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토크하다
6화

토크 뉴스가 가져올 변화와 미래

두 개의 스타일, 두 가지 시청자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미국의 다양한 토크 뉴스들을 살펴봤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 등 OTT를 통한 뉴스 소비가 최근 급격히 확대되면서 토크 뉴스가 성장하고 있다면, 미국은 활발한 정치 토론 문화를 기반으로 이미 토크 뉴스가 핵심적인 뉴스 프로그램 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언론계와 학계에서 TV 방송 뉴스는 신문과는 성격이 다소 다른 것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신문이 사설과 칼럼 혹은 기사를 통해 정파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방송은 중립성이 매우 강조된다. 신문의 경우 과거 미국과 유럽에서 처음 태동했을 때부터 정파적인 주장을 하는 매체로 발전해 왔고, 지상파 TV 방송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공성과 보편성이 최선의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지상파 TV 뉴스를 안테나로 직접 수신하는 게 아니라 케이블 TV나 IPTV, 유튜브를 통해서 보고 있다. 종편 채널은 애초부터 지상파가 아니며, 유튜브에는 뉴스를 얻을 수 있는 대안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방송=공공재’라는 공식은 최소한 전파의 공공성에 기반해서 설명하기 어렵다. 시청자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 종편 채널이 생기고, 지상파 방송들이 정치적 부침을 겪으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방송 뉴스에도 보수 또는 진보의 성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보편적으로 ‘조선일보=보수, 한겨레=진보’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에 비해 시청자들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 주장을 하고 의견을 내는 방송 뉴스 또는 영상 뉴스에 익숙해졌다.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을 즐기듯, 방송 뉴스의 해석과 주장을 점점 더 즐긴다. 미국 현직 언론인들은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네바다주 리노에서 NBC의 지역 협력 방송국이자 〈News 4〉 뉴스를 책임지고 있는 멜리사 퍼거슨(Melisa Ferguson) 보도국장과 만나 나눈 대화를 잠시 소개하겠다.

저자 : 미국에는 ‘두 가지 스타일의 뉴스 (Two style of news)’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한 가지는 NBC 〈나이틀리 뉴스〉처럼 정통적인 스타일 뉴스다. 한국 지상파의 저녁 메인 뉴스와 비슷하다. 다른 한 가지는 MSNBC의 〈레이철 매도 쇼〉나 폭스뉴스의 〈해니티 쇼〉 같은 토크 뉴스 쇼들이다. 뉴스 쇼 앵커들은 정치 이슈에 대해 의견을 아주 많이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멜리사 국장 : 맞다. 왜냐하면 미국에는 ‘두 가지 시청자(Two viewers)’가 있기 때문이다. 한쪽은 NBC 〈나이틀리 뉴스〉와 같은 스트레이트 뉴스를 원한다.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사실을 알려주면 판단은 스스로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한쪽은 매도나 해니티 같은 앵커나 출연자로부터 뉴스에 대한 해석을 듣기를 원한다. 시청자들이 각자 원하는 스타일의 뉴스를 찾아가고 있다.
멜리사 국장과 필자는 리노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뉴스 시청자가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은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자신의 정치 성향에 맞는 뉴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흐름과 연결돼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대의 정치적 갈등과 맞물리면서 의견과 주장을 내놓는 토크 뉴스들이 전성기를 걸었다. 이런 토크 뉴스들은 디지털 시대의 전략이기도 하다. 2022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LA에서 열린 세계 최대 크리에이터 축제인 비드콘(Vidcon)[1]에 참가한 MSNBC의 주요 관계자들은 디지털 스트리밍 뉴스의 주요 전략으로 ‘프리미엄 의견 뉴스’를 제시했다.[2] 미국 NBC 방송은 젊은 뉴스 시청층을 끌어들이고자 CBS, ABC, CNN 등에 이어 2019년부터 24시간 스트리밍 뉴스 채널인 〈NBC News NOW〉를 방송하고 있다.[3] 그리고 스트리밍 뉴스에서는 사실(팩트) 기반의 전통적인 스트레이트 뉴스보다는 이슈에 대한 의견을 토크로 풀어내는 뉴스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현상의 이면엔 무엇이 있을까? 미국 네바다주립대학교(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 레이놀즈저널리즘스쿨(Reynolds School of Journalism)의 시저 앤드루스(Caesar Andrews) 교수[4]는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미국 사회는 객관적이거나 중도적인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양당 체제가 확고하다. 싫어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싫다’가 아니라 ‘거짓말쟁이,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뉴스를 본다.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이다. 미국인들은 10대 시절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그룹을 짓는다. 최근 들어 이민자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쟁, 젠더 이슈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일치(matching)하는 뉴스를 찾고 있다. 이제는 저널리스트들이 뉴스를 보도하면서 단순히 팩트만을 보도하는 시대가 아니다. 사람들은 팩트를 넘어서길 원한다. 저널리스트들이 뉴스에 주관적 관점(perspective)과 통찰력(insight)을 더할 수 있고, 의견(opinion)과 해석(interpetateion)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

앤드루스 교수의 진단은 미국 사회와 미국 뉴스, 미국 뉴스 시청자에 관한 것이지만, 국내 상황에 적용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매체의 폭발적 성장과 더불어 정치적 갈등, 젠더 이슈 등 사회·문화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토크 뉴스들이 성장하고 있다. MZ세대는 물론이고, 586세대나 노년층도 과거보다 다층적으로 분화되고 있고, 다양한 잣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기존의 정통 뉴스와 토크 뉴스 가운데 어느 쪽이 저널리즘 관점에서 옳고 그른지, 어느 쪽 시청자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저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사람들이 원하는 뉴스가 토크 뉴스인 것이다.

 

이름이 걸린 뉴스 ; 앵커 중심의 차별화


토크 뉴스들은 뉴스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우선, 토크 뉴스가 활발해지면 뉴스에서 앵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미국의 뉴스 쇼와 지상파 심야 토크 쇼 등에서 살펴본 것처럼, 뉴스를 자신의 관점으로 분석을 하든, 뉴스메이커와 대담을 하든 토크 뉴스 형식의 중심은 결국 앵커가 된다. 미국의 뉴스 프로그램들은 지상파 뉴스와 케이블 TV 뉴스, 스트리밍 뉴스 모두 앵커 중심으로 짜여 있다. 뉴스 제목부터 앵커의 힘이 느껴진다. 지상파 메인 뉴스의 이름에 모두 앵커의 이름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지상파 메인 뉴스의 이름은 ABC 〈월드 뉴스 투나잇 위드 데이비드 뮤어(World News Tonight With David Muir)〉, NBC 〈나이틀리 뉴스 위드 레스터 홀트(Nightly News with Lester Holt)〉, CBS 〈이브닝 뉴스 위드 노라 오도넬(Evening News With Norah O’Donnell)〉이다. 케이블 TV는 좀 더 앵커의 이름이 도드라지는데 〈레이철 매도 쇼(The Rachel Maddow Show)〉, 〈터커 칼슨 투나잇(Tucker Calson Tonight)〉 같은 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SBS 〈8뉴스〉, TV조선 〈뉴스9〉, JTBC 〈뉴스룸〉, 채널A 〈뉴스A〉, MBN 〈뉴스7〉 등으로 앵커가 아닌 프로그램 자체가 강조된다. 아무리 유명한 앵커라도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 이름을 단 적이 없다. 미국과는 다른 문화적인 차이도 있고, 방송 뉴스의 공공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앵커를 특별히 부각하거나, 관점을 드러내는 일이 금기시돼 왔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감시 눈초리도 매섭다.

그러나 토크 뉴스가 성장하면서 최근 TV와 라디오,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방송되는 뉴스들 가운데 앵커 중심의 포맷이 많아지고 있다. TV의 경우 예를 들면,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이 방송되고 있다. 라디오는 예전부터 앵커 중심이었는데, 최근 시사 토크 뉴스들이 각광받으면서 각 방송사마다 진행자 이름이 붙은 시사 프로그램 하나씩은 다 생겼다. 특히 고정적인 시청층과 팬덤이 중요한 유튜브 채널, 또는 라이브 스트리밍 뉴스들은 진행자 이름을 내건 방송들이 많다. OTT를 통한 스트리밍 뉴스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주요 방송사들이 스트리밍 뉴스를 강화할수록 앵커의 이름을 달고, 앵커가 중심이 되는 뉴스 프로그램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앵커 중심의 토크 뉴스는 자연스럽게 뉴스 프로그램의 특화로 이어진다. 앵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수와 진보 색채가 강해지면서 논란이 발생할 여지는 있지만, 비슷한 뉴스를 비슷하게 보도하는 뉴스 프로그램의 틀을 깰 수 있다. 뉴스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청자들은 신뢰감을 주는 앵커, 자신이 좋아하는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를 더 찾게 된다. 앵커 중심의 특화에 성공한 뉴스 프로그램은 TV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했던 JTBC 〈뉴스룸〉이 있고, 라디오에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표적이다.

JTBC 뉴스룸은 미국식으로 하면 〈JTBC 뉴스룸 with 손석희〉또는 〈손석희의 뉴스룸〉이라고 할 만하다. 뉴스룸은 기자 리포트에 의존했던 기존 뉴스 보도 시스템에서 벗어나 뉴스메이커와의 라이브 인터뷰나 취재 기자 라이브 연결의 비중을 높였다. 이런 형식은 앵커의 발언과 개입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고,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TV 뉴스와 다른 지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기자의 리포트나 게이트 키핑을 거치지 않고, 뉴스메이커나 취재원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전달한다. 유튜브 경제 토크 뉴스인 삼프로TV는 세 명의 진행자에 대한 신뢰와 인기에 기반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경제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라이브 토크 ; 전문성의 강화


토크 뉴스의 매력은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다. 라이브이기 때문에 토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실시간 스트리밍 시대에는 라이브 뉴스가 경쟁력이 있다. 토크 뉴스는 뉴스를 보도하고 사람들이 소비하는 데 있어서 라이브 인터뷰나 라이브 연결의 비중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TV와 라디오, 유튜브에서 라이브 토크 뉴스가 많아지면서, 지상파 메인 뉴스들도 더 이상 기자 리포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앵커나 기자가 특정 이슈를 이야기하듯이 설명해 주거나 취재 기자와 뉴스메이커가 라이브로 출연하는 일이 늘고 있다. 뉴스에 있어서 라이브 토크는 전문성과도 연결된다. 미리 만들어 놓는 리포트 형태의 뉴스는 취재 기자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해도 기사를 쓰고 보도를 할 수 있다.

반면 라이브 토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앵커는 물론이고 기자나 출연자의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깊이가 없으면 앵커와 출연자가 서로 약속된 몇 마디만 주고받다가 그치게 된다. 정보를 얻는 루트가 많아진 요즘은 시청자들도 이를 잘 알아챈다. 기자 리포트에 등장하는 15초 안팎의 인터뷰에서는 모두가 다 전문가이지만, 15분 라이브 토크에서는 진짜 전문가만이 살아남는다.

미국의 라이브 뉴스 쇼들에서 정치부를 오래 경험한 기자나 전·현직 유력 정치인들이 해설가 또는 아예 진행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적인 유명세도 있겠지만, 전문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라이브 토크 뉴스가 성장할수록 앵커와 기자들은 전문적 지식과 충실한 취재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스타 앵커와 스타 기자가 되려면 전문성이 보다 중요한 덕목이 되고, 저널리스트들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뉴스의 품질도 높아진다.
[1]
2022년 6월 22~25일 미국 캘리포티아 LA 애너하임컨벤션센터(Anaheim Convention Center)에서 열렸으며, 메타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서비스 기업, 유명 크리에이터와 유튜버, 그리고 팬들이 참석해 성황리에 개최됐다.
[2]
한정훈, 〈VIDCON 2022 참가기 비드콘을 통해 본 뉴스의 미래: 뉴스 크리에이터, NBC뉴스,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혁신〉, 《신문과 방송》, 2022. 8., 87~93쪽.
[3]
Sara Fischer, 〈NBC News launches streaming service to lure young viewers〉, Axios, 2019. 5. 30.
[4]
앤드루스 교수는 미국 디트로이트 유력지인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Detroit Free Press)》의 편집국장을 지냈다. 그가 편집국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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