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링과 세빛섬의 공통점

3월 24일, explained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화제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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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해외 순방에서 잇따라 발표 중인 도시 계획이 화제다. 지난 3월 9일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오 시장은 재선 뒤 동남아부터 유럽까지 벌써 세 차례의 외국 출장을 다니며 각 명소의 랜드마크를 차용한 구상을 내놓고 있다. 서울형 대관람차인 ‘서울링 제로’, 여의도의 제2세종문화회관, 한강을 연결하는 UAM과 곤돌라 등 발표한 사업만 총 55개다.

WHY NOW

도시 계획은 시민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오 시장표 사업은 장기간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하나하나 스펙터클하다. 한 번 지어지고 나면 여파가 크다. 사업의 발주자가 지자체인 만큼 성공적으로 운용되지 못하면 오롯이 지자체와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제2의 세빛섬이 생길지 모른다. 오 시장이 그리는 서울의 비전이 구조와 재무에 있어 안전한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한강 르네상스 1.0

오 시장의 재임 기간이던 2007년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첫 삽이 떠졌다. 한강 수변 환경 개선이 목적이었다. 생태 공원 조성과 인공 호안 녹화,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교통 확충이 이뤄졌다. 달빛 무지개 분수와 세빛섬 등 문화 공간도 생겼다. 투입된 사업비는 2006~2010년까지 5940억 원. 예산 낭비, 환경 파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중도 사퇴하며 많은 사업이 멈췄다. 오 시장에게 이번 사업은 못다 이룬 꿈을 되살릴 ‘한강 르네상스 2.0’이다.

돈과 환경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지난 계획에서 지적된 예산 문제를 의식한 듯 사업 대부분이 민간 투자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환경 문제 역시 잠재우려는 듯 ‘자연과의 공존’을 4대 핵심 전략의 첫째로 삼았다. 생태 공원 재정비, 야생 생물 서식지 보호 사업 등을 내세웠다. 다만 한강 르네상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세빛섬이듯 이번 계획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것은 역시 4000억짜리 서울링이다. 서울링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까?

불안한 절대 반지

서울링은 상암동 하늘공원에 지어지는 180미터 높이의 대관람차다. 오 시장의 디밸로퍼 본능은 더 원대해졌다. 계획 발표 직후 때아닌 표절 시비와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링은 과거 한 설계 공모 출품작 ‘천년의 문’과 디자인이나 원리, 입지가 유사하다. 건축가 함인선은 천년의 문이 풍동 실험에 세 차례 실패했음을 지적하며 바퀴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반이 쓰레기 매립지라 지반 침하 문제와 시공 과정에서의 폭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잡아야 할 토끼가 늘어난 셈이다.

민간 투자의 진실

안전 문제는 돈과 직결된다. 민간 투자를 유치하려면 안전과 수익성 담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리해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비리가 불거질 수 있고 공기업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세빛섬이 그랬다. 세빛섬의 2대 주주는 지분 30퍼센트를 가진 서울주택도시공사다. 세빛섬 공사비 마련 당시 대출금의 지급 보증을 서기도 했다. 자본잠식 상태의 세빛섬이 사실상 서울시에 타격을 입히고 있던 것이다. 민자 사업임에도 시민이 리스크를 질 수 있는 이유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서울링을 비롯한 시설의 이용료가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

인공과 생태 사이

본래 취지인 환경 개선도 무색해지고 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수상 교통을 운영하려면 물을 가둘 수밖에 없고, 인공구조물이 있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강 주변의 대형 구조물 역시 철새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노들섬 사업 등에서의 자연 생태 훼손을 지적하며 수목 식재나 공원화 사업이 대부분 이용자 편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인간 중심주의든 생태 중심주의든 개인의 환경관은 자유다. 그러나 생태는 인공과 붙을 수 없는 단어다.

한강 프로젝트의 진짜 이유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진짜 속내는 규제 완화다. 55개의 사업 추진을 위해 한강 주변은 대폭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한강 변 핵심 거점은 ‘도시 혁신 구역’이 적용된다. 건축의 용도 제한이 없고 용적률과 건폐율도 서울시가 자유롭게 정한다. 한강 변 아파트의 15층 높이 제한도 폐지되는데 경실련은 이를 특혜로 보고 있다. 전임 박원순 시장이 스카이라인 다양화와 조망권을 위해 35층으로 개발을 제한했던 것도 이번에 풀렸다. 재건축이 쉬워지며 이득을 보는 건 토건 세력이다.

도시에 필요한 것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을 표방하지만 그 수혜는 비대칭적이다. 도시에 필요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대로 자연성 회복이라면 한강 수변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기보다 도시 숲을 강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도시 숲은 온실가스,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줄여 지구 온난화 속도를 낮춘다. 지난 2020년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로 사유지였던 임야의 개발 제한이 풀리자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이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새로이 지정해 난개발을 막았다. 오 시장은 이를 차례로 매입하며 생활 밀착형 공원으로 만들고 있다. 고무적인 협업이다.

IT MATTERS

도시엔 랜드마크 건설보다 긴요한 문제가 많지만 전시 행정이 빗발친다. 대권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정된 임기 내 최대한의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 국토부가 ‘도시 계획 결정권’을 지자체에 이양하며 많은 지자체장은 자신의 개발 본능을 깨웠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권력 균형을 맞추고자 했던 노력이 지금에 와서는 전시 행정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의 무수한 도시엔 각기 다른 사정이 있다. 도시의 장(長)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리고 도시 계획은 그들의 가장 막강한 수단이다. 흔히 ‘개발 사업’을 연상케 하지만 도시 계획의 본질은 자원 배분과 갈등 조정의 극한이다. 요컨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닌 유한한 자원의 공평한 배분이 그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전 세계 도시 중 탄소 배출 상위에 위치한 서울시에게 진정성 있는 생태 복원 사업은 그 이익이 공평하고 수혜층이 넓다.

오 시장의 거대 사업들은 대부분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의 규모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단기간이다. 졸속 진행이 우려되는 이유다. 2026년은 오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해이자 21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해다. 한강은 시장만의 것도, 한강 변 땅 주인만의 것도, 서울시민만의 것도 아니다. 한강의 생태는 서울시를 벗어나 지류에도 영향을 끼친다. 서울시장이라면 공익의 의미를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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