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은 유일한 정답일까?

1월 5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생물다양성에 위협이 닥쳤다. 무엇이 지구 생활자를 지킬 수 있나?

  • 태국의 코끼리 관광 산업이 흔들리면서 코끼리도 위험에 처했다.
  •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립공원이 해답으로 제시된다.
  • 국립공원만이 지구 생활자를 지킬 수 있을까?

REERENCE_ 태국

코로나19의 여파와 동물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태국의 코끼리 관광 산업이 흔들린다.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태국의 코끼리는 3000마리에 이른다. 이제는 야생에서 자생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코끼리들이다. 관광 산업이 흔들리니 코끼리가 충분한 양의 음식과 물을 제공받지 못한다. 케이블과 전선이 깔린 현대 도시에서 코끼리가 인간 손을 벗어나 안전하게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태국코끼리연합협회는 모든 코끼리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동물 단체의 논리가 감정적이고 멜로드라마적이라고 비판했다.
KEYPLAYER_ 코끼리의 일

태국의 코끼리 관광은 학대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파잔’이라 불리는 관행은 코끼리의 야생성을 줄이고 사육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끔 만드는 과정이다. 관광 산업에서 코끼리는 사람을 태우고 거리를 오가는 일을 하지만, 생태계에서 코끼리는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코끼리가 남긴 배설물은 다양한 곳에 종자를 뿌리며, 비료가 돼 식물과 나무에 풍부한 영양분을 준다. 먼 거리를 돌아다니며 나무를 쓰러트려 새로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 건조한 시기 코끼리가 남긴 발자국은 비가 내린 후에 다른 동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오아시스가 된다. 무분별한 포획과 인간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며 자연을 거니는 코끼리의 개체 수는 크게 줄었다. 아프리카 숲 코끼리의 활동 반경은 자연 서식지의 17퍼센트로 위축됐다.
DEFINITION_ 생물다양성

코끼리의 일은 사실 모든 생태계의 일원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UN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은 육상‧해상‧복합생태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생물체의 변이를 뜻한다. 한 지역 내에 존재하는 식물, 동물, 미생물의 다양성을 뜻하는 종다양성, 그리고 사막, 삼림지, 습지대 등의 생태 환경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생태계다양성, 종 내의 유전자 변이를 뜻하는 유전다양성이 포함된다. 지난 50년 동안 불법 매매 및 포획으로 인해 야생 동물의 40퍼센트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ANALYSIS_ 먹고 사는 문제

생물다양성의 필요성은 착하고 당연한 의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금융 투자 기업인 ‘MSCI’는 사라지는 생물다양성이 투자자들에게 중대한 위험이 되고 있다고 밝히며 생물다양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부분의 산업이 농업, 어업, 숲 등의 자연 자본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연이 흡수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줄어들면 기업에 대한 감시가 거세질 것이라는 이유다. 기업의 차원에서 생물다양성은 당연한 의제가 아닌,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경제적인’ 의제다.
KEYPLAYER_ 국립공원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주요 방법 중 하나로 논의되는 것이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은 국가의 법적 지위를 향유하는 보호 지역이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을 주 원칙으로 삼는다. 이뿐 아니다. 국립공원의 주요 기능 중 하나에는 관광이 있다. 땔감을 줍거나 동물을 위협하는 등의 착취적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교육의 차원에서 자연을 직접 거닐고 감상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은 국립공원을 직접 둘러보는 것이 미래 세대의 시민 과학자와 관리자를 양성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CONFLICT_ 관광

다양한 이유에서 국립공원은 주요한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2021년 한해 미국 내 국립공원을 방문한 방문객은 총 2억 9711명이었다. 관광객의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다. 부엉이는 고양이의 네 배에 달하는 청력을 사용해 쥐를 잡는다. 관광객의 대화 소리와 휴대전화 소음은 부엉이의 청력을 위협한다. 고립된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소음 공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랜드캐니언의 일부 지역에서는 20분 간 43번의 비행기 소음이 들렸다. 국립공원 관광의 부작용을 연구한 존스앤웨일즈대학의 로렌 피네시(Lauren Finnessey)는 국립공원이 실제로 미래 세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추가적인 정책과 노력이 필수적이라 역설했다.
MONEY_ 205억 달러

국립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근거 중 하나는 경제적 효과다. 국립공원관리청은 방문객들이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동안 근방의 지역에서 205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32만 3000개의 일자리, 146억 원의 소득, 243억 달러의 부가가치, 425억 달러의 국가 경제 생산을 지원하는 양이다. 이뿐 아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존재하는 시대의 탄소는 직접적인 손익 계산과 맞닿는다. 이때 국립공원은 탄소를 줄이고 경제적 효과를 불러오는, 간편하고 유리한 선택이 된다. 지난해 12월 열린 UN생물다양성협약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국가 토지와 수역의 30퍼센트를 보존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여섯 개의 우선순위 중 최상단에는 더 많은 국립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자리했다.
RISK_ 녹색식민주의

UN생물다양성협약 이후 바이든의 결정에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건설 시기 자행됐던 토지 수탈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1872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을 유럽인이 식민화 한 대표적인 사례다. 국립공원과 인종차별의 관계성을 연구한 한 논문은 옐로우스톤의 사례가 녹색식민주의(Green Grab)의 원형적 사례라고 언급했다. 녹색식민주의는 지역 주민이 거주하는 땅에서 이주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제국주의 시대의 토지 수탈 근거가 경제 발전이었다면, 녹색식민주의의 시대에서는 환경 보호가 그 자리를 꿰찬다. 생물다양성의 감소역시 지구가 마주한 다른 위기와 마찬가지로, 취약한 곳과 취약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INSIGHT_ 돈의 문제

국립공원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미래의 환경주의자를 키워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적 효용, 혹은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위한 도구에만 멈춘다면 긍정적 영향력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의 명예 교수 리처드 버틀러(Richard Butler)는 생태 관광이 여전히 “인류 중심”일 수 있다며 “자연이 인간에게 존재한다고 믿는 것”에 관광이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인간을 바라보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착취적인 코끼리 관광도 사라지기 어렵다. 국립공원이 많아진다고 해서 만질 수 있고 탈 수 있는 코끼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FORESIGHT_ 생물다양성의 미래

지구가 마주한 환경 문제의 핵심은 자연의 도구화에 있다. 프랑스의 생태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경제화에 의한 판짜기는 인간을 포함하여 지구 생활자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과 도구화의 문제에서 벗어나 생물다양성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 국립공원의 미래 ;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의 리사 수아토니(Lisa Suatoni)는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 동물들이 다양한 서식지를 안전하고 자유롭게 오가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골든게이트 국립공원은 세 공원을 오갈 수 있는 회랑을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모두가 어디든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지구 생활자를 위한 새로운 도시를 그려볼 수도 있다.
  • 기술의 미래 ; 멸종 복원 기술을 개발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Colossal Biosciences’는 유전학을 사용해 멸종 동물이나 멸종 위기종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첫 번째 타깃은 ‘생태계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코끼리다.
  • 인간과 동물의 미래 ; 1990년, 동물 권리 옹호자 상둔 렉 차일러(Saengduean Lek Chailert)가 치앙마이에 연 코끼리 자연 공원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안식처가 될 것’이라는 사명이 있다. 코끼리가 코끼리다운 삶을 누리고, 인간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착취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동물해방물결의 이지연 대표는 생추어리를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정의했다. 동물해방물결은 꽃풀소에게 새로운 집을 선물하려 한다. 새로운 형태의 종간 공생과 교감이다.


생추어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의 인터뷰, 〈지금 당장, 동물 해방〉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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