넘어, 성장을 나타내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 듀오링고; 글로벌 언어학습 앱 듀오링고는 이메일로 보내던 연말결산 보고서를 앱 내 서비스로 확대했다. 사용자의 활동일, 학습 시간, 배운 단어 수 등을 요약하고, 비교 통계를 공개한다. 듀오링고는 상위 10퍼센트 안에 속하는 사용자의 절반이 연말결산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고 설명한다.
  • 리멤버; 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는 저장한 명함 정보를 바탕으로 ‘2022 리멤버 인맥결산’을 제공한다. 올해 등록한 명함 수, 다른 사람이 내 명함을 등록한 횟수, 가장 많이 만난 직무 등을 요약해 보여준다. 나아가 ‘2023년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 나의 인맥’을 소개하기도 한다.

ANALYSIS_ 포트폴리오 세대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Z세대 트렌드 2023》에서 ‘포트폴리오 세대’를 소개한다. 라이프스타일, 취향 등을 SNS에 공유하고, 이를 자신을 소개하는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는 Z세대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 이들에게 연말결산은 디깅의 결과물인 것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지금의 사용자는 기업이 자신의 데이터를 더욱 매력적이고 생산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포장해주길 바란다.
INSIGHT_ 초개인화

스티브 잡스는 “대부분 사람들은 제품을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취향》의 저자 심귀연은 취향을 “이유 불문하고 빈번하게 선택하는 것들의 총합으로 형성된 어떤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자본주의 시대, 취향은 소비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지금은‘국민템’이 없는 초개인화 시대라고 한다. 개인화될수록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설명하기란 어렵다. 그러면서도 사용자들은 기업으로부터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받길 원한다.
FORESIGHT_ 메타데이터

노래 한 곡마저 작곡가, 박자, 조성 등에 따라 여러 카테고리로 나누는 시대다. 이를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즉 ‘메타데이터’라고 한다. 스포티파이 랩드는 오전, 오후, 저녁 시간대별로 사용자가 선호하는 무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스포티파이 랩드에 따르면 나는 오전엔 ‘작게 향수를 자극하는 우울한’, 오후엔 ‘신나는 기분 좋은 갈망하는’, 저녁엔 ‘추억에 잠기는 낭만주의적인’ 무드의 음악을 듣는 사람인 것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8만 개의 마이크로 장르로 쪼개고, 사용자를 2천 개의 취향 그룹으로 구분한다. 초개인화된 2023년에 필요한 마케팅은 맞춤형 추천을 넘어, 사용자 데이터에 매력적인 라벨을 붙여주는 것이다.

스포티파이의 또 다른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알고 싶다면 〈허들은 이제 제 겁니다〉를, 세상에 없던 가치를 제시하는 브랜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브랜드의 브랜드〉를, AI시대에 공감과 관찰에서 시작되는 혁신에 관심이 있다면 〈디자인 싱킹〉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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