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하루
1화

연휴에도 쉴 수 없는 워커홀릭을 위한 하루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달력을 한 장 넘겼을 때 빨간 날을 발견하고 안도하는 사람과 불안해하는 사람. 후자의 경우 워커홀릭 증세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연휴를 앞둔 워커홀릭은 동면 준비를 하는 다람쥐처럼 몸도 마음도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날엔 회의가 있는데? 이때까진 협력사에 기획안을 보내기로 했는데? 함께 일하는 김보보 씨는 갑자기 휴가를 간다네? 이 모든 걸 어떻게 조정하지?
다양한 업무 형태가 생기며 집과 오피스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N잡러 시대가 도래하며 사이드 프로젝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고요. 출근 전부터 업무형 촉수를 곤두세우고, 주말은 점점 성장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들로 채워집니다. 어느새 일과 삶의 철저한 분리보단 매끄러운 조화가 멋있게 느껴집니다.
 
북저널리즘의 워크 관련 콘텐츠를 재밌게 읽은 분이라면, 이번 연휴를 앞두고 설렘보단 긴장감이 앞설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연휴는 평화로운 휴지 기간이라기보단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재택 근무권일지 모릅니다. 워라밸보단 워라인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하루를 제안합니다. 세상을 보는 창구부터 하루를 마무리하는 습관까지, 정신과 마음의 성장을 멈추고 싶지 않은 워커홀릭을 위한 맞춤형 요소들을 추천 드립니다.

아침 ; 마음 세팅


1. 아침을 여는 소식창 ; 〈This Week in Apps〉

여러분은 어떤 창구를 통해 세상을 보나요? 각종 정보와 소식이 쏟아지는 아침, 굵직한 뉴스는 포털 사이트로 접했고 트렌드 관련 뉴스레터도 서너 개 읽은 참입니다. 조금은 전문적인 그렇지만 너무 낯설지 않은 기술 트렌드에 관심이 있다면 〈테크크런치〉의 주간 아티클 〈This Week in Apps〉를 추천합니다. 세계의 주요 플랫폼 관련 이슈를 브리핑합니다. 애플과 넷플릭스 같은 빅테크의 새 소식을 요약하고 데이팅 앱, 가상 화폐 거래소 등 최근 주목할 만한 앱의 성장세도 보여 줍니다. 흥미로운 데이터가 많고 유머나 주장이 과하지 않습니다. 업계 종사자가 아니어도 평소 사용하는 서비스들의 변화를 빠르고 가볍게 스키밍할 수 있습니다.

2. 배경이 되기 위해 태어난 아티스트 ; Joji
ⓒ리플레이LEEPLAY
오늘 일하며 들을 플레이리스트는 고르셨나요? 저는 텍스트 관련된 작업을 할 때엔 가사가 명확한 노래는 불호합니다. 대체로 웅얼거리는 톤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웅얼거림의 대명사 Joji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 카페 배경 음악의 단골 손님이 됐죠. 2018년 ‘Slow Dancing in the Dark’의  파격적인 푸른빛 뮤직 비디오로 유명세를 탄 뒤 〈Nectar〉와 〈SMITHEREENS〉 등의 앨범을 통해 큰 실험 없이 ‘틀어 두기 좋은’ 음악을 꾸준히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Joji의 음악 중 최애는 목소리에서 맑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rain on me’입니다.

점심 ; 활력과 환기


3. 배가 고프지만 졸음이 두려울 때 ; 플랜트
정오로 접어들며 출출해집니다. 작업할 것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거한 식사는 부담스러운데 허기는 달래고 싶을 때 플랜트(PLANT)를 추천합니다. 이미 비건 사회에서 유명한 비건 카페테리아 플랜트는 서울 이태원역과 홍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매장 내부의 공간이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태원점보다는 연남점을 추천합니다. 약밥 식감의 케이크부터 고소한 후무스 샐러드까지, 과하지 않은 메뉴로 빠르게 배를 채우고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작업하기 좋습니다. 계피 스틱을 꽂아 주는 펌킨 스파이스 라떼는 제 최애 메뉴입니다. 작은 말소리에도 집중도가 떨어지는 유형에 속하시나요? 외국인 손님이 많은 매장 특성상 수다 내용을 알아 듣기 어렵다는 게 이곳의 장점입니다.
4. 분노를 가라앉히기 좋은 오후의 리추얼 ; 물멍
ⓒNidinho 2018
문서를 날렸을 때, 와이파이가 끊길 때. 타인과의 소통이 어렵거나 나와의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때. 스트레스의 근원은 다양하고 그 모든 걸 다스리는 건 간단치 않은 작업입니다. 업무 중 스트레스가 과중된다면 잠시 눈시리게 푸른 바닷속으로 시선을 돌려 보면 어떨까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수중을 부유하는 생명을 한동안 바라본다면 우리 머릿속도 그처럼 평안해질지 모릅니다.

5. 체력 관리도 업무의 연장 ; 근린 산책

하루 종일 문서나 에이포용지 위에 시선을 집중했나요? 이제는 허리를 펴고 어깨 스트레칭을 할 시간입니다. 저녁 산책을 좋아하지만 사람 많은 한강도, 왁자지껄한 남산도 피하고 싶다면 지도앱을 켜고 녹색으로 표시된 근린 공원을 찾아 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서 제가 알게 된 곳은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바람산어린이공원입니다. 지대가 높고 유명세를 탈 일이 없어 관광객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언덕배기 공원입니다. 소박한 산스장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곳의 정수는 바로 정상에 위치한 풍차 전망대인데요. 붉은 벽돌 풍차가 포토존으로 마련돼 있으며 전망대 아래로 펼쳐지는 신촌 야경은 낙산공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아득합니다.

저녁 ; 소프트 프로젝트


6. 요리할 힘도 여유도 없을 때 ; 〈램블 부부〉

요리를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의 여유는 사라지고 습관적으로 배달앱을 켜는 생활을 하고 있나요? 원하지 않는 점심 메뉴에 돈을 지불하고 배를 채우는 기분에 쉽게 우울해졌나요? 조리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고 일주일치 끼니 걱정을 덜고 싶다면 〈램블 부부〉의 밀프렙 영상들을 추천합니다. 샌드위치, 월남쌈 등 배부르지 않은 메뉴를 주로 소개합니다. 비건 채널은 아니지만 채식 메뉴가 많고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아래 영상에선 등장하진 않으나, 다수 영상에서 후반부 30초를 남겨 두고 남편이 등장해 아내가 만든 음식을 시식 후 따뜻한 감상을 남기는 것은 〈램블 부부〉 채널만의 매력입니다.
ⓒ램블부부 Ramble Couple
7. 콘텐츠가 되는 여가 생활 ; 뉴스레터

언젠가부터 ‘여가 시간=자기 계발 시간’이 공식화되고 있습니다.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싶다면 뉴스레터가 가벼운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스티비의 〈스요레터〉는 뉴스레터를 잘 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형식은 크게 세 가지, 〈보낸사람:〉, 〈스요일의 꿀팁〉, 〈이달의 스요레터〉입니다. 〈보낸사람:〉은 뉴스레터 창작자를 대화하듯 인터뷰한 콘텐츠인데 저는 이게 사람 사는 이야기 같아 좋아합니다. 나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시작할지 혹은 이미 시작했지만 어떻게 지속할지 고민된다면 스요레터를 추천합니다. 매주 수요일 발송이며 아카이브 페이지를 통해 지난 콘텐츠들을 시간을 두고 읽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북저널리즘 팀도 인터뷰이가 된 적 있답니다.)
8. 하루를 마무리하는 문장 ; 필사

업무와 성장과 자기 계발로 가득찼던 하루를 뒤로 하고 잠에 들 일만 남았습니다. 오늘을 소화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한 방법으로 필사를 추천합니다. 북저널리즘에도 필사를 좋아하는 독자분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필사의 장점은 대입입니다. 그 문장을 만들기 위해 단어와 표현을 고른 사람의 마음을 떠올립니다. 또 눈으로 읽을 땐 지나쳤을 표현을 직접 쓰는 동안 의미를 곱씹게 됩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저는 주로 책의 본문을 옮겨 적지만 필사의 대상이 꼭 책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문 기사일 수도, 드라마 대사일 수도, 오늘 누군가와 대화하다 주고받은 농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일전에 톡스 인터뷰로 연이 닿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의 소셜 미디어에서 봤던 한 줄을 옮겨 적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새해 인사지만 유효한 문장이라 생각됩니다. 바쁘게 짜여진 연휴 속에도, 일과 쉼과 음악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이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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