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그 이후

2월 10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챗GPT와 MS 합작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지금의 소동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건 아닐까?

  •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한 검색 엔진 ‘빙’을 공개했다.
  • MS에 맞서 구글도 AI챗봇인 ‘바드’를 발표하며, 이를 검색 엔진과 통합해 일반 대중에게 공개할 것이라 밝혔다.
  • MS와 구글의 AI 전쟁은 완전히 새로운 인공지능 시대의 시작일지 모른다.

BACKGROUND_ 공식 파트너십

지난 1월 23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다. MS는 2019년부터 오픈AI에 투자를 이어왔다. 투자 금액은 100억 달러, 12조 원에 달한다. 공식 파트너십 발표는 그간의 투자를 대중이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내놓을 것이라는 선언에 가까웠다. 지난 2월 7일 새단장을 발표한 검색 엔진 ‘빙(Bing)’이 그 첫 결과물이다. MS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AI를 신기술 플랫폼으로 민주화하려는 공동의 야망을 중심으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NEWS1_ 빙

현재 빙의 시장 점유율은 처참하다. 구글에 이은 2위 검색 엔진이지만 점유율이 채 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빙이 챗GPT를 통해 구현한 것은 당초 챗GPT가 구글을 위협하리라는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용자가 빙을 통해 대화형으로 질문을 입력하면, AI는 답을 제공한다. 정보의 ‘출력’ 뿐 아니라 ‘조합과 생성’도 가능해진다. AI 검색창에는 여행 계획을 부탁할 수도, 예상 비용을 물어볼 수도 있으며 그 결과를 이메일의 문법으로 재가공하기도 한다. 검색 경험은 다양해지며 검색 이후의 절차는 간단해진다.
NEWS2_ 바드

MS에 맞서 구글은 자사의 언어 모델 ‘람다(LaMDA)’를 활용한 AI 챗봇 ‘바드(Bard)’를 발표했다. 알파벳의 CEO 순다르 피차이는 람다가 결국 구글의 검색 엔진과 통합될 것이며 수주 안에 일반 대중에게 공개될 것이라 언급했다. 지난 2월 6일, 구글의 바드가 첫 프로모션으로 무대에 올랐다. 당찬 시작이었지만, 해당 프로모션은 알파벳의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증발시켰다. 바드는 ‘제임스 웹 망원경’을 “태양계 바깥 행성의 최초 사진을 찍은 망원경”이라고 답했으나,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사실관계 오류라고 지적했다. 부정확한 답변은 AI챗봇의 근본적 결함이다. 말뭉치의 패턴을 분석해 그 다음 단어를 결정하는 것이 텍스트 모델의 작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들의 답변은 무언가를 확실히 결정하기보다는 확률을 계산하는 것에 가깝다. 빙은 AI 사용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사용자 개개인에게 돌렸다.
ANALYSIS_ 프로메테우스 모델

챗GPT의 기존 한계는 명확했다. 2021년까지의 정보만을 포함하고 있다는 시기의 한계, 무한대의 데이터에서 해당 답안의 출처를 알 수 없다는 신뢰의 한계가 지적됐다. 빙은 두 가지의 한계를 기존 검색 경험의 특성을 활용해 보완했다.
  • 시기적 한계 ; 빙은 최신 기사를 AI 검색 엔진에서 노출할 수 있도록 했다. 몇몇 외신은 빙의 챗봇이 한 시간 전의 뉴스를 반영해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 기반을 두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던 기존 챗GPT에 비해, 빙의 챗봇은 이 부작용을 상당 수준 극복했다.
  • 신뢰의 한계 ; 챗봇이 내놓은 정보의 진위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다는 한계는 출처 표기로 해결했다. 빙 챗봇이 답변을 제공하면, 답변 끝에는 ‘자세히 알아보기’ 링크가 제공된다. 해당 링크를 통해 사용자는 정보의 출처와 진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피드백 역시 제공할 수 있다.
요컨대 AI와 결합한 빙은 간단하고 편안한 검색을 선사하지만, 사용자가 원한다면 직접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검색 여정을 가능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이 결합한 검색 엔진은 기존의 검색 경험 일체를 대체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검색을 폐기하고 새로운 검색을 창조하는 ‘신’이 아닌, 편리한 경험을 가능케 하는 ‘도구’라는 뜻이다. 그들이 정의한 새로운 검색이 ‘프로메테우스 모델’인 이유다.
STRATEGY_ B2B와 개인화

확장은 검색에 머물지 않는다. MS는 개별 기업이 챗GPT의 기술을 사용해 자체 챗봇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콜센터 상담원은 맞춤 제작된 AI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답변을 제안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고객 상담 자체가 자동화된 챗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구글 역시 이와 유사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월요일, 순다르 피차이는 직원에게 내부 이메일을 통해 개발자와 기업이 람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API를 개발 중이며, 이를 곧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들의 B2B 계획은 기업 별 개인화를 겨냥한다. AI 챗봇에 개별 기업의 정보를 투입하고, 인공지능이 이를 학습한다. 데이터를 학습한 챗봇은 곧 바로 기업에 투입된다.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은 세상 전체에 대한 보편적 지식을 넘어 개별적 상황에 맞춘 뾰족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EFFECT_ 워크

챗GPT와 MS의 결합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어쩌면 당장의 일이 바뀔 수 있다. MS는 협업툴인 ‘팀즈’, 인터넷 브라우저인 ‘엣지(Edge)’에도 챗GPT를 통합할 예정이라 밝혔다. 무수한 미래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개개인의 삶을 바꾼 MS의 ‘엑셀’ 역시 챗GPT와 결합할 수 있다. 워드 프로그램과 영상 제작 프로그램에도 인공지능이 덧붙을 수 있다. 아마존 창고의 노조가 벌인 시위가 역설적으로 현장의 변화에서 인간의 필요성을 드러냈다면, 챗GPT와 MS 소프트웨어의 결합은 정보를 가공하고 전달했던 화이트칼라를 위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전통적인 정보의 유통과 생산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 됐기 때문이다.
REFERENCE_ CNET

변화는 진행 중이다. 미국의 기술 미디어 웹사이트인 ‘CNET’은 지난해 11월부터 내부 개발된 인공지능을 통해 조용히 기사를 작성해 왔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기사는 총 77편이었다. 해당 기사들에 대한 편집팀의 검토 결과, 수많은 오류가 발견됐다. 주목할 것은 오류가 아니었다. CNET은 조용히 진행했던 해당 실험의 결과를 밝히며 다음과 같은 표현을 썼다. “AI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실수를 한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었다. ‘인간이 실수하듯, AI도 실수한다. 이를 관리할 데스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방법만 찾으면 된다.’ CNET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가 새로운 미디어의 도래를 가능케 할 것이라 믿는다. 이들은 오류를 사전 방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찾을 때까지 AI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이라 덧붙였다.
FORESIGHT_ 확장 프로그램, AI

새로운 시대의 AI는 다른 소프트웨어와 분리된 단일 개체가 아닌 다양한 곳에 결합할 수 있는 확장 프로그램의 형태를 갖춘다. 글을 쓰는 행위에 펜과 워드 프로그램이 도구가 되듯 인공지능이 결합할 수 있으며, 엑셀의 함수가 복잡한 계산을 자동화하듯, 복잡한 함수는 간단한 자연어 명령으로 대체될 수 있다. 새로운 인공지능 시대의 초입에서 물어야 할 것은 구글과 MS 중 누가 AI 시대에서 승리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아니다. 이미 ‘우위’는 정해졌다. 인공지능을 결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이미 확보한 기업이 소비자를 끌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MS는 운영 체제, 업무 소프트웨어, 이메일과 협업툴 등,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결합 형태의 AI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 격차, 기술 기업간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정보의 생산과 유통, 판매의 수직계열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기존의 기술 유통 문법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상, 목전에 닥친 인공지능의 시대 역시 MS와 구글, 바이두와 알리바바,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대가 될지 모른다. 그리고 몇몇 독점은 새로운 가능성을 억압할 수 있다.
INSIGHT_ 비영리의 가치

혹자는 인공지능의 부상을 흑사병 이후의 르네상스에 비유한다. 흑사병이 인간중심적 세계관으로의 변화를 추동했듯, 팬데믹 이후인 지금이 새로운 시대의 초입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확장된 인공지능의 시대가 모두를 위한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세상은 이미 인터넷으로 상상했던 유토피아의 붕괴를 목도한 바 있다. 2002년 발표된 ‘BOAI(Budapest Open Access Initiative)’ 선언은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말하지만, 소속과 지위, 환경에 따른 데이터 접근의 불균형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 오픈 액세스의 가치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경쟁과 지식, 투명한 유통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 데 있다. 인공지능의 부정확함과 편향을 우려한다면, 택할 수 있는 답은 인공지능을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비영리 기업을 자처[1]하는 오픈AI와 MS는 인터넷이 실패했던, 정보 권력의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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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챗GPT에게 오픈AI가 비영리를 자처하는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오픈AI는 전 세계 사람들이 AI의 발전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그 기술을 대중에게 널리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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