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착시 현상

1월 18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문제의 데이터 센터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데이터 센터 유치를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 막대한 양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지적된다.
  • 데이터가 무기인 시대의 화두는 보안이다.

BACKGROUND_ 카카오 먹통
어젯밤 본 틱톡 영상도,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날린 트윗도 그 배후엔 데이터 센터가 있다.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고 전달하는 데이터 센터가 국민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일련의 서비스가 마비됐고 초연결 사회는 잠깐의 접속 오류에도 포비아를 경험했다. 데이터 센터를 둘러싼 갈등은 무엇이며 이 시장을 이끌 열쇠는 무엇인가.
DEFINITION_ 데이터 센터
초대형 정보 처리 장치다. 기업의 IT 운영의 핵심을 담당한다. 
  • 서버 호텔 ; 수천 개의 서버가 들어간다. 가정용 라우터(네트워크끼리 연결하는 장치)는 단자 네댓 개면 충분하다. 반면 기업형 데이터 센터의 라우터는 책장 만한 서버 장치 수십 개를 쓴다.
  • 전기 먹는 하마 ; 전력 소모량이 엄청나다. 주로 1)서버를 돌리고 2)열을 식히는 데 쓰인다. 그린피스는 2020년 세계 데이터 센터 에너지 사용량을 연간 1조 9730억 킬로와트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1년 전기 사용량의 네 배에 달하는 양이다.

MONEY_ 268조 원

세계 데이터 산업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각종 업계의 디지털 전환,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 온라인 여가 활동 증가 등의 영향이다. 2021년 세계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약 268조 원으로 추산됐다. 연 평균 13.2퍼센트 성장을 통해 2027년에는 564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2020년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19조 27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 11.3퍼센트 성장을 통해 2027년에는 40조 7783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0데이터산업현황조사


KEYPLAYER_ 아마존·MS·구글
  • 아마존(AWS), MS(애저), 구글(구글 클라우드)이 구축한 데이터 센터는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스태티스타의 2021년 3분기 서비스형 인프라(IaaS)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AWS는 33퍼센트, MS는 20퍼센트, 구글은 10퍼센트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메타, 인텔, 엔비디아 등이 데이터 센터 사업에 몸담고 있다.
  • 한국의 경우 국내 이동 통신 3사가 데이터 센터의 주축을 이룬다. 최근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포털 사업자가 자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이어 세종시에 제2의 데이터 센터 구축을 계획 중이며 카카오는 경기도 안산에 첫 데이터 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CONFLICT1_ 지주 vs 지자체 vs 주민 

데이터 센터 유치를 두고 지주와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입장은 갈린다.

  • 지주 ; 데이터 센터를 가동할 수 있을 만큼의 대용량 전력을 확보한 토지는 드물다. 가격도 그래서 비싸다. 경기도 광주 소재 한 데이터 센터 부지는 수전이 확보되자 호가가 1.5배로 높아졌다. 안산의 한 데이터 센터 부지는 한 평당 2500만 원으로 인근 땅 시세의 세 배 달하는 가격에 거래됐다.
  • 지자체 ; 데이터 센터 유치를 통해 지역 이미지 혁신 및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노린다. 네이버 제2의 데이터 센터 부지 선정을 위한 최종 제안서를 제출한 지자체 및 민간 사업자는 총 96군데에 달했다.
  • 주민 ; 네이버가 제2의 데이터 센터 건립을 추진하던 부지는 세종시가 아닌 경기도 용인시였다. 송전로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성이 제기되며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MS의 네덜란드 데이터 센터 또한 농민 반대에 부딪쳤고 룩셈부르크 지역 사회는 구글의 데이터 센터 건립 계획에 반발했다. 학자들은 데이터 센터의 무해성을 역설하지만 지역 사회에선 기피 시설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CONFLICT2_ 사업자 vs 정부
  • 데이터는 공공재일까? 20대 국회 당시 민간 데이터 센터를 국가 재난 관리 시설로 지정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발표된 바 있다. 당시엔 중복 규제, 과잉 규제, 사업자 영업 비밀 등의 이유로 좌초됐다.
  •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해당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야는 ‘플랫폼 독점’을 화두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을 촉구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이 대국민이 사용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의 데이터 망을 관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1]
  • 해당 개정안은 국내 데이터 센터 사업자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글로벌 사업자와의 마찰 또한 필연적이다. 지난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2]는 위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방송통신사업자와 같은 공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CONFLICT3_ 수도권 vs 지역

데이터 센터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보인다. 고객사와 인재를 유치하기 용이하고 인프라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연구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국내 데이터 센터 중 60퍼센트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29년엔 이 수치가 86.3퍼센트까지 오를 예정이다. 데이터 센터 과밀화는 전력 계통 혼잡, 지역 불균형, 사고 발생 시 인프라 마비 등의 원인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계통 혼잡 평가 제도, 지역별 인센티브 등이 논의된다.


RISK_ 에너지

데이터 센터는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십수 년째 지목된다. 에어컨, 냉각기 등에 고전력을 소비하려니 비용도 많이 든다. 최근엔 Scope 3[3]에 대한 규제가 주목받으며 고객사와 함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책임도 요구된다.

  • 전기 ; 전 세계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은 200테라와트로 추산된다. 세계 전력 사용량의 1퍼센트에 달한다. 세계 전력 소비국 15위(인도네시아, 266테라와트)와 16위(남아프리카공화국, 208테라와트) 사이에 위치한다. 
  • ; 일반적인 데이터 센터는 하루에 약 1100만~1900만 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3~5만 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의 물 소비량과 같다.

STRATEGY1_ 기술 고도화

비용 절감 압박과 환경 단체의 비판은 세계 데이터 센터 사업자가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 재생 에너지 ; 새로운 방식의 전력 생산을 도모한다. 메타는 미국 애리조나에 태양광 전력 기반의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 8억 달러 예산을 투입했다.
  • 워터 포지티브 ; 물을 많이 쓰는 만큼 보충해 놓는다. 수자원의 넷제로 개념이다. 구글은 2030년까지 자사의 데이터 센터가 사용한 물보다 20퍼센트 더 많은 물을 보충해 두겠다고 밝혔다.
  • 파이프라인 ; 관수를 위해 대형 파이프라인을 만든다. 구글은 네덜란드 폐수 처리 공장에서 데이터 센터로 물을 끌어오기 위해 28킬로미터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지었다.
  • 리퀴드 쿨링 ; 액체로 열을 식힌다. 메타는 물이 증발하며 온도가 낮아지는 속성을 이용한 쿨링 시스템을 선보인다. 3M은 하드웨어를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어컨, 냉매기와 같은 기체 냉방보다 효율이 높고 환경 오염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STRATEGY2_ 새로운 부지

에너지 수급이나 발열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땅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 북극 ; 메타는 북극과 가까운 스웨덴 룰레오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건축했다. 룰레오는 겨울 기온 평균 0도 이하이며 한여름에도 25도를 넘지 않는다. 수력 발전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전기 요금이 저렴하다는 것도 이점이다.
  • 사막 ; 데이터 센터 사업자 스위치(Switch)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막 한가운데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데이터 센터를 지었다. 일조량이 많아 자체 전기 생산이 용이하다.
  • 바다 ; MS의 나틱 프로젝트(Project Natick)는 바닷속에 데이터 센터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 2018년 여름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근처 해저에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 센터를 설치했다. 물이 들어올 수 없는 금속 재질의 컨테이너로 제작됐다. 바닷속이라 온도가 낮다. 임대료도 무료다. MS는 해저 데이터 센터가 지상 데이터 센터에 비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4]

INSIGHT_ 오프라인

클라우드 시스템의 도입으로 모든 것은 가벼워졌다. 두꺼운 종이 파일도, 크고 무거운 하드웨어도 사무실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게 구름 위에서 일어나는 것 같아도 데이터는 생각보다 비물질적인 개념이다. 눈에 띄지 않고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한 초대형 서버는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이터 양을 처리하는 데 허덕이고, 기후 위기와 에너지 부족의 직격탄을 받으며, 엄청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우리가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무한하지 않고, 데이터 센터를 둘러싼 갈등이 그 증거다.


FORESIGHT_  보안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러시아발 사이버 공격의 첫 타깃은 우크라이나의 데이터 센터였다. 이에 MS는 작년 11월 우크라이나 정부 및 기관들이 유럽 전역의 MS 클라우드 및 공공 데이터 센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발표했다. 현대 전쟁에서 사이버 공격의 비중은 커졌다. 데이터 센터는 사회 기반 시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터의 중앙 집중화가 강화할수록 보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질 것이며 그 취약성을 보완하는 시스템이 미래 인프라의 화두가 될 것이다.



데이터 보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보안이라는 사치〉를, 사물인터넷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모든 물건이 컴퓨터가 된다면〉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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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이버와 카카오는 부가통신사업자다. 방송통신사업자가 아니다. 그래서 국민 다수의 일상 및 경제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재난 관리·점검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2]
한미 무역 및 통상을 확대, 촉진하고자 설립된 기관이다. 700여 개의 기업 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구글, MS, 아마존 등의 다수 데이터 센터 사업자도 여기 속한다.
 
[3]
국제 사회는 탄소 배출을 세 가지 단계로 나눠 규제한다. Scope1은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탄소다. 기업이 공장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이다. Scope2는 기업에서 간접적으로 배출된 탄소다. 사무실에서 소비한 전기 등이 여기 해당한다. Scope3은 위 두 가지를 제외한 모든 간접적인 탄소 배출을 의미한다. Scope3이 주목받으며 데이터 센터와 같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던 원거리의 간접적인 탄소 배출이 비판받기 시작했다.
[4]
지상의 산소보다 부식성이 덜한 질소에 노출되고, 무인 시스템이다 보니 물리적 오류가 덜했다. 또 풍력과 태양열만으로도 100퍼센트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폐기물 발생이 극히 소량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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