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스마트시티, 하이난

2023년 3월 3일, explained

하이난은 ‘제2의 홍콩’을 꿈꾼다. 스마트 시티의 옥석이 가려진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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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난성이 첨단·친환경 기술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하이난을 최첨단 스마트 도시이자 자유 무역항으로 만들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홍콩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하이난은 홍콩에 하이난 자유 무역항의 전문 서비스 시장 개방을 위한 10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홍콩의 전문가가 하이난에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은 하이난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WHY NOW

하이난 계획은 ‘중국몽(中国梦)’ 프로젝트의 하나이자 시진핑 3기가 선보이는 새 경제특구다. 중국의 비전이 담겼고 시진핑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스마트 시티 계획을 내놓는다. 핵심 투자처이자 기업의 진출지인 만큼 옥석을 가려야 한다. 제주도에도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

중국의 하와이

하이난은 남중국해에 위치한 중국 최남단의 섬이다. 한국으로 치면 제주도다. 중국 내에서 드물게 열대 기후 지역으로 중국의 하와이로 불린다. 인기 있는 관광지다. 녹화율이 62퍼센트다. 천연 고무나무, 커피, 열대 과일 등 경제 작물이 많고 원시 삼림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자원의 보고이자 투자의 낙원이다. 왕다쉐 하이난성 외사판공실 주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320개 외자 기업이 들어섰고 실제 사용 외자 총액이 40억 5000만 달러에 이른다.

개혁 개방 4.0

덩샤오핑 집권기인 1978년부터 중국은 점진적 개혁 개방을 해왔다. 무역이 쉬운 남부 항구 도시를 하나둘 경제특구로 지정하며 외자를 유치했다. 용어가 변경되며 영역도 확대됐다. 2013년엔 상하이 ‘자유 무역 시험구’가 도입됐다. 2018년 이는 12개로 늘었다. 하이난도 이때 포함됐다. ‘자유 무역항’은 가장 개방된 버전이다. 일국양제인 홍콩 특별 행정구에 준한다. 무관세, 저세율, 세제 간소화 혜택이 있고 무역, 투자, 역내외 자본 이동, 인적 교류 자유화, 물류 등 다섯 개 분야의 편의도 제공된다. 전면적 개혁 개방으로의 전환, ‘개혁 개방 4.0’ 시대의 표상이다.

시진핑의 꿈

홍콩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왜 하이난일까? 홍콩은 영국령이었고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중국 본토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은 많이 중국화 됐지만 홍콩은 독립·민주화 운동의 위험이 있다. 2019년 대규모 시위가 있기도 했다. 시 주석은 시진핑 정부의 대전략 ‘일대일로(一带一路)’ 계획에 걸맞으면서도 자신만의 업적이 될 도시로 하이난을 점찍었다. 하이난은 2025년까지 봉관, 즉 특수 지역으로 완전히 분리될 계획이다. 여기에 사상적 누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류츠구이 하이난 전 당서기의 발언은 하이난이 홍콩의 대체재임을 암시한다.

홍콩을 대체할 가능성

도시는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이난은 이름난 관광지고 혜택도 많지만 홍콩을 대체하려면 글로벌 표준이 자리 잡아야 한다. 홍콩은 이미 150년간 중국의 대외 관문으로 공항·항만 등의 인프라가 잘 되어 있고 법률 체계나 사회 시스템에 있어 미국·영국식 프로토콜을 갖췄다. 영어 능력도 아시아 최고 수준이며 미디어나 기업 활동에 있어 공산당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금융이나 무역, 제조업 규모에서도 하이난은 홍콩에 미달한다. 중국 정부의 홍콩 개입이 늘어나며 홍콩의 위상이 약해지더라도 하이난이 오롯이 홍콩을 대체하기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이난의 셀링 포인트

홍콩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기술, 관광, 생태다. 이곳엔 심해·농업·우주 연구소 등 특화 산업 단지가 들어섰다. 국영 차이나 듀티프리그룹(CDFG)은 2019년 세계 면세점 시장에서 10위권 밖이었지만 압도적 관세 혜택으로 2020년 1위에 오른다. 2020년 류츠구이를 이어 하이난 당서기가 된 선샤오밍은 의학 박사다. 아시아권의 경제 회의인 ‘보아오 포럼(BFA)’이 열리는 보아오진에는 러청(乐城) 시범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곳은 중국 유일의 의료 특구다. 의료 관광과 더불어 생태 관광도 인기다. 세계적 열대우림을 국립 공원화해 종 다양성 보존에도 힘쓴다.

워싱인가 미래인가

하이난은 사우디아라바아의 ‘네옴 시티’와도 닮았다. 친환경 스마트 도시이자 관광, 특화 산업 육성에 집중한다는 점이 그렇다. 이들 도시에는 늘 그린 워싱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네옴 시티는 담수화 과정에서 해양 오염 문제가 지적된다. 공사로 인한 토착민 강제 이주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COP26이 있은 지 몇 주 만에 사우디는 석유 증산을 발표했다. 하이난은 지속 가능한 삶의 양식 ‘로하스(LOHAS)’를 관광 상품으로 내세우고 2030년까지 내연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2022년 중국은 7년 만에 최대 규모의 석탄 발전을 허용했다.

권력자의 도시

억만장자 마크 로어가 만드는 사막 도시 ‘텔로사(Telosa)’는 공정성이 핵심 가치다. 사회 실험에 그 목적이 있어서다. 하이난과 네옴 시티는 다르다. 권력자의 공치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2월 17일 초호화 큐브 도시 ‘무카브(Mukaab)’ 설립 계획을 공개하며 네옴 시티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점이 찍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는 암투와 피의 숙청을 통해 왕세자에 올랐다. 시 주석은 3연임을 두고 국내외적 역풍을 맞고 있다. 기존 경제 구조의 한계 타파와 정치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도시는 가장 가시적인 업적이다. 권력자가 도시를 그리는 이유다.

IT MATTERS

액면 그대로 보면 스마트 도시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기술 집약적이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은 시대가 당면한 과제 중 하나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힘이 된다. 우리가 먼저 목도하게 될 스마트 도시들은 권위주의 국가의 그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권력자의 도시가 좋은 선례로 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의의 동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과거의 호화 도시와 달리 오늘날 권력자의 도시들은 개혁 개방을 꿈꾸기에 글로벌 표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엄격한 ESG와 녹색 분류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2040 도시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제주도는 ‘n분 도시’를 두고 권역 생활권 설정부터 재건축 사업에서의 건물 높이까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해관계의 난립은 도시 계획을 이권 다툼으로 만들고 정쟁으로 비화시킨다. 그 과정에서 도시가 표방하는 ‘스마트’는 지워지고 있다. 도시는 팔기 전에 살기 위한 곳임을 상기할 때 옥석을 가리고 수주·투자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제주도나 서울시가 도시 브랜딩 이전에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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