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AM

THE TEAM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CEO 이연대입니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미디어의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새해 레터의 주제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북저널리즘 독자만큼 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분도 드물 테니까요. 애초에는 국내외 미디어 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미디어 업계의 2023년을 전망하려 했습니다. 실제로 반쯤 썼습니다. 마감을 하루 앞두고 미디어의 미래를 다른 방식으로 들려드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새로 씁니다. 제목은 〈팀〉입니다.

“Live in the future, then build what’s missing.”

와이콤비네이터의 설립자 폴 그레이엄이 말하는 ‘창업 아이디어 찾는 법’입니다. 미래에 살며 지금 없는 걸 만들라는 거죠. 저희 팀이 그렇습니다. 북저널리즘 팀은 미래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직 나타나지 않았거나 제한된 형태로만 존재하는 뉴미디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미디어의 미래를 저희 팀의 현재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이유입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때마다 제 대답은 같습니다. 팀 빌딩입니다. 올해부터는 다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최고의 작은 조직을 꾸렸거든요. 저희 팀이 만들고 있는 전에 없던 책과 뉴스, 커뮤니티는 어떤 모습인지,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패스트 퍼블리싱(fast publishing)

“뉴스처럼 빠르게 책을 만들 수 없을까?” 북저널리즘은 이 물음에서 시작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려면 기획부터 집필, 편집, 발행까지 통상 12개월이 걸립니다. 독자는 1년 전 기획을 읽는 셈입니다. 회사도 1년 뒤 수요를 예측해야 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북저널리즘은 책 제작 과정의 군더더기를 없애 제작 기간을 3분의 1로 줄였습니다. 올해는 제작 과정을 모듈화해 더 쉽고 빠른 퍼블리싱 모델을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해 북저널리즘은 15권의 종이책과 7권의 종이 뉴스 잡지를 펴냈습니다. 소수 정예의 팀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패스트 퍼블리싱의 중심에는 이현구 선임 에디터가 있습니다. 이 선임 에디터는 조직의 미션을 이해하고, 경영자처럼 사고합니다. 진지하면서도 위트가 있어 지식 콘텐츠를 감각적으로 만듭니다. 올해 저는 이 선임 에디터와 함께 책을 만드는 걸 넘어, 책을 만드는 방법을 만들고자 합니다.

뉴스 스토리텔링

현대 기사의 구조는 근대 언론이 등장한 20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역(逆)피라미드형 스트레이트 기사가 플랫폼에서 파편처럼 소비되면서 뉴스는 맥락을 알 수 없는 어렵고 따분한 것이 되었습니다. 뉴스 이용 경험이 달라진 만큼 뉴스 문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북저널리즘은 ‘포캐스트’ 시리즈를 통해 단순 사실 전달을 넘어 뉴스의 맥락과 의미, 전망을 이야기합니다. 뉴스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혜림 에디터는 스토리텔링 역량이 뛰어납니다. 김 에디터의 앞 문장은 뒤 문장을 읽게 합니다. 동시에 뒤 문장을 읽기 전에 멈추어 생각하게 합니다. 재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거침없어 보이는 성격 뒤에 가려져 있을 축적의 시간을 저는 주목합니다. 지금도 좋지만 5년 후가 더 기대됩니다. 올해 저는 김 에디터와 함께 포캐스트를 개선해 뉴스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 합니다.

다른 관점

북저널리즘의 미션에는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한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는 객관의 일부를 선택 지각하기에 우리가 이해하는 세상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타자의 눈으로 본다는 건 지각되지 않은 객관의 구멍을 메우는 작업입니다. 제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일차원의 관점들이 모이면 비로소 입체적인 모습이 드러납니다. 타인의 관점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전모를 밝힐 수 있습니다. 다른 관점을 제공하는 것은 책과 뉴스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이다혜 에디터는 팀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다른 관점의 말과 글로 생각의 폭을 넓혀 줍니다. 개인적인 도움도 받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좋게 말해 경험을 쌓아 가는 것이고, 나쁘게 말해 선입견을 쌓아 가는 것입니다. 제 오랜 생각과 편견을 자꾸 무너뜨려 줘 고맙게 생각합니다. 독자님들도 이 에디터가 작업한 책과 뉴스를 통해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그의 다름이 더 많은 사람에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북저널리즘 팀이 하는 일을 소개하면서 인터뷰를 빼놓을 수 없겠죠. 저희 팀은 인터뷰 뉴스레터 ‘톡스’를 매주 발행합니다. 현재까지 200명이 넘는 각계 전문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콘텐츠를 주제별로 엮어 1000쪽이 넘는 책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꽤 인기 있는 서비스여서 저희를 뉴스레터 회사로 아는 분도 있습니다. 북저널리즘 서비스가 더 커지면 톡스는 스핀오프(분사) 1호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정원진 에디터는 인터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잘합니다. 질문이 솔직하고 문장이 담백합니다. 원고가 길어도 잘 읽힙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요, 그중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정 에디터는 주위 사람을 기분 좋게 합니다. 아침 인사부터 환합니다. 인터뷰이들도 느꼈을 겁니다. 좋은 인터뷰가 나올 수밖에요. 말과 글을 꾸준히 수집하다 보면 어느새 특별한 위치에 자리한 자신을 만나게 될 거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기본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제품으로 치면 마감에 해당합니다. 마감이 허술한 제품을 명품이라고 할 수 없겠죠. 언젠가 제주맥주를 취재하면서 “장인 정신을 대량 생산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찌나 멋있던지요. 첫 콘텐츠를 발행하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오탈자 한두 개 잡겠다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원고를 보고 또 봤습니다.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합니다. 기본에 대한 고집이 북저널리즘을 남다르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이주연 인턴은 교정, 교열을 비롯해 콘텐츠 발행에 필요한 여러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오래 앉아 원고를 거듭 살펴봐 준 덕분에 북저널리즘 콘텐츠가 기본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이주연 인턴은 1월 말 퇴사합니다. 대학원에 진학해 원하는 공부를 이어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주연 인턴이 최근에 교정, 교열을 맡은 책이 한국 대학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국에서 박사하기》랍니다.

프로덕트

지식과 정보를 한 가지 포맷으로만 습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읽고 보고 듣고 쓰고 만나고 대화하며 지식을 얻습니다. 지식 구독 서비스도 그래야 합니다. 북저널리즘이 제품군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이유입니다. 북저널리즘은 2017년 종이책을 시작으로 디지털, 구독, 오디오, 글쓰기 플랫폼, 타블로이드, 잡지, 오프라인 등 미디어 경험을 확장해 왔습니다. 올해에도 이용자의 소비 형태에 맞는 포맷 개발을 이어 갈 것입니다.

저희 팀이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들면서도 늘 해왔던 일처럼 보이는 데에는 김지연 리드 디자이너의 역할이 컸습니다. 김지연 리드 디자이너는 작은 엽서 하나부터 종이책까지, 그래픽부터 제품까지, 웹에서 오프라인까지 디자인 전반을 총괄하며 브랜드의 톤 앤 매너를 만들고 있습니다. 김 리드 디자이너의 ‘경계 없음’이 여러 프로덕트에 걸친 이용자 경험을 매끄럽게 합니다. 새롭지만 익숙하게. 올해도 분명 그럴 겁니다.

권순문 디자이너는 새 프로젝트를 대할 때마다 “좋아요”를 연발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보다 해야 할 이유를 먼저 찾습니다. 덕분에 지난해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권 디자이너는 안목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툴을 다루는 능력은 배울 수 있지만, 무엇이 왜 좋은지 아는 것은 배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커뮤니티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2000년대 초반의 미디어 혁신이었습니다. 이제는 콘텐츠를 매개로 보고 듣고 만나고 대화하게 하는 것이 미디어 혁신이 되고 있습니다. 북저널리즘은 콘텐츠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와 저자, 독자와 에디터, 독자와 독자를 연결합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중구 회현에 오프라인 공간을 열고 커뮤니티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홍성주 커뮤니티 매니저는 북저널리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군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습니다.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도, 롤 모델도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고, 더 매력적인 일입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모든 일에 능해야 합니다. 여러 자질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티 자체를 좋아하는 마음일 겁니다. 홍 매니저가 수년 내로 커뮤니티 업계의 레퍼런스가 될 거라 믿는 이유입니다.

강경민 커뮤니티 매니저는 북저널리즘 오프라인 숍 ‘bkjn shop’의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bkjn shop은 리테일과 미디어를 결합한 공간입니다. 전에 없던 콘셉트의 공간이라 소비자와 파트너사 모두를 설득해야 합니다. 강 매니저의 솔직함과 끈기가 bkjn shop의 문턱을 낮출 것으로 기대합니다. 백 가지 기술은 한 가지 성실함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사

끝으로 독자 여러분께 인사 공지를 드립니다. 지난해 콘텐츠팀 디렉터로 콘텐츠 제작을 총괄했던 신아람 님은 2023년 1월 1일부터 CCO(Chief Content Officer)를 맡습니다. 신아람 CCO 덕분에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 신아람 CCO와 함께 더 깊고, 더 빠르고, 더 사려 깊은 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대개 사심 없는 집착에서 비롯합니다. 유망해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일이 좋아서 달려드는 순수한 집착이 모여 커다란 뭔가를 만들어 냅니다. 지금 저희 팀은 그저 더 좋은 미디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집착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그랬듯 독자입니다.

독자님, 늘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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