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밖으로 나간 뉴스

1월 20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CNN이 황금시간대에 코미디언을 중심으로 한 ‘뉴스 쇼’를 기획하고 있다. 뉴스는 왜 뉴스룸 밖으로 나가려 하나.

  • CNN이 황금시간대에 진행자로 코미디언을 세우려 한다.
  • 앞서 유료 스트리밍 뉴스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실패를 맛본 CNN의 새로운 계획이다.
  • 뉴스 소비자로서의 시청자가 뉴스 생산을 바꾸고 있다.

BACKGROUND_ CNN의 결심

미국 최초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 CNN이 황금시간대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코미디언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세마포는 CNN 경영진의 말을 빌려 오후 9~11시를 비전통적 성격의 ‘뉴스 쇼(news entertainment)’가 채울 수 있으며 진행자로 트레버 노아, 존 스튜어트 등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히 뉴스의 재미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권위적이라 여겨지는 뉴스 형식을 변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소비자가 뉴스라는 상품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MONEY_ 3000억 달러

CNN의 이러한 시도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고 난 뒤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NN은 2022년 3월 CNN+를 런칭했다. 3년간 3000억 달러를 투자해 유료 스트리밍 뉴스 채널을 준비했다. 한 달에 5달러 99센트를 지불하면, 매일 8개의 오리지널 뉴스와 토크쇼, 다큐멘터리 등을 볼 수 있다. 취재 현장에 나가 있는 전 세계 특파원을 실시간 연결하고, 시청자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포맷을 도입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론칭 후 한 달 안에 가입하면 평생 2달러 99센트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하지만 한 달간 구독자 20만 명을 채우지 못하며 CNN+는 문을 닫았다.
NUMBER_ 52퍼센트

CNN의 유료 구독 모델은 왜 실패한 걸까? 갤럽과 나이트재단의 ‘뉴스 유료 구독에 대한 의견’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2퍼센트가 언론사의 주 수익원은 광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론사에서 좋은 뉴스를 찾았을 때 결제하는 사람은 백 명 중 한 명이었다. 나머지는 같은 내용의 무료 뉴스를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유료 구독 모델은 성공할 수 없는 걸까? 그렇지만은 않다. 같은 조사에서 유료 뉴스를 한 번 경험한 사람들 중 49퍼센트는 향후 뉴스에 값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았다.
KEYPLAYER_ 두 가지 시청자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뉴스는 어떤 것일까? 북저널리즘 종이책 《뉴스, 토크하다》는 뉴스 생산자의 시각에서 지금의 뉴스를 설명한다. NBC 지역 협력 방송국의 멜리사 퍼거슨 보도국장은 엄기영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는 ‘두 가지 시청자(Two viewers)’가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두 가지 뉴스 소비자, 스트레이트 뉴스를 원하는 소비자와 해석을 원하는 소비자다. 전자는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려 주면 판단은 스스로 내리겠다는 것이고, 후자는 앵커나 출연자로부터 뉴스에 대한 해석을 듣기를 원한다. 멜리사 국장은 두 가지 시청자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뉴스를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후자에 해당하는 시청자들은 원하는 뉴스를 찾아 스트리밍으로 향가고 있다.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7월, 미국에서는 OTT 스트리밍 이용률이 처음으로 케이블 TV를 넘어섰다.
ANALYSIS_ 지상파+OTT=케이블?

뉴스의 미래가 무조건적으로 OTT 스트리밍에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패럿애널리스틱스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100대 TV시리즈 중 15편이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였다. 두 가지 시청자는 OTT 스트리밍의 자유로운 문법과 지상파의 정제된 문법이라는 두 가지 수요를 낳는다. 방송 문법은 지상파보다 케이블TV가, 케이블TV보다 OTT가 자유롭다. 케이블TV는 이를 절충할 수 있는 곳이다.
DEFINITION_ 뉴스 쇼

코미디언을 중심으로 ‘뉴스 쇼’라는 형식을 도입하겠다는 CNN의 계획은 절충에 가깝다. 입담 좋은 패널들이 정치 뉴스를 전하는 장면은 미국에서 낯설지 않다. 오랜 시간 미국 TV채널의 심야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정치 풍자 토크쇼다. NBC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  CBS ‘레이트 쇼(THe Late Show)’ 등이다. 모두 코미디언이 진행을 맡고 있으며, 풍자를 통해 정치 뉴스를 소비하고 정치인이 출연하기도 한다. CNN의 계획은 코미디에 정치 뉴스가 활용되던 정치 토크 쇼의 형식을 뒤집어, ‘뉴스’에 코미디를 한 스푼 가미하겠다는 것이다.
REFERENCE_ 더 파이브
‘The Five’: The word ‘aloha’ is now considered ‘culturally sensitive’ ⓒFox News Youtube
최근 미국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프로그램은 폭스 뉴스에서 오후 5시에 방영되는 뉴스 쇼 ‘더 파이브(The Five)’다. 2011년 시작된 방송은 2022년 개편을 거쳐, 메인 앵커 출신과 정치 해설가 등 다섯 명이 공동 진행을 맡고 있다. 각자가 준비한 정치 뉴스를 소개하고 이에 대해 자유롭게 떠든다. 2020년 케이블 뉴스 차트 3위에서 한 계단씩 상승해 2022년 1위를 차지했다. 오후 5시 프로그램이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 파이브’의 성공 요인은 토론에 있다. 공동 진행자들 간의 대화에서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낀 것이다. 뉴스룸에 앵커가 앉아 리드 멘트를 하고, 화면을 건네받은 기자가 15~30초가량의 리포트를 전하는 익숙한 장면이 변하고 있는 배경이다.
RISK_ 연성화

뉴스는 주제와 가치에 따라 경성 뉴스(hard news)와 연성 뉴스(soft news)로 나뉜다. 흔히 정치·경제·사회 분야는 경성, 일상생활과 관련된 이슈는 연성으로 구분한다. ‘투나잇 쇼’, ‘레이트 쇼’는 정치 뉴스를 다루지만, 코미디 쇼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 연성의 경성화에 가깝다. 반면, 뉴스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가되 코미디를 얹겠다는 CNN의 시도는 경성의 연성화에 가깝다. 워싱턴 포스트의 에릭 웸플은 전쟁·지진 등의 재난, 유력인의 사망 사고 등의 속보 발생 시, 경성 뉴스 모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형식은 변해도 뉴스의 역할과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해 CNN은 속보 대처에 능숙한 진행자를 남겨 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NSIGHT_ 삼프로 신드롬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 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공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국내 뉴스 이용자 열 명 중 네 명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 20대 대선은 ‘유튜브 대선’이었다는 말이 있다.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경제의신과함께’의 대선 후보 특집에 폭발적인 관심이 모였다. 전문성을 갖춘 진행자가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이끌어 냈으며 댓글을 통한 소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뉴스, 토크하다》의 엄기영 저자는 OTT의 문법이 적용된 새로운 뉴스 형태는 시청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 말한다. 가공 없는 스트리밍 환경 속에서 진행자는 충실한 취재와 전문성을 요구받고, 이는 뉴스의 질과 연결된다.
FORESIGHT_ OTT 다음의 미디어
  •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를 정보의 밀도와 수용자의 참여도에 따라 핫미디어와 쿨미디어로 나눴다. 수용자가 글자 그대로 이해하면 되는 신문, 책 등은 핫미디어다. 시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사용해 수용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영상은 쿨미디어다. 나아가 댓글 참여를 요구하는 OTT는 쿨미디어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맥루한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모든 미디어는 감각들의 확장이며, 전환의 과정을 통과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시청자는 뉴스만 소비하지 않는다. 스트리밍을 넘어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한다.
  • 뉴스 생산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가디언은 AI로 인용문을 식별해 해당 주제의 이슈의 변화를 파악하고 있으며, BBC는 AI를 활용한 오리엘 프로젝트를 통해 기자가 기사에 적합한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AI가 기자를 보조하는 한편, 전면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국내 주요 언론사는 로봇 기자가 날씨, 주식·부동산 시장 속보를 대응하고 있다. MBN, YTN은 AI 앵커를 선보이기도 했다. 뉴스라는 가장 오래된 형식은 막 변화를 시작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뉴스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뉴스, 토크하다》와《지금의 뉴스》를, 스트리밍의 미래가 궁금하다면《스트리밍 이후의 플랫폼》노창희 저자의 인터뷰 〈스트리밍 콘텐츠, 어떻게 봐야 할까?〉를 추천합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