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운동장
7화

에필로그 ; 한국의 현주소를 돌아보며

2020년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동대문구 퀴어여성체육대회 대관차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기자회견’이 있었다. 동대문구와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이 여성 네트워크가 주최하는 ‘2017 제1회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에 대해 일방적으로 대관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공단은 공사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으나, 행정 오류로 대관을 허가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런데 동대문구와 관리공단의 공시엔 대관 허가 전에 공사 일정이 잡혀 있다는 근거는 없었다.

구청의 관련 담당자는 민원을 핑계로 댔다. 성 소수자들이 체육대회를 한다는 것에 대해 민원이 들어오고 있으며 동대문구청으로부터 미풍양속을 이유로 대관이 취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서 금지하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근거로 동대문구와 공단 등을 상대로 총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현재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현주소다. 트랜스젠더의 공공시설 이용 제한의 근거로 ‘미풍양속을 해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대는 것 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트랜스젠더 A씨의 여성 화장실 이용을 제한한 학원장 B의 국가인권위원회 시정 권고 불복 소송에 패했다. 화장실을 쓰기 어렵다는 민원만으로 이용 제한은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성전환 수술 뒤 법원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결정을 받았다. A씨는 국비 지원을 받아 미용학원과 원생들에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며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원장인 B 씨는 같은 다른 수강생과 같은 건물의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니 다른 층의 남자 화장실을 이용을 권하며 여성 화장실 사용을 제한했다.

A씨는 여성 화장실 이용을 제한받는 차별을 당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여성 화장실 제한은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며 B씨에게 특별인권교육을 수강을 권고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행정법원 재판부는 성 정체성을 근거로 화장실 사용을 제한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B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트랜스젠더가 화장실 사용에서 겪는 불편함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 589명 중 40.9퍼센트에 해당하는 241명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 중 39.2퍼센트에 해당하는 231명은 ‘화장실 이용을 피하고자 음료를 마시지 않았다’고 답했고, 36퍼센트에 해당하는 212명은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화장실 이용을 포기했다’고, 12.2퍼센트에 해당하는 72명은 심지어 ‘화장실 이용을 제지당했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엘리트 선수가 등장할리 만무한 현실이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논의들은 그 자체로도 논란이 가득하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다만 영미권도 우리와 비슷한 단계를 지나왔다. 그리고 숱한 차별과 논란 속에 논란의 도쿄 올림픽에서 로렐 허버드는 탄생했다. 리아 토머스 역시 당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언젠가 논의되어야 할 문제를 짊어지고 국제 스포츠 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 더 발전된 모습으로 트랜스젠더 선수들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트랜스젠더 선수를 스포츠계 안으로 받아들이는 시작과 과정은 분명 트랜스젠더 선수들에게도, 이해관계에 놓은 많은 선수와 스포츠계에도 뼈아픈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성취의 일부다. 우리 앞에 놓일 성취가 아픈 과정 또한 빛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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