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고갈은 몇십여 년간 레거시 미디어의 단골 뉴스다. “90년생부터는 연금을 한 푼도 못 받는다”는 투의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5차 재정계산’
[1]에 따라 2023년부터 2093년까지 70년간 연금 재정 상황을 예측한 자료에 따르면 기금은 2041년에 적자 전환된다. 2056년에 기금이 소진되고 그해 적자는 263조로 예상된다. 1차였던 2003년부터 기금 소진이 예상돼
왔다. 기금 소진과 수지 적자로 예상되는 연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기금 규모도 거대한데 왜 고갈될까?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출생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가입자 비율은 줄고 수급자 비율과 수급 기간은 늘어난다. 유지 불가한 구조다. 개혁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대두됐다.
- 윤석명 한국보건학회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도입된 날로부터 지금까지 가입자들에게 주기로 약속한 액수는 2500조 원이 넘어간다. 현재의 기금을 약 1000조 원으로 가정하면 이미 1500조 원이 부족해 수익률 개선만을 바랄 수 없는 상태다.
DEFINITION 0_ 국민 연금
국민연금의 기본은 이렇다.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으로 18~60세 미만인 자 대부분
[2]이 의무 가입 대상이다. 1988년 국내에 도입됐다. KOSIS(국가 통계 포털)에 따르면 2021년도 기준 가입자는 약 2234만
명이다. 출생연도
[3]에 따라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상이한데 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 때 받는다.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으로 받을 수 있고 미만이면 일시금으로 지급받는다. 연금 종류도 다양
[4]하다.
DEFINITION 1_ 폰지 사기
연금 개혁은 여야 대립이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세대가 강조된다. 애초 미래 세대가 더 큰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릴 것을 전제하고 설계된 부양적 정책이기 때문이다. 청년 세대에게 연금은 어떤 이미지일까? 월급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데 수급 가능 나이는 늦춰지고 있고, 방만 운영과 저출생으로 고령이 됐을 때 받을 수 있다는 믿음도 꺾였다. 청년 입장에선 폰지 사기
[5]다. 지난 2022년 12월 12일 열린 보건복지부의 ‘제2차 청년 대상 국민연금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의 요구 사항은 “신뢰”, “세대 간 형평”으로
압축된다. 몇십 년 규모의 ‘돌려막기’를 멈추거나 완화하려는 것이 바로 연금 개혁이다. 연금 개혁을 세대론으로 보면 “후대에 지워진 짐을 어떻게 나눠 들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DEFINITION 2_ 사회 보험
갑자기 폐지할 수도 없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 연금이자 사회적 위험을 대비한 사회 보험
[6]이다. 개인의 문제였던 질병·노령·장애·빈곤은 산업화 이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국가 개입의 필요성과 함께 20세기 복지 국가의 구조가 만들어졌고 국민연금은 복지의 핵심이다. 보험료 부담 없이 저소득층 노인
[7]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구빈(poor relief)의 성격이라면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과 소득 재분배를 담당하는 보험이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고 기본적으로 원리금보다 많이 받게 설계되어 있으며 저소득층에게는 수익률이 더 크다. 다만 가입 기간을 꼬박 채우지 않으면 받는 돈이 적어져 노후 보장이 어렵다. 안정적으로 보험료 납부가 가능한 건 오히려 고소득층이다. 기초연금 강화나 사적 연금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연금 개혁을 국가 시스템으로 보면 “공적 연금의 역할을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국민연금용어집
DEFINITION 3_ 연못 속 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