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긴 기록들

2월 24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됐다.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배웠나.

  • 전쟁은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고 우크라이나는 붕괴됐다.
  • 두 나라의 전쟁은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식량·에너지 위기로 번졌다.
  •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진행형이다.

BACKGROUND_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가 처음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전쟁이었다. 관련 뉴스가 비처럼 쏟아졌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사의 현장을 목도했다. 전쟁을 잊은 한국에겐 휴전 중이라는 사실과 평화라는 오랜 가치를 일깨웠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의 영토지만 그 파급은 식량과 에너지 위기를 촉발하며 지구 곳곳의 먹고사는 문제로 스며들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1년,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배웠나. 전쟁의 현재를 살필 때 세계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INCIDENT_ 2022.02.24.

2022년 2월 2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대를 진주시켰다. 사흘 뒤 2월 24일 전면 침공했다. 명목상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및 EU 가입 저지였다.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전쟁은 시작됐다.

  • 2022년 2~3월 ; 우크라이나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한 러시아는 빠른 진압을 예고했으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 방어를 비롯해 초기 항전에 성공했다.
  • 2022년 9월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1] 전투에서 대패했다. 푸틴은 동원령[2]을 내렸다. 점령지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또한 러시아로 합병했다.
  • 2022년 11월 ;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헤르손시를 수복했다. 러시아가 불과 두 달 전 합병한 지역을 점령한 것이다. 푸틴은 조건부 휴전 협상을 제안했지만[3] 젤렌스키는 이를 거부했다.
  • 2023년 2월 ; 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흐무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죽음의 격전지로 불린다. 교통 요충지인 탓에 반 년 넘게 전투를 이어오고 있으며 매일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NUMBER_ 사상·범죄·폭격
  • 9655 ; 이번 전쟁의 민간인 사상자는 2월 22일 기준 9655명, 부상자는 1만 2829명에 달한다. 러시아 측의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으며 누적 사상자는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68000 ; 개전 이래 전쟁 범죄 건수는 6만 8000건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납치, 구타, 감금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이는 트라우마 및 2차 가해로 이어지고 있다.
  • 80000 ; 8만 개 이상의 건물이 붕괴되거나 훼손됐다. 폭격이 집중된 곳은 병원과 에너지 인프라였다. 462개의 병원이 무너졌고 에너지 기반 시설은 255차례 폭격당했다.

MONEY_ 식량과 에너지
  • 식량 ;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 세계를 애그플레이션에 빠뜨렸다. 러시아는 밀 최대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해바라기유 수출국인 동시에 밀, 옥수수, 대두의 주요 수출국이다. 전쟁은 기후 변화와 원자재가 상승, 공급망 차질과 맞물렸고 전 세계 밥상 물가는 폭등했다.
  • 에너지 ; 러시아는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3위 원유 생산국이다.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세계는 러시아산 에너지 보이콧에 돌입했다. 탈석탄을 표방하며 에너지 요금을 올려 왔고, 겨울을 맞은 사람들은 위기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올해 2월 터진 난방비 폭탄이 대표적이다.

CONFLICT1_ 러시아 vs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수많은 이유가 산재하지만 전쟁의 뿌리는 두긴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서방국으로부터 사수할 자존심이자 푸틴이 극우 세력을 결집한 매개였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친서방 계열의 정치 신인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취임했고 나토 가입을 주장하며 유럽과의 관계를 다졌다. 이는 러시아의 입장에서 유라시아 드림의 몰락과 유럽의 견제를 실감하게 하며 전쟁의 트리거가 됐다.


CONFLICT2_ 러시아 vs 미국

러시아 국민의 60퍼센트는 전쟁의 책임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아닌 ‘미국과 나토’라 생각한다.[4] 푸틴 또한 전쟁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다. 2023년 2월 21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주년을 사흘 앞둔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원하나 서방 국가들이 세력 확장을 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세계 1위를 달리며[5] 이외에도 인도적, 기술적 지원 등을 자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했으며 다음날 폴란드 바르샤바 왕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CONFLICT3_ 러시아 vs 국제사회

서방은 러시아에 경제 제재의 카드를 빼들었다. 러시아 내 은행 철수나 자산 동결을 감행했고 기술 수출을 막았다. 세계 시민 또한 침공에 분노하며 우크라이나에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틱톡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전쟁의 참상은 세계로 퍼졌고 #prayforukraine을 태그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누적 65만 개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선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 모금 계좌가 개설 열흘 만에 8억 원이 모였다.


CONFLICT4_ 러시아 vs 러시아

전쟁 관련 보도가 쏟아지며 러시아는 개전 열흘 만에 가짜 뉴스 처벌법을 통과시켰다. 해외 유수 언론은 러시아 내 활동을 중단했다. 이어 맥도날드, 코카콜라, 골드만삭스, 넷플릭스, 유니클로 등 각종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러시아는 국제적 고립 상태에 빠졌고 전쟁을 바라보는 내부 여론은 분열했다. 젊거나 대도시에 살거나 고학력일수록 ‘전쟁의 즉각 중단’을 원했다. 나이가 많거나 지방에 거주하거나 저학력, 저소득일 경우 ‘전쟁의 지속’을 원했다


RISK_ 복구
  • 환경 ; 폭격은 순간이지만 복구는 지난하다. 지난해 COP27 우크라이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에 따른 토양 오염 피해액은 114억 유로에 달하며 330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 난민 ; 우크라이나 국민 4100만명 중 1800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난민을 둘러싼 각국의 장기적인 플랜은 부재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 가장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미국의 경우 다가오는 4월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집을 잃는다.
  • 우울 ;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정신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약 1000만 명에 달한다. 청소년들은 전쟁 트라우마에 의한 스트레스를 분출하고자 폭력을 행사하거나 흡연 및 마약에 의존하고 있다.

KEYPLAYER_ 젤렌스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젤렌스키가 국민적 지지를 되찾는 반등의 계기였다. 그러나 세계는 젤렌스키를 둘러싼 우크라이나 내부 여론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침공 전의 그는 정치적 경험도, 외교적 전문성도 부족하다 비난받았으며 측근을 요직에 앉히며 논란에 휩싸였다. 침공 이후로는 뉴스를 통제하고 언론 요청에 회피하는 등 권위주의가 지적됐다. 지금껏 전쟁은 영웅이 필요했고, 그의 이면은 묻혔다. 우크라이나 대선은 내년 3월 예정이다. 다음 스텝을 담보로 한 젤렌스키는 이제 전쟁이라는 거대한 변수를 안고 국내외의 비판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


RECIPE_ 무기와 자원
  • 무기 ; 참사의 피해는 컸으나 전쟁은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우크라이나군은 자폭 드론과 무인 항공기로 러시아의 장갑차에 맞섰고 일론 머스크가 제공한 스타링크 위성으로 러시아군 동선을 추적했다. 러시아는 대규모 해킹 등 사이버 전을 펼쳤으며 세계 빅테크는 기술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군에 화력을 보탰다.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자 또 다른 기술의 자원이 된다. GPS, 자율 주행 등 우리 일상의 많은 기술들은 당초 군사 현장을 위해 개발됐다. 전장은 첨단 기술의 시험장이 되고 있으며 미래의 편리를 예고한다.
  • 탈탄소 ;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기회로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EU는 2026년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러시아가 아닌 에너지원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을 골자로 친환경 산업에 3700억 달러 예산을 투자한다. 전쟁은 기후 위기 및 ESG 흐름과 맞물리며 탈탄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묵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INSIGHT_ 공정과 현재
  • 미디어 불공정 ; 이번 전쟁은 21세기 최초로 벌어진 국가 간 침공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상임이사국 소속인 러시아가 전쟁을 개시했다는 점에서 UN의 유명무실함을 반증한 것도 있다. 다만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세계 각지에선 지금도 수많은 내전이 진행 중이며 피해의 기간과 규모는 우크라이나의 그것을 능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달리 글로벌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고 이는 미디어의 공정성에 질문을 던진다.
  • 전쟁 진행형 ;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며 세계는 애도를 표했고 부채의식을 가졌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며 그 폐해는 곧 내가 먹고사는 문제로 치환됐다. 참사와 희생은 잊혔다. 탈식민주의 운동가 단하야 호발릐그는 북저널리즘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장으로 동원되고 있음을 말한다. 전쟁은 이들의 얼굴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이들을 기억할 때 전쟁의 현재는 달라질 수 있다.

FORESIGHT_ 미국

지난 2월 21일 푸틴은 뉴스타트(New START) 협정에 대해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뉴스타트는 미-러 간 남아 있는 유일한 군축 협정이다. 두 나라가 실전 배치하는 핵탄두 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은 미국에게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핵 사용을 막고 장기전을 피하는 것이다. 2024년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설정은 미국 내 양당이 지지층을 결집할 주요 매개가 될 것이며, 전쟁의 새로운 국면 또한 이들의 행보에 달렸다.


전쟁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면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과 〈우리는 지금도 전장으로 끌려가고 있다〉를 추천합니다. 각각 우크라이나 자원 봉사자들의 이야기와 러시아계 소수 민족의 현재 상황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해 흔들리는 세계 질서가 궁금하다면 〈다시 격돌, 우크라이나〉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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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로 불리는 하르키우는 전쟁의 격전지였다.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침공에 성공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전력을 집중하며,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모두 수복할 가능성이 높았다.
[2]
군복무를 마친 러시아 시민 30만 명을 전쟁에 부분 동원했다. 예비군 징집 명령은 종료된 적 없으며 전쟁이 장기화될 시 또 한 차례 발령될 수 있다.
[3]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합병한 위 네 개 주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경우 휴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4]
다만 러시아의 독재 정치를 감안할 때 독립 기관이 아닐 경우 설문조사 신뢰도가 낮아지며 반대 여론 또한 다수 존재한다.
 
[5]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에 보낸 군사적 지원 규모는 466억 달러로 세계 1위다. 2위인 영국의 지원 규모 51억 달러에 비해 10배가량 차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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