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달러 사인

2월 27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돈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달러의 아성에 도전하는 자, 누구인가?

  • 탈달러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 위안화가 급부상하고 각국은 공동 통화를 논의한다.
  • 달러는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NEWS_ 위안화

중국 위안화를 무역 결제 통화로 이용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현지시간 2월 22일 이라크 중앙은행은 외화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한다 밝혔다. 브라질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위안화 결제를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도 위안화 결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원래 이들은 달러를 썼다.
NUMBER_ 4

‘위안화 국제 결제 시스템(CIPS)’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의 1.5배인 2만 1000건에 달한다. 서방 중심의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도 위안화는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인민은행이 발간한 〈2022년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는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의 데이터를 들어 2021년 12월 기준 국제 결제 시장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2.7퍼센트라 밝힌 바 있다. 엔화를 초과해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와 함께 4대 결제 통화가 된 것이다.
DEFINITION_ 결제 통화

쩐의 변화는 민감한 문제다. 무역 결제 통화는 기업에도, 각국의 금융에도 영향을 미친다. 화폐마다 환율이 달라 기업이 장사할 때 매출액, 대금 지불 총액, 이윤 등이 바뀌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큰데 원화 결제 비중도 작다. 원화 국제화도 아직이다. IMF에 따르면 2000년에 73퍼센트에 달했던 각국 외환 보유고의 달러 비중은 2022년 6월 58.8퍼센트로 하락, 위안화는 2.88퍼센트로 증가했다. 달러면 다 받는 시대가 저무는 신호일지 모른다.
STRATEGY_ 페트로 위안

위안화는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왕좌로 가는 지름길은 기름 길에 있다. 석유 문명이 저물기 전까진 원유 거래의 통화가 되는 게 기축 통화의 첫 조건이다. 미국은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하게 만들어 지금의 달러 패권을 완성했다.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시대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동 순방으로 ‘페트로 위안’ 시대의 서막을 열고자 한다. 중국은 원유 수입량에서 이미 미국을 넘어섰고 CIPS의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CONFLICT_ 러시아

러시아도 협공에 가담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병합할 때부터 SWIFT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걸 무기로 써 왔다. 이에 러시아는 자체 결제 시스템인 SPFC를 개발했는데 2020년 기준 러시아 결제 거래의 2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22년 1월 러시아 수출 결제에서 달러와 유로가 차지하는 비율도 10~20퍼센트포인트씩 떨어졌다.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의 수출 결제도 달러에서 루블·위안화로 변경해 중국과 함께 경제권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RECIPE_ 탈달러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건 위안·루블화뿐만이 아니다. 미국 경제 매체인 마켓인사이더는 지난 1월 29일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움직임 다섯을 소개했다. 각국의 공동 통화 계획, 러시아-이란의 금 스테이블 코인, 아랍에미리트(UAE)-인도의 비석유 무역에서 루피 사용 계획, 국제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 추진, 새 기축 통화 개발이 그것이다. 달러 타도를 외치는 속내도 다양하다. 달러가 부족해서, 미국에 휘둘리기 싫어서, 자국 화폐를 띄우고파서, 새 경제 공동체를 위해서.
ANALYSIS_ 제3 세계

당장 몇 나라가 결제 통화를 바꾼다고 달러 패권이 위협받는 게 아니다. 문제는 새 결제 통화를 기반으로 경제 블록이 새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는 미국, 2010년대는 중국의 해였다. 2020년대는 인도, 남미, 아프리카의 해다. 이들 국가는 인구가 젊고 많다. 큰 시장이다. 그 자리를 노리는 게 위안화, 러시아의 루블화, 각국의 공동 통화, 스테이블 코인인 것이다.
REFERENCE 1_ 공동 통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공동 통화 개발 내용이 담긴 문서에 서명했다.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두 나라의 공동 통화 계획은 유서 깊고 여야도 가리지 않는다. 정착되면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베네수엘라의 경제 공동체 ‘메르코수르’로 확대할 계획이다. 성공하면 세계 총 생산(GDP)의 5퍼센트에 달하는 2위 공동 경제권이 탄생한다. 1위는 13퍼센트인 유로존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교역 규모를 들어 “형편없는 구상”이라 비판한다. 두 나라의 거시 경제 지표 차이도 크다.
REFERENCE 2_ 아프리카

유럽으로부터 통화 독립을 추구하는 아프리카도 공동 통화를 구상한다. 동아프리카 공동체(EAC)는 이들 버전의 유로·유로존을 만들고자 한다. 서아프리카 경제 공동체(ECOWAS)도 ‘에코(ECO)’라는 이름의 공동 통화를 준비 중이다. 비트코인 채택도 늘리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선 ‘엠-페사(M-Pesa)’ 등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크게 성공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바일 보급 확대와 더불어 전자 상거래 및 온라인 결제의 새 시대를 열고 있다. 한 번 통화가 정착되면 금융을 틀어쥘 수 있다.
INSIGHT_ 돈의 분열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월 23일 달러와 위안의 격돌을 “돈의 분열”이라 표현했다. 위안·루블화는 서방 금융 제재가 타깃하는 권위주의 국가를 기반으로 경제권 형성을 노린다. 한계는 그 경제권이 중국의 대전략인 경제 벨트 ‘일대일로’ 라인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일대일로는 참가국 대부분에 경제적 부채를 안기며 실패를 입증하고 있다. 정작 부상하는 인도는 미-중 사이를 저울질하고 남미와 아프리카는 금융의 각자도생을 꿈꾼다. 경제 블록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FORESIGHT_ BRICS

달러는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기축 통화라는 지위는 철옹성이 아니다. 달러가 기축 통화가 된 것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다. 달러의 지위를 흔들 수 있는 잠재적 도전자는 ‘브릭스(BRICS)’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을 칭한다. 이들은 경제 공동체로 묶여있진 않지만 새 기축 통화를 위한 회담을 시작했다. 위안·루블화가 아닌 새로운 돈의 가능성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급부상하는 인도에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페트로 위안 구상이 궁금하다면 〈달러, 위안화... 뭘로 하시겠어요?〉를, 이머징 마켓으로서의 아프리카가 궁금하다면 〈뉴 아프리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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