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은 꼼수를 싣고

2월 13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중국 정찰 풍선에 실린 것은 전략인가 실책인가. 중국이 진실 게임을 걸어왔다.

  • 미국과 중국이 정찰 풍선을 놓고 진실 게임을 벌인다.
  • 만약 풍선에 중국의 전략이 담겼다면 중국의 작전은 대실패다.
  • 우리에게 풍선의 정체, 중국의 고의성보다 중요한 것은 모방 위험이다.

NEWS_ 하얀 풍선

중국발 관측용 풍선이 현지시간 2월 2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관측됐다. 미군은 1월 28일부터 알래스카로 들어온 풍선의 경로를 감시하다 이틀 뒤 대서양 상공에서 F-22 전투기로 격추했다. 풍선 잔해 일부는 해상에서 수습됐다. 미국 측에 따르면 풍선은 버스 세 대 크기였고 정보 수집 센서를 작동케 하는 태양광 패널을 달고 있었으며 통신 감청이 가능해 보이는 다중 안테나가 있었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과거부터 이러한 정찰용 풍선을 5대륙 40개국 이상에 보냈다고 밝혔다. 현지시간 2월 10일 미군이 알래스카 상공에서 또 다른 미확인 물체를 격추하며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DEFINITION_ 진실 게임

북한이 모방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미중 갈등은 우리에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문제였지만 앞으로 고래의 행동을 모방한 공격적 어종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수 있다. 중국이 미국 본토에 깊숙이 찔러넣은 백돌은 단순한 미중 갈등의 연장선이 아니다. 이 사건은 세력 균형이 작용하는 진실 게임이다. 국제적으로는 미중 양국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자 중국에 대한 조용한 보이콧을 야기한다. 풍선의 정체와 의도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 없다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때 초읽기에 몰릴 수 있다.
CONFLICT_ 관측과 정찰

밝혀야 할 첫 번째는 풍선의 정체다. 미중 양국은 각자 다른 주장을 편다. 중국은 이 풍선이 민간의 것이고 기후 관측용이며 항로도 우연이라 말한다. 격추에 비판 성명을 내고 잔해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다. 항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미국의 핵미사일 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의 맘스트롬 공군 기지를 지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앞선 발표대로 이 풍선이 정찰용이라 주장한다. 상원에선 청문회가 열렸고 하원에선 중국 규탄 성명을 냈다. 다만 위 발표에서 중국의 안테나, 센서 등의 하부 구조물은 잔해로 회수되지 않았다. 정찰기의 관측 상 정보다. 폭발물 등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발표를 종합하면 일반적 기상 기구와 다른 정찰용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RECIPE_ 성층권

정찰에 풍선을 동원한 이유로는 주로 세 가지가 꼽힌다. 저렴하고, 한 곳에 높이 오래 떠있을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위성은 고해상도 사진을 얻기 어렵고 해를 등지고 관측할 타이밍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 점에서 풍선은 효과적이고 약간의 조향도 가능하다. 일반 전투기보다 높은 성층권에 뜨기 때문에 포획은 물론 격추도 쉽지 않고, 격추하더라도 페이로드가 커 하부 구조물이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정체가 탄로 날 가능성이 적은 것이다. FBI가 일부 잔해를 조사하고 있지만 남은 잔해를 인양해도 완벽히 정체를 밝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첨단 기술이 동원된 드론이나 무인기와 달리 도발 수위에 관한 판단이 애매해지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21세기 군사연구소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낮은 수준의 기술이라 하여 위협 수준 역시 낮은 것은 아니라 일갈했다.
BACKGROUND_ 해빙

풍선이 정찰용이라는 것에는 각계 이견이 적지만 중국의 고의성과 의도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두 나라가 2022년 11월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해빙 무드였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디커플링이 심해졌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에 탈중국을 유도하고 반중국 경제 블록을 구성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2022년 양국의 교역량은 증가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했고 중국도 봉쇄로 인한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정이 필요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중요하다. 사건 이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이 계획돼 있기도 했다. 풍선이 정찰용이라 해도 항로의 고의성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ANALYSIS_ 고의성

중국의 전략으로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정찰기가 남중국해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상호주의를 고려하면 미국은 더 강경하게 반응할 수 없다. 미국 양원과 달리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갈등을 키우지 않겠다 발언했고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오히려 방중 의사를 보였다. 바이든 정부는 과거 트럼프 정부 때에도 중국 풍선이 미국 상공에서 첩보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는데 이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내란을 유도했다면 성공적이다. 한편 시 주석 3기 중국 외교부장에는 왕이를 이어 주미 중국 대사였던 친강이 올랐는데 그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간판으로 불린다. 미국의 걱정과 다르게 친강 부장은 외교부장이 된 이후 유화적 태도를 보여왔는데 안보 면에서는 실리를 취하는 일종의 화전양면 전술을 편 것일 수 있다.
RISK 1_ 조용한 보이콧

중국의 전략은 성공한 것일까? 세계는 조용한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만큼이나 중국과 으르렁댄 호주는 최근 중국에 석탄 수출을 재개했다. 중국은 2020년 호주와 코로나19 발원지 조사를 두고 무역 분쟁을 벌였다. 당시 호주가 석탄 수출을 막아 중국에 최악의 전력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두 나라는 이후 관계 정상화에 열을 올렸고 석탄 수출 재개는 신호탄이었다. 한편 호주 국방부 장관은 현지시간 2월 9일 국방부 건물에 설치된 중국산 CCTV의 철거를 지시했다. 안보 우려 때문이다. 해당 제품은 중국 공산당과 연루된 하이크비전과 다후아라는 기업의 제품인데, 중국국가정보법에 따라 중국 정부에 각종 정보를 제공할 법적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역시 2022년 11월 같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풍선은 솟아올랐지만 중국의 신뢰도는 조용히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RISK 2_ 틱톡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 미디어이자 동영상 플랫폼은 단연 틱톡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 틱톡에 대해 제기된 보안 문제는 일견 트럼프 정부의 전략으로 보였다. 바이든 정부 들어 잠잠하던 틱톡 문제는 2022년 말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미국 양원은 2022년 12월 미국 내 공공 기관의 기기에서 틱톡 설치 및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이미 미국 내 1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틱톡의 영향력을 원천 차단하기란 어렵다. 다만 중국의 신뢰도가 하락할 경우 일반 사용자들의 틱톡 사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풍선 기술에 관여한 기업의 제재가 대중국 투자 제한으로 확대되면 틱톡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막힐 가능성이 크다. 틱톡은 중국 소프트파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틱톡의 위기는 비단 중국 빅테크의 위기가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이다.
INSIGHT_ 자승자박

주요 언론은 대체로 중국의 자승자박이라는 논평을 낸다. 1차로 전략의 실패이며 2차로 대중국 제재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전략이라면 중국의 실책은 판단의 착오다. 미국이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 하에 미국 정부가 프로파간다를 편다며 진실 게임을 걸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곧바로 중국 풍선이 40여 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발표와 함께 반중국 연대를 강화하는 바람에 이는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잔해의 부품에서 제조사를 특정할 수 있게 되면 세계는 중국 기업의 제품과 조용히 연을 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민간 기업의 제품이라며 반발했지만 역으로 이 주장은 중국 기업이 정부의 하수인이라는 걸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글로벌화해야 하는 첨단 기술의 대부분은 정보 통신 기술에 기반한다. 바이두와 같은 기업이 아무리 뛰어난 AI 제품을 내놓더라도 공산당의 그림자를 벗겨내지 못하면 신뢰는 격추당할 수밖에 없다.
FORESIGHT_ 무인기

앞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과 안보적 갈등 관계에 놓인 나라들이다. 세계적으로 무기 체계가 고도화되며 무인항공기(UAV) 역시 전략적으로 쓰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22년 12월에 북한 무인기가 영공에 침범하는 일을 경험했고 처참한 대응을 보였다. 중국의 풍선 도발은 효율성과 전략적 모호성 측면에서 북한의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 저렴한 가격에도 포획이 어려운 무인기 도발이 일상화할 가능성이 있다. 무인기 도발로 북한은 군사적 이득과 동시에 정치적 이득도 얻는다. 지난 무인기 도발 사건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를 지난 정부의 안보 무능 탓으로 돌리며 국론을 분열시켰다. 중국의 풍선은 미국에 심리전을 거는 데 실패했지만 북한의 무인기는 우리나라에 효과적인 심리전을 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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