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이여, 행동하라

2월 8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에 이어 7대 금융지주를 겨냥하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는 무엇을 바꿀까?

  • 고금리 시대, 국내 주요 시중 은행이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 성과급 잔치를 앞둔 은행을 향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 환원을 요구한다.
  • 주주 행동주의는 ‘빚투’로 물든 우리나라에 질문을 던진다.

BACKGROUND_ 수수료 0원 경쟁

밥값, 가스요금, 전기요금, 대중교통 요금까지,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다. 주요 시중은행이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나섰다. ‘수수료 0원’,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라는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신한, KB, NH, 우리, 하나은행이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자발적인 결정만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눈치 보기에 가깝다.
MONEY_ 16조 원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는 2021년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2022년 그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된다. 7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실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16조 원대 순수익을 거두었다고 보고 있다. 전년 대비 13.8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최대 실적은 성과급 잔치로 이어졌다. 기본급에 최대 300~400퍼센트의 성과급이 예정되어 있다.
CONFLICT_ 고금리 시대

하지만 불편한 돈방석이다. 최대 실적 뒤엔 코로나19로 인한 대출 증가와 금리 인상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서민 경제가 고통 받는 시기에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배를 불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여론, 정치권, 금융당국만이 아니다.
RECIPE_ 주주 환원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7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JB·BNK·DGB)에 칼을 빼 들었다. 최대 실적을 주주와 나누라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7개 은행사 이사회에 당기순수익의 최소 50퍼센트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공식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BNK금융이 처음으로 화답했다. BNK금융은 1월 6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약속했다.
KEYPLAYER_ 얼라인파트너스
  • 주주 환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지주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미 골리앗을 무너뜨린 바 있다. ‘이수만 없는 SM엔터테인먼트’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이자 대주주로 쏠려 있는 SM 체제 개편을 요구하는 소액 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이수만으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을 이끌었다.
  • 은행권은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7대 금융지주 주주들의 총 규모가 최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대주주가 없어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 불리는 은행권에 ‘주인은 주주’라는 명백한 사인을 보내고 있다.

DEFINITION_ 주주 행동주의

주주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 행동주의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의의가 있다. 기업이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인 ESG 중 G(Governance·지배구조)에 해당한다. E(Environmentel·환경)는 전 세계적인 어젠다가 됐고, 미닝 아웃으로 대표되는 MZ세대를 주목하는 기업은 S(Social·사회)까지 신경을 쓴다. 하지만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SM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한 얼라인파트너스의 사례가 국내 주주 행동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기도 하다.
ANALYSIS_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렇다면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 다음 타겟으로 국내 7대 금융지주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는 국내 금융주가 “너무 싸고, 고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주에게 배당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투자금 대비 이익률이 낮고, 이 점이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 시장가치비율 ; 주식 투자의 기본 지표로, 기업이 창출한 이익 중 주가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나타낸다. 주가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이 대표적인데, 둘 다 낮을수록 해당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해석한다. 국내 금융주는 평균적으로 PBR 0.3배, PER 3.1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해외 은행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 국내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말한다. 남북관계라는 지정학적인 요인도 있지만, 불투명한 지배·배당 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RISK_ 기업 사냥꾼

일각에선 얼라인펀드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를 향해 ‘기업 사냥꾼’이라 칭하기도 한다. ‘소액주주는 선, 대주주는 악’이라는 프레임에 대한 우려다. 자칫 무리한 요구가 기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8년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에 고배당을 요구하고 경쟁사 대표를 사외이사 자리에 추천했다가 주주의 지지를 얻지 못해 철수한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는 해외 펀드들이 만들었던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NSIGHT_ 빚투 사태

주식을 구매한다는 것은 투자 수단 이전에 권리를 갖는다는 뜻이다. 미국 주식의 경우 주주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재산권으로서 주식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주식은 구매 후 오르길 바라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회적 문제가 됐던 ‘빚투(빚 내서 투자)’ 사태도 마찬가지다. 투자, 그 이후의 과정이 없었다.
FORESIGHT_ 전환점

주주 행동주의에 앞장선 나라가 있다. 일본은 2010년대 중반부터 주주 행동주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그 결과 일본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225개 종목의 평균지수인 ‘닛케이225’는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포켓몬고’ 성공 뒤에도 주주 행동주의가 있다. 행동주의 펀드 오아시스는 닌텐도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지속적으로 모바일게임 출시를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포켓몬고의 성공은 닌텐도의 가치를 제고했다. 일본의 주주 행동주의는 시행착오를 겪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제 시작된 한국의 주주 행동주의는 주식 투자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카카오와 SM의 라춘댄스〉를, ‘코인 빚투’ 탕감 논란이 궁금하시다면 〈빚투도 리콜이 되나요?〉를, 빚투·영끌 뒤에 숨겨진 금융이해력에 관한 논의가 궁금하다면 〈부자 아빠가 필요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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