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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세종시는 대중교통 무상화를 추진한다. 대중교통을 둘러싼 다른 선택, 이유는 무엇일까?

  •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위한 공청회를 마련한다. 적자 때문이다.
  • 그런 와중에 세종시는 대중교통 무상화를 추진한다. 해외 여러 도시도 그렇다.
  • 대중교통은 불평등 완화, 기후 위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MONEY_ 100원

서울시가 2015년 이후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에 손을 댔다. 이르면 4월부터 서울 지하철·버스 요금이 인상된다. 2022년 말, 서울시는 이미 300원 인상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민생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인상을 늦춰 왔지만, 이를 감당하기엔 운영상의 적자가 심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인상을 앞두고 서울시는 시민단체·시의회·학계 인사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2월 초 진행될 예정인 공청회에는 400원 인상안이 추가됐다. 당초 300원으로 밝혔던 인상폭에 100원을 더한 400원 인상안을 함께 논의한다. 300원이냐 400원이냐, 단순히 100원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그보다 더 큰 논의, 불평등 완화와 기후 위기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BACKGROUND_ 적자

우선 서울시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서울 지하철의 한 해 평균 적자는 9200억 원이었다. 2020년엔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다. 서울 버스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19년 3538억 원이던 적자는 2년 만에 약 두 배가 됐다. 2021년 서울 시내버스 적자는 7350억 원이었다. 이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나섰던 것이 역명병기 사업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33개 역이름을 팔아 118억 원의 이익을 거뒀고, 2021년 역명병기 계약을 위한 입찰을 재개했다. 7호선 논현역이 최고가 9억 원에 낙찰되는 등의 성과를 보이자, 2022년 말 서울시도 버스정류소 이름을 민간에 파는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적자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CONFLICT_ 적자 보전

서울시 대중교통은 어쩌다 적자의 늪에 빠진 것일까? 
  • 준공영제 ; 서울시는 2004년 지자체 최초로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현재 서울시 시내버스 운행 및 차량 관리는 버스 회사가 담당하고, 의사결정 및 책임은 지자체가 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수익성 있는 노선만 운영되는 것을 막고 이동 취약 지역의 노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버스 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 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동시에 지자체로서는 부담이다.
  • 무임수송 ; 고령화로 인해 무임수송 대상 인구가 늘어난 상황이다. 노인복지법은 노인 지하철 무임수송을 제공하도록 하는 임의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지자체 판단에 따라 중단할 수 있지만, 사회적 갈등과 노인층 표심 이탈 우려에 따라 어떤 지자체장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때문에 서울시는 그간 정부에 적자 보전을 요구해 왔지만,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무임수송 손실 지원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RISK_ 줄줄이 인상

현재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서울·인천·대전·광주·부산·제주 등이다. 대중교통 운영난이 서울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차적으로 경기도·인천시가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로 서울과 묶여 있다. 통합환승할인제는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촉진하고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1년 도입됐는데, 이후 20년 동안 세 지자체는 적자 보전률을 두고 갈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요금 인상은 신호탄이 됐다. 인천시가 뒤를 이어 지하철, 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인상 폭은 서울시와 비슷한 수준인 300~400원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객이 가장 많은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전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TRATEGY_ 대중교통 무상화?

지자체는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사업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중교통 전면 무상화 추진에 나선 지자체가 있다. 세종시는 전국 최초로 소득·연령과 무관하게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에 따르면, 2021년 전체 노선 운영비는 608억 원 중 승객이 낸 요금은 174억 원이었다. 나머지 434억 원을 시가 부담했는데, 예산 낭비 요인을 찾아내 승객 부담액까지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게 최 시장의 주장이다. 무상화를 통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자가용의 탄소 배출을 줄여 대기 환경도 잡겠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대중교통의 공공성으로 완전히 방향을 선회했다.
REFERENCE_ 보스턴

대중교통의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는 도시는 미국에도 있다. 보스턴 최초의 여성 시장이자 최초의 아시아계 시장 미셸 우(Michelle Wu)는 대중교통 무상화가 평등과 기후 정의를 위한 것이라 설명한다. 그는 시의원 때부터 대중교통 무상화를 주장했다. 그리고 시장 당선 후, 시범 사업을 진행했던 28번 노선에 이어 23번, 29번 노선까지 무상화했다. 2022년 3월 31일부터 2년간 무상 운행하게 된 세 개 노선은 보스턴시에서 이용객 수가 가장 많은 노선이다. 시의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연방 기금 중 800만 달러, 한화 약 98억 원을 세 개 노선 무상화에 활용한다.
EFFECT_ 효율, 불평등 완화

대중교통을 무상화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 효율 ; 대중교통이 빨라진다. 카드나 현금을 꺼내고, 비용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돌려받는 등 지체되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보스턴 시범 사업에서 28번 버스는 1시간 걸리던 거리를 약 30분 만에 갔다. 나아가 운임을 두고 승객과 실랑이를 벌이던 기사들의 근무 환경 개선 효과도 있었다.
  • 불평등 완화 ; 보스턴 지역의 대중교통 운영을 담당하는 메사추세츠만 교통공사(MBTA)의 조사에 따르면, 세 개 노선 이용객 중 절반 이상이 저소득층으로 분류된다. 무상화를 통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적 취약 계층의 부담을 줄이고 경제적 회복을 돕는 것이다. 또 도시계획의회 MAPC에 따르면 백인보다 흑인이 1년에 64시간 더 많은 시간을 버스에서 보낸다. 무상화된 세 개 노선은 공통적으로 유색 인종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과 시내 중심부를 지난다. 대중교통 무상화는 불평등을 바로 잡겠다는 뜻이다. 

INSIGHT_ 대중교통 중심
  • 이미 많은 국가가 대중교통의 공공성에 주목하고 있다. 스페인과 독일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무료 기차 여행, 9유로 티켓을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한 바 있다. 아일랜드와 오스트리아는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 자가용 운행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하고 기후 티켓을 도입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대중교통 무상화를 단계적·한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무상화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한 의문이 남는 이유다.

  • 한편 세계 최초로 대중교통 전면 무상화를 실시한 나라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룩셈부르크는 10가구 중 9가구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유럽에서 차량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였다. 2020년 이러한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대중교통 무상화를 도입했지만, 자동차 소유는 줄지 않았다. 사람들의 인식까지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되기까지 보다 지속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FORESIGHT_ 세제 개편

대중교통이 아닌 자동차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 유류세 ; 우리나라에서 유류세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인하분을 모두 합쳐 부르는 말이다. 교통세는 2007년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됐다. 그러면서 교정세로 세금의 성격이 바뀌었다. 일명 ‘피구세(Pigou Tax)’로, 영국 경제학자 피구가 제시한 개념이다.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자동차 운행의 부정적 외부 효과로는 온실가스 배출은 물론 에너지 안보 훼손, 교통 혼잡도 포함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전기차나 수소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된다. 또 현재 전기차 시장이 부유층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소득이 적은 사람이 높은 조세를 부담하는 역진성 우려까지 나온다.
  • 자동차세 ; 역진성 논란은 자동차세 전반에 걸쳐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겨지고 있는데, 이러한 기준은 엔진이 작은 수입차가 늘어난 지금 상황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KILF)의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일수록 자동차 가격 대비 조세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운행 비율, 탄소 배출량 등 여러 기준을 포괄하는 방향으로의 세제 개편에 재원 마련의 실마리가 보일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공중전화는 통화중〉을, 모든 시민의 권리인 이동권에 관해 깊이 알고 싶다면 〈지하철을 타는 장애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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