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로운 오존층

1월 12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오존층이 돌아온다. 우리는 건강해진 오존층에게서 무얼 배워야 하나?

  • 지구의 오존층이 향후 40년 이내에 완전히 복구된다.
  • 인간이 바뀌면 지구도 변한다.
  • 두꺼워진 오존층을 출발 삼아 우리는 다시 건강해진 지구를 바랄 수 있을까?

Minimum ozone levels from 1979 to 2013 ⓒNASA
DEFINITION_ 오존층

1966년, 영국의 남극 탐사대가 남극 대기권의 오존층에서 거대한 구멍을 발견한다. 지구의 변화를 관측하는 인공위성들은 이 오존의 구멍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지를 꾸준히 보고했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오존층은 전 지구가 해결해야 할 기후 위기의 주요 의제가 됐다. 오존층은 지구 대기 상층 2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 사이에 있는 공기층으로, 태양의 자외선을 차단해 지구의 생물을 보호한다. 식물의 엽록소를 지키고, 가축을 암으로부터 보호한다. 바다의 플랑크톤을 보호해 수중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오존층 파괴의 주범은 에어컨, 냉장고 등에 쓰이는 냉매제인 프레온가스로 지목됐다.
KEYPLAYER_ 기술

문제 인식과 의제 형성 과정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었다. 인공위성은 즉각적으로 오존층 파괴 속도를 알렸고, 각종 기업들은 프레온가스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 인공위성 ; 지난 1월 9일 지구에 추락한 미국의 지구관측위성인 ‘ERBS’도 오존 복구를 도운 하나의 히로인이었다. 1984년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에 실려 발사된 ERBS는 2005년까지 지구가 태양의 에너지를 어떻게 흡수하고 복사하는지 조사했다. ERBS의 데이터 덕분에 프레온가스 종식의 시작인 몬트리올 협정은 구체적인 의제를 형성할 수 있었다.
  • 대체품 ; 가장 널리 쓰였던 프레온가스의 대체품은 ‘수소불화탄소(HFC)’로, 1990년대 초부터 상업화된 냉매다. 수소불화탄소는 오존층을 파괴하지는 않지만, 강력한 온실가스에 해당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하나의 원인이다. 최근에는 천연 냉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HFC, 대기 중 잔존 기간이 낮은 HFO 등이 다음 세대의 냉매제로 주목받고 있다.

BACKGROUND_ 몬트리올 의정서

1987년 9월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는 프레온가스와 할론 등의 오존층 파괴 물질에 대한 사용 금지와 규제를 약속했다. 1989년부터 발효되기 시작한 몬트리올 의정서에는 현재 200여 개국이 가입돼 있다. 몬트리올 의정서의 힘 덕분일까? ‘UN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오존층 파괴 물질의 99퍼센트가 제거됐다. 몬트리올 의정서가 매년 약 200만 명의 사람을 피부암으로부터 구해낸 셈이다. UN은 몬트리올 의정서를 “모두의 협력을 보여준 가장 위대한 기후협약”이라 평가했고, “국제적 행동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STRATEGY_ 글로벌 거버넌스

몬트리올 의정서는 글로벌 거버넌스 덕에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기후 위기 대응에서 항상 이슈화됐던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은 기술과 다자 기금 형성을 통해 해결했다. 이때, 개발도상국이 의정서를 준수할 의무는 선진국의 기술과 자금 지원과 연결돼 있었다. 선진국의 제대로 된 지원이 이행돼야만 개발도상국이 규제 조치를 따르게 되는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또한 재정 및 기술 지원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 개발도상국은 당사자 회의에 이를 회부할 수 있다. 다양한 장치는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게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오존층 파괴를 막겠다는’ 일념 아래에서 힘과 돈을 공평히 배분했다.
EFFECT_ 꺾이지 않는 마음

환경 문제에 대한 희소식은 드물다. 성공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힌트를 선례에서 찾기 어렵다. 그래서 오존층의 복원은 귀중한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 오존층 파괴의 원인을 밝혀낸 대기 화학자 수전 솔로몬(Susan Solomon)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대응해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세 가지 요소를 제안했다. 개인의 문제이며, 인지 가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이 있을 때 대중은 거대한 환경 문제에 반응한다. 오존층의 파괴는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지속적인 미디어 노출은 사라지는 오존층이 암 유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걸 알렸고, 점차 커지는 오존홀(Ozone Hole)의 시각 자료는 경각심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냉매 가스와 에어로졸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오존층을 지킬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는 실질적인 힌트가 될 뿐 아니라 의지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올바른 방향을 향한다는 신념과 행동으로 인한 가시적인 결과가 만날 때,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태어난다.
RECIPE_ 단합

오존층의 문제는 다른 환경 문제보다 명확했다. 하나의 원인이 있었고,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덕분에 과학자와 활동가, 국가와 기업 모두 빠르게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프레온가스의 생산 금지로 인해 실질적인 위협을 받은 기업도 없었다. 한국교원대학교 김찬국 교수는 “과학적 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행동과 생활양식에 더 큰 변화가 필요하거나, 이해 당사자의 범위가 매우 넓을 때, 사회 변화의 비용과 이익이 균형적으로 배분되지 못할 때” 변화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오존층은 모두의 문제였고, 가까운 문제였고, 명확한 문제였다.
INSIGHT_ 오존층 바깥

그래서 오존층의 복구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살아 돌아온 오존층은 특별 사례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모두의 문제다. 그럼에도 그 가해와 피해의 절댓값은 공평히 분배되지 않는다.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 ‘3M’은 자신들이 사용한 영원한 화학물질, ‘PFAS’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생명체에게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프레온가스를 개발한 ‘듀폰(DuPont)’은 프라이팬 코팅과 의류 코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PFOA'의 독성 여부를 알면서도 무단 유출한 바 있다. 2007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99.7퍼센트의 혈액 속에 PFOA가 잔존한다. 하나의 기업이 생산하는 물질마저도 해결이 쉽지 않다. 지구 평균 상승 온도 1.5도 미만 유지라는 계획은 글로벌 거버넌스가 위기에 처한 지금 더욱 멀어 보인다.
FORESIGHT_ 지구 전체를 사고하기

과거와 같지 않다. 지금 인간이 지켜야 할 것은 지구의 부분이 아닌 지구 전체다. 세상은 오존층을 지켜낸 전략과 그 이후의 영향을 디딤돌 삼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선행돼야 할 것은 어떠한 것이 나의 문제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플래닛 B는 없다》의 저자 마이크 버너스-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고방식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제안하는 사고방식은 ‘큰 그림의 관점’과 ‘전 세계적인 공감대’다. “우리의 영향권은 지구 전체이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권도 지구 전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마이크의 주장이다. 새로운 사고방식 아래에서는 사라진 유럽의 겨울도, 녹아 사라지는 빙하도 모두 지구에 살고 있는 나의 문제다. 마치 프레온가스와 자외선이 두려워 모두가 움직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는 다시, 새로운 오존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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