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와 기술 혼삶의 시대, 기술이 만드는 이웃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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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중식, 김민주, 유지수, 이기훈
에디터 이현구, 정원진
발행일 2023.01.30
리딩타임 73분
가격
전자책 8,400원
종이책 12,000원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나 혼자 산다’고 모두가 ‘잘’ 사는 건 아니다.
1인 가구 천만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은 ‘1인 가구 천만 시대’를 눈앞에 뒀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972만여 세대로 전체 가구의 41퍼센트를 차지한다. 1인 가구에 대한 시선은 저마다 다르다. 예능은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나혼족’으로, 언론은 고독사나 은둔 청년, 혹은 비혼 등의 사회적 이슈로 그려낸다. 기업에겐 새로운 시장일 뿐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1인 가구를 새로운 가족 형태로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1인 가구 폭증은 늘 뜨거운 화두지만 우리는 정말 1인 가구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얼까? 1인 가구가 마주한 문제는 외롭다거나 밥통이 필요 이상으로 크다거나 하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원룸촌에 모여 사는 1인 가구에겐 거실도 공원도 허락되지 않는다. 사람과 만나고 교류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인 가구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다.

1인 가구가 연결되어야 동네가 생기고, 동네가 유지되어야 로컬 나아가 우리 사회가 지탱된다. 서울대학교 사용자 경험 연구실은 대안적 주거 형태인 코리빙 하우스에서 AI 기술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기술’은 1인 가구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열 집 중 네 집이 혼자 사는 시대, 기술을 통해 1인 가구의 더 나은 미래를 그린다.
저자 소개
서울대학교 사용자 경험 연구실은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정보융합학과 소속이다. 2019년 12월 신림동 고시촌에 위치한 셰어 하우스 1층에 1인 가구 연구를 위한 리빙랩을 열었다. 1인 가구의 삶을 데이터적으로 이해하고, 현장에서 찾은 생활 문제 중 일부를 ICT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다. 본 원고 집필에는 이중식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연구원 김민주, 유지수, 이기훈이 참여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프롤로그 ; 혼자 잘 살기 연구소, 2년의 회고

2화. 혼자 사는 사람들
어느새 열 집 중 네 집은 혼족
그렇게 우리는 남이 된다
혼삶 속 문제들

3화. 혼삶을 돕는 기술들
소형화 ; 작아지는 가전제품
효율화와 원격화 ; 한정된 시공간을 넘어
안전한 혼삶을 위하여
혼삶의 연결고리

4화. 대안 주거를 찾아서
쪼개진 방
제3의 공간
‘따로 또 같이’의 문법

5화. 코리빙 하우스 탐방기
쉐어원 신림 ; 가성비 좋은 여성 전용 공간
맹그로브 ; 코리빙 속 웰니스와 게더링
홈즈 스튜디오 ; 기술을 입은 미래형 코리빙
셀립 순라 ; 종로의 아름다움을 담다
테이블 ; 코리빙에 멤버십을 더하다
코리빙의 장단점

6화. 코리빙 하우스와 기술
코크리에이티브 워크숍
스피커 그리드 ; 말로 하는 지식in
이웃감의 재발견
프리핸션 ; 공용 공간 알리미
공간텍스트의 재발견

7화. 에필로그 ; 기술을 통한 새로운 관계 맺기

8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나의 자취방에 여전히 없는 것


에디터의 밑줄

“모두가 지상파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같이 사는 것은 아니다. 혼삶이 아무리 자유로워 보여도 완전한 자유가 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만만치 않다. 막상 가까이서 본 1인 가구의 삶은 바쁘고 고달픈 일과의 연속이었다. 요리, 청소, 세탁, 쓰레기 처리 등 모든 가사 노동을 혼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시촌 언덕은 거대한 벌집 같았다. 1인 가구의 셀cell들로 이뤄진 이 거대한 성은 낮 동안에는 슈퍼 주인과 부동산 사장님만 서성이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들이 지키던 빈 성은 저녁이 되면 퇴근하는 사람들의 행렬로 잠깐 동안 붐비지만 그 분주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각자의 집으로 흩어져 들어간 사람들은 길 밖에 잘 나오지 않았다. 거리에는 삶의 활력이나 대인 간 교류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 현상에는 어떤 특수성이 있을까? 비율도 문제지만 관건은 증가 속도다. 5년마다 약 3~5퍼센트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는 꼴이다. 같은 시기 유럽 국가의 1인 가구 비중이 5년마다 약 0.5~2퍼센트포인트씩 증가한 것에 비하면 매우 가파른 속도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지금 열 집 중 네 집이 혼자 살고 있다는 점이 아니다. 열 집 중 다섯 집이 혼자 사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이다.”

“혼삶 속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새로운 수요로 이어진다. 다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거주 형태가 변했을 뿐 삶의 필수 요소들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사, 치안, 사회적 유대감은 여전히 필요하다. 많은 기업은 이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데, 서론에 말한 것처럼 4인 가구 전용 가전을 단순 소형화한 것부터 시작해 삶 전반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제품까지 있다.”

“1인 가구는 기술과의 분담을 통해 가사에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하고 있는 셈이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공간은 4인 가구에 최적화된 공간을 나눈 것이다. 이미 설계된 주택은 축소되거나 부분 제거된 형태로 1인 가구에 제공된다. 쪼개진 공간에서 1인 가구는 4인 가구와 동일한 삶의 질을 누리기 어렵다.”

“다인 가구에 맞춰 설계된 주택과 도시를 당장 바꿀 순 없다. 법과 제도도 빠르게 변하는 현실을 반영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주거의 개념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이런 시도에서 나온 것이 바로 ‘공유 주거’다.”

“친근함에 중점을 둔 쉐어원 위키의 발화 패턴이 입주민에게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이웃감’을 선사해 준 것이다. 그동안 옆방 입주민과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 없는 한 입주민은 “쉐어원 위키를 사용하며 공동체적 친밀감을 느꼈다”고 했다.”

“프리핸션의 배경이 되는 근본적 문제 의식은 입주민 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었다.”

“스피커 그리드, 프리핸션, 공간텍스트, 총 세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계가 관계를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리빙랩을 2년간 운영하며 얻은 답은 ‘그렇다’이다. 새로운 개인들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관계 기계(relationship machine)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파편화가 만연한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계 맺기’ 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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