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스는 멤피스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경찰 서장이다. 스콜피온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앞서 BLMGNF가 지적한 ‘반흑인 체제에 대한 동화’ 비판에는 서장의 배경도 작용한다. 데이비스는 멤피스의 자랑이었던 스콜피온의 문제점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그는 예상과 달리 경찰 개혁 옹호론자로
알려진다. 미국에서의 경찰 개혁은 인종에 따른 공권력 행사 및 사법 행정의 불균형을 막자는 게 주요 논의다. 그는 이와 관련한 흑인 법 집행 기관인 ‘
노블(NOBLE)’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20년 상원에서 열린 경찰 개혁에 관한 법사위원회에서 그는 유색 인종에 대한 공권력의 차별적 관행을 질타하며 경찰의 면책권(Qualified-immunity)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니컬스의 유족들 역시 데이비스 서장에 우호적이다. 사건 이후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내부 조사, 가해자 행정 처분, 조직 해산 등을 신속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어떻게 스콜피온을 구상하게 된 걸까?
RECIPE_ 범죄도시
그의 최초 구상은
합리적이었다. 멤피스는 2021년에 300건 이상의 살인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살인율이다. 멤피스에 비해 13배 더 큰 뉴욕시는 같은 기간 살인이 500건 미만이었다. 스트릭랜드 시장은 2022년 1월의 시정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강력 범죄 특히 가중 폭행과 살인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CNN의 최고 법 집행 및 정보 분석가인 존 밀러(John Miller)는 인구의
65퍼센트가량이 흑인인 멤피스의 유색 인종 지역에서 경찰관들이 치안 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데이비스가 취임할 당시 500명의 경찰력이 부족한 상태이기도 했다. 이는 멤피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2020년의 살인율은 2019년보다 28퍼센트 증가했으며 이는 영국, 프랑스, 독일보다 6배, 일본보다는 무려 20배 높은
수치다. 미국의 역사는 자경단에서 시작했기에 원래부터 공권력이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위에 언급한 면책권 등이 과도하게 설정된 이유에는 높은 강력 범죄율도 한몫한다.
REFERENCE_ 킬러 로봇
강력 범죄율의 반작용으로 충격적인 논의도 나온다. 지난 2022년 11월 29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감독위원회는 인명 살상이 가능한 ‘킬러 로봇’의 배치를 허용했다가 시민 단체의 격렬한 발발 속에 일주일 만에 번복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국(SFPD)은 긴급 상황 시 폭발물이 장착된 로봇 등을 현장 배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위험 대상을 제압하거나 무력화할 때, 요새화된 구조물을 뚫을 때 효과적이라는 근거에서였다. 다만 경찰력의 군사화라는 비판을 비껴가지 못했다. SFPD의 요구는 과도해 보이지만 이미 미국 전역에서 이러한 ‘킬러 로봇’은 일부 사용되고 있다. 2016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경찰이 C-4 폭발물로 무장한 로봇으로 저격수 범죄자를 살해한 일도 있었다. 그 저격수는 경찰관 다섯 명을 살해하고 여러 명을 다치게 했다. 미국 정치권은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MONEY_ 370억 달러
정치권의 조치는 경찰 예산 삭감, 경찰 권한 축소, 다양성 확보의 세 방면으로 이뤄졌다.
플로이드 사건 초기에만 해도 이 같은 조치는 미국 사회 전반에서 지지를 받았으나 2020년 이후 증가하는 강력 범죄율과 공화당의 공격에 조지 플로이드 정의 치안법은 명분을 잃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결국 2022년 7월 범죄 해결을 위해 370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고 10만 명의 경찰관을 추가 고용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의 가해자가 흑인이라는 점 역시 다양성 확보에 제동을 걸었다. 게다가 멤피스는 인구의 65퍼센트, 경찰력의 58퍼센트가
흑인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니컬스 사망 사건을 보도하며 시민 단체 ‘컬러오브체인지(Color of Change)’의 라샤드 로빈슨 대표의 말을 제목에 인용했다. “
다양성만으로는 경찰을 바꿀 수 없다.” 공권력에 숨은 편향의 속성을 조명해야 한다는 날 선 비판이었다.
RISK_ 낙인
미국에서 유색 인종의 인권과 범죄율은 일견 상충하는 개념처럼 보인다. 실제 가난한 지역이나 흑인 커뮤니티에서 범죄가 많이 보고되기 때문에 데이비스 서장의 조치가 합리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다만 여기에는 흑인 범죄율의 과대 대표와 스테레오타이핑의 문제가 숨어있다. 글로벌 여론 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미국인의 60퍼센트는 경찰 시스템이 인종 차별적이라 느낀다. 시카고 로스쿨의 연구자 벤 그룬왈드 등에 따르면 흑인 용의자의 범죄는 경찰 페이스북에 실제 범죄 비율보다 더 많이
공유됐다. 이 경향은 일반 여론에서 정치 성향과 결부됐다. 지역 경찰서의 페이스북 게시물 중 용의자가 흑인인 사건의 공유 비율은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높았다. 이러한 낙인 효과는 경찰력을 흑인 커뮤니티에 집중케 하고 더 많은 범죄를 잡아내게 한다. 실제 흑인 남성은 미국 전체 인구의 6.5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미국 교도소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러나 공권력이 정말로 불균형한지를 살피려면 닭과 달걀의 관계 같은 범죄율과 낙인 효과의 과거를 추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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