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치 못한 보수주의자

1월 10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15번의 투표 끝에 미 하원 의장이 선출됐다. 배후엔 트럼프가 있다.

  • 케빈 매카시 미국 공화당 원내 대표가 미 하원 의장에 선출됐다.
  • 취임사에서 이민, 부채 상한, 대중국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 트핵관을 중심으로 상·하원의 여야 합의는 비포장 도로를 달릴 것이다.

BACKGROUND_ 하원
미국의 양원제는 상원(United States Senate)과 하원(United States House of Representatives)으로 이뤄진다. 상원 의원 임기는 6년이지만 하원 의원의 임기는 2년이다. 118대 기준 하원은 434석(공석 1석)으로 구성돼 있다. 임기가 짧고 인원이 많은 탓에 하원 의원이 주목할 만한 영향력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의장은 다르다. 대통령과 부통령(상원 의장) 다음으로 미 서열 승계 3위로 꼽힌다. 말 그대로 하원의 스피커(speaker)가 되어 의제를 정하고 입법 업무를 감독한다. 위원회 의장 및 의원을 임명하는 원내 구성 권한도 갖는다.
KEYPLAYER_ 매카시
중간 선거 이후 펠로시 체제는 막을 내렸고 세간의 관심은 차기 의장 후보 매카시에 쏠렸다. 65년생 9선 하원 의원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는 2002년 캘리포니아주 하원 의원으로 정계에 진입 후 원내 대표를 거쳤다. 현지시간 1월 7일 55대 미국 연방 하원 의장에 당선됐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데 목소리를 키우며 트럼프 키즈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나 의사당 난입 사태의 책임을 트럼프에게 돌리며 공화당 내에선 온건파 혹은 충분치 않은 보수주의자로 낙인 찍혔다.
NUMBER_ 15
하원 의장 당선의 조건은 과반 득표다. 실패할 경우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투표한다. 15번의 재투표 끝에 매카시는 현지시간 1월 7일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1월 3일부터 5일에 걸쳐 진행됐다.
  • 1~11차 투표 ; 매카시는 200~203표를 얻었다.
  • 12차 투표 ; 매카시는 213표를 얻으며 처음으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212표)를 넘어섰다.
  • 15차 투표 ; 총 434명의 하원 의원 중 여섯 명이 기권하며[1] 총 의석 수가 428석이 됐다. 216표를 득표한 맥카시는 가까스로 과반을 따냈다.

CONFLICT_ 트럼프 키즈
갈등의 화신은 자당이었다. 일명 트럼프 키즈로 불리는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는 미 공화당 내 강경 우파 하원 의원 모임이다. 매카시가 바이든 정부에 대응할 만큼 강경한 보수 인재가 아니라는 자당 내 평판을 주도했으며 특히 맷 게이츠(Matt Gaetz) 의원은 하원 의장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지목하기도 했다. 15차 재선 끝에 매카시가 당선될 수 있던 이유로 프리덤 코커스와의 물밑 협상을 시도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심야 전화를 돌리며 화력을 보탠 덕이라는 분석이 주도적이다.
MONEY_ 1조 7000억 달러
매카시 체제로의 전환은 야당과 백악관의 예산 갈등을 본격화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말 1조 7000억 달러의 미 2023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10월 1일 회계 연도가 시작한 뒤 본 지출안이 여야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세 달의 시간이 걸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출안의 상하원 통과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이 함께 일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 위시했으나 매카시 당시 하원 공화당 대표는 해당 지출안이 “내가 의회에서 본 가장 수치스러운 법안 중 하나”라 칭했다.
STRATEGY1_ 국경
“우리의 국경을 지켜야 한다(We must secure our border).”
  • 매카시는 1월 7일 취임 선서에서 이민 정책의 칼을 뽑았다. 새 의회에서 가장 먼저 개최하는 청문회는 미국의 남부 국경에서 열겠다고 밝혔고 가장 시급한 의제로 이민 정책 개혁(reform)을 꼽았다.
  •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틀 뒤 종료 예정이던 타이틀42(Title 42)[2] 정책의 기한을 연장했다. 텍사스 엘패소를 비롯해 국경을 넘어 미국에 입국하는 인구가 단시간 급증하며 취한 조치였다. 바이든은 1월 5일 타이틀42 확대 방침[3]을 밝혔고 취임 이래 처음으로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을 방문 중이다. 매카시의 이민 정책 개혁은 바이든 정부의 이민 유화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고조에 달할 때와 맞물릴 것이다.

STRATEGY2_ 중국
“중국특별위원회(a select committee just to investigate China)가 출범한다.”
  • 2022년 미중 관계엔 살얼음이 서렸다. 8월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며 미중 간 긴장이 감돌았고 하반기엔 미국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사상 최초로 중국 당국의 개입 없이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의 회계 감사를 시행했다. 12월 중순, 미국 상·하원은 일명 틱톡금지법에 대한 초당적 발의안을 예고하며 바이트댄스 견제를 공식화했다.
  • 차이나 리스크는 매카시가 의원 시절부터 주목한 의제다. 2020년 5월 하원 출범 당시 초당적 위원회 구성을 시도했고, 민주당과의 협의 실패 후엔 자체적인 차이나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매카시는 이번 중국특별위원회를 통해 중국으로 유출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다시 가져오는 것과 더불어 중국의 지식 재산권 절도, 중국산 펜타닐 유입, 코로나19 종식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RISK_ 부채와 협상
  • 부채 ; 미 재정 적자는 몸집을 불려 왔고 의회는 2021년 2월 정부 부채 한도를 31조 3810억 달러로 상향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부채액은 이미 31조 345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는 2028년까지 매년 1조 달러 재정 적자를 예상한다. 부채 상한이 늘지 않는다면 올해 9월부터 연방 정부 셧다운은 불가피하다.
  • 협상 ; 예상치 못한 접전으로 마무리된 지난해 중간 선거 이후[4] 여야의 입장차는 더욱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백악관은 초당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공화당은 한도 상향의 대가로 복지를 비롯한 지출 삭감을 요구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국세청 지원 무효화를 공언한 상태다. 이번 하원 의장 선거에선 소수의 강경파가 당락을 결정했고, 이는 향후 어떤 의제에서도 양당 간 협의가 간단치 않을 것을 시사한다. 양당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미국의 재정 참사는 11년 만에 반복될 수 있다.

EFFECT_ 한국
  • IRA ;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표 당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위축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렇다면 바이든발 IRA의 축소를 요구하는 매카시의 당선은 국내 산업에 호재로 작용할까? 공화당이 IRA 법안에서 개정을 요구하는 두 가지 핵심은 대기업 증세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정책과 메디케어 등의 큰 정부 지향으로, 한국이 직접적으로 발을 걸치고 있는 산업과는 상관 관계를 찾기 어렵다.
  • 대북 ; 외교·안보 또한 의회 초당적 사안으로 작용하는 탓에 매카시의 당선이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다. 다만 강경한 대중·대북 정책을 요구하는 공화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한국의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INSIGHT_ 트핵관
  • 당선 직후 매카시는 “누구도 트럼프의 영향력을 의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매카시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보호막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극우파로부터 ‘온건 우파’ 프레임이 씌워지며 트럼프와의 관계 설정에 애를 먹었고, 중간 선거 직전 트럼프의 지지 선언을 등에 업고도 공화당 극우 세력으로부터 열네 번의 선거에서 외면받았다. 선거가 끝난 지금도 프리덤 코커스는 매카시에게 의장 해임안 제출 조건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5]
  • 트핵관이 되지 못한 매카시를 스피커로 만든 것도, 그 자리를 흔드는 것도 공화당 내 트핵관이다. 매카시는 취임사를 통해 이미 바이든 정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온건 우파의 이미지를 씻어 내기 위해서라도 매카시는 바이든 정부에 강하게 반기를 들 것이며, 트핵관이 되기 위한 노력은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다.

FORESIGHT_ 2024
  •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모두 2024년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와중, 신흥 보수의 아이콘이 부상하고 있다. 제2의 트럼프로 불리는 론 드산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다. 낙태와 동성애, 인종주의와 같은 문화 전쟁을 무기 삼아 플로리다 보수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난해 재선에 압승하는 성과를 보였다.
  • 트럼프의 마음은 급하다. 트루스소셜은 오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트럼프그룹은 세금 사기 등 17개 범죄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을 받았다. 재선에 실패한 3선 도전자에 대한 미국민의 여론은 차갑다. 트럼프는 제2의 트럼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번 하원 선거의 당락을 결정한 하원 극우파와 고금리 미국을 좌우하는 굵직한 안건들을 다룰 매카시의 행보는 트럼프 재선 도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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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 하원 규정에 따르면 특정 후보 이름을 말하지 않고 “재석(present)”을 외칠 시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불법 입국자 추방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됐다. 타이틀42 종료에 따라 이민 유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치솟았고 그 결과 국경에 이민자가 몰렸다.
[3]
기존 제재 대상 범위를 멕시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에서 니카라구아, 쿠바, 아이티 출신 이민자로 넓혔다.
[4]
〈2022 중간 선거 결과(12월 7일 최종)〉
상원 ; 공화당 49석 vs 민주당 51석
하원 ; 공화당 222석 vs 민주당 213석
[5]
공화당 극우 세력은 매카시 당선의 조건으로 해임 안건 제출(motion to vacate the chair) 조건 수정을 요구했다. 현 하원 규정에 따라 하원 의장 해임안은 지도부만 제출 가능하지만, 개별 의원도 이를 제출할 수 있도록 규칙 변경을 주장한 것이다. 매카시는 해임안 제출 기준을 의원 다섯 명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으나 강경 세력은 또 다른 수정안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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