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는 스키장

2월 17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겨울은 따뜻해졌고 스키장은 녹고 있다. 겨울의 스포츠는 어떻게 달라질까?

  • 세계에서 가장 큰 아이스 링크가 개장을 못하고 있다. 얼음이 없어서다.
  • 세계의 스키장은 운영난과 환경 단체의 비판에 직면했다.
  • 기후 위기와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은 우리에겐 새로운 레저가 필요하다.

BACKGROUND_ 눈 없는 겨울
지구는 따뜻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인류는 다가오는 5년 동안 기록적인 더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구는 건조해지고 있다. 지난해 초대형 산불이 미국 서부를 강타했고 유럽 전역은 건조한 여름을 겪으며 곳곳에서 가드닝, 세차 행위 등을 제한했다. 기후 변화 속에서 세계 곳곳의 눈이 사라지고 있으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선 모든 경기장에 인공 눈을 깔았다. 눈 없는 겨울의 여가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INCIDENT_ 리도 스케이트장

세계 최대 규모의 스케이트장이 이상 기온으로 위기를 맞았다. 캐나다 오타와주에 위치한 리도 운하 스케이트장이다. 이곳은 얼음 두께가 30센티미터 이상일 때만 민간 개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10~14일 간의 한파가 필요하다. 그런데 올해 오타와주 기온은 예년보다 4~6도 높았고 얼음은 얼지 못했다.


ANALYSIS_ 따뜻한 겨울

동계 스포츠는 날씨, 에너지, 방문객 감소 세 가지 위기에 직면했다. 우선 유럽의 이번 겨울은 기록적으로 따뜻했다. 스키나 썰매를 탈 언덕이 사라졌다. 알프스 산맥이 걸친 스위스, 프랑스 등지의 스키장은 폐장하거나 축소 운영했다. 우리나라 스키장 또한 개장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기온이 낮은 강원 지역에선 10월에도 개장했던 과거와 달리, 올 겨울 대다수 스키장은 12월에 맞춰 개장했다.


 MONEY_ 전력 가격

스키장의 규모는 고스란히 운영비로 이어진다. 전력은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1]지난해 에너지 수급의 난을 겪으며 전 세계적으로 전력 가격은 급등했다. 이에 일본의 하치코겐 스키장은 올겨울 개장 시기를 늦췄다. 프랑스의 발토랑스 스키장은 인공 눈 제조량을 줄이고 난방비를 아꼈다. 알프스 산맥의 일부 스키장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리프트 운행 속도를 늦췄다. 스위스 융프라우를 비롯한 유럽 20여 개의 스키 리조트는 입장료를 10퍼센트 이상 인상했다.


NUMBER_ 145만

사람들이 스키장에 오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 스키 인구는 686만 명을 기록 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후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이용객은 2020년 376만 명, 2021년에는 145만 명으로 급감했다.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판데믹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으나 스키장의 고민은 계속된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만한 인구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CONFLICT_ 환경

기후의 변화로 스키장은 매출을 고민하지만 역으로 환경 오염에 대한 비판을 받는다.

  • ;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스키장 1평 면적의 인공 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630리터에 달한다.
  • 생물 ; 스키장 건설은 나무를 벌목하고 숲을 눈으로 덮는 과정이다. 그곳에 살던 종들은 서식지를 잃는다. 또 인공 눈은 식물 위로 화학 얼음 결정을 형성하며 해를 입히기도 한다.
  • 이동 ; 대부분의 스키장은 도심에서 떨어진 산간 지방에 위치해 있다. 이곳까지 차 혹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여정에서 탄소 발자국이 대거 발생한다.

KEYPLAYER_ 환경 단체
  • 1960년대 월트 디즈니는 미국 캘리포니아 미네랄 킹 협곡에 거대 스키 리조트를 지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 단체 시에라클럽의 강력한 법적 소송이 제기되며 왕국의 꿈은 지체됐고 무려 13년의 분쟁 끝에 이 계획은 무산됐다.
  • 스페인과 프랑스에 걸친 피레네 산맥의 크고작은 스키 리조트들 또한 2000년대 초반 건설 당시 환경 단체로부터 법적 분쟁에 휘말린 바 있으며 이 지적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 우리나라 또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스키장 건설을 두고 국제 환경 단체의 반발에 부딪쳤다

RISK_ 지역 사회

스키는 지역의 겨울 활기를 책임지는 사업이다. 숙박업과 각종 편의 시설, 주변 관광 산업까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된다. 우리나라에서 스키장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원도고 그다음이 경기도다.[2] 스키장의 부진한 실적은 지역 산업의 쇠퇴와 맞물린다. 2018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자연 복원 혹은 현상 유지를 두고도 정선군과 환경 단체 사이 갈등이 빚어졌다.


REFERENCE_ 골프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여가는 스키만의 얘기가 아니다. 넓은 부지를 요하는 골프는 수자원 낭비로 자주 지목된다. 우리나라 18홀 골프장 기준 하루 평균 800~900톤의 물을 사용한다. 전국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약 44만 톤이다. 농약 살포에 따른 토양 오염 또한 골프장이 세계 환경 운동가들의 비판을 사는 이유다. 지난여름 프랑스의 한 환경 단체는 가뭄 시기 관수를 단속하던 정부가 골프장에 예외를 두자, 이에 반발하며 한 골프장의 홀을 시멘트로 메워 버리기도 했다


INSIGHT_ 레저의 기준
  • 세계의 겨울 ; 레저 업계의 어깨는 무겁다. 달라지는 기후에 대비해야 하는 동시에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비판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프랑스 스키 협회 Domaines Skiable de France는 2037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4대 스키 업체 또한 재생 에너지를 적극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250개 스키 리조트가 운영하는 세이브아워스노우는 눈과 관련된 에코 투어리즘 상품을 소개한다. ESG 시대의 여가는 달라지고 있으며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윈터 스포츠 업계가 그 출발선을 끊고 있다.

  • 한국의 겨울 ; 2000년대, 2010년대의 스키는 겨울의 이벤트였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스포츠 혹은 가족 단위 모임을 위한 콘텐츠로서 기능했다. 그러나 눈 위를 달리는 경험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해외 여행은 보편화됐고 체험을 강조하는 공간이 늘며 여가의 선택지는 많아졌다. 청년 인구 감소와 고령화까지 염두한다면, 한국의 겨울 스포츠는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그려야 한다.


FORESIGHT_ 마운틴 투어리즘

지구의 여름은 길어지는 중이며 인공 눈은 무한정 생산될 수 없는 법이다. 세계 스키장은 이미 눈보단 산, 겨울보단 사계절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기온이 서늘한 고산지대의 특성을 내세워 여름 상품을 만들고, 성수기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늘리고 있다. 눈 녹은 스키장의 미래는 하이킹과 캠핑을 비롯해 지형과 지대의 특성에 집중한 마운틴 투어리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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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규모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례로 미국 4대 스키 리조트사 중 하나인 베일리조트의 경우 연간 전력 소모량은 31만 메가와트다. 매년 3만 세대의 가정이 소비하는 전력 양과 맞먹는다.
[2]
상위권을 다투는 대명비발디파크와 하이원스키장, 휘닉스파크 모두 강원에 위치한다. 무주리조트스키장이 있는 전북 무주와 곤지암리조트가 있는 경기도 광주 또한 투어리즘이 강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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