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금지가 미국에 남길 흔적

3월 27일, explained

미국은 틱톡을 금지하고 싶어 한다. 이미 문화가 된 현상은 사라질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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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 틱톡(TikTok)이 국가 안보 위협 논란으로 위태롭다.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정부와 공유할 수 있다는 의혹에 미국이 칼을 꺼내든 것이다.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틱톡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 Ltd.)가 중국 창업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 3월 23일에는 하원에서 틱톡 안보 위협을 논의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렸다. 여기에 출석한 CEO 추쇼우즈(周受資)는 “틱톡은 중국의 에이전트가 아니”라며 정치권을 안심시키려 했으나, 이미 틱톡 금지는 물살을 탔다.

WHY NOW

틱톡은 미국에서만 1억 5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2021년 기준 미국의 인구는 3억 3000만으로 집계되니,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틱톡을 사용하는 셈이다. 문화는 ‘질보다 양’이 통할 때 주류가 된다. 틱톡은 내용이 풍부하거나 안전해서가 아니라, 내 친구와 가족이 사용하기 때문에 대세가 되었다. 틱톡은 밈(meme)이 유행하듯 한바탕 휩쓸고 사라지지 않는다. 플랫폼 안에서 새로운 영상이, 그 영상으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 질문은 이 조치의 ‘효과’로 이어진다. 이미 거대할 대로 거대한 어플을 금지하는 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까. 어쩌면 그보다 원하는 것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닐까.

국가 vs. 틱톡

틱톡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비롯하여 영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공무원의 업무용 휴대폰에서 틱톡 이용을 금지했다. 현재의 금지 움직임이 미국에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유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틱톡 사용을 막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한 기업에 불과한 틱톡에 왜 국가들이 나서서 전쟁 선포를 하는 걸까. 이유는 틱톡의 뒤에 중국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바일 정찰 풍선

틱톡은 ‘스마트폰 속 정찰 풍선’으로 비유된다. 지난 2월 초, 중국의 정찰 풍선은 미국의 영공을 침범했다. 냉전 시대에나 쓰였던 것으로 알려진 정찰 풍선이 미국 상공에 등장하자 신냉전 전개에 대한 위기감이 상승했다. 이것은 은밀한 정보전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정찰 풍선을 눈으로 확인했다. 반발감과 공포심은 틱톡에 이식된다. 미국 정치권은 중국 정부가 틱톡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훔치고 프로파간다를 퍼뜨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국가보안법, 바이트댄스

미국의 추측은 중국의 국가보안법에서 기인한다. 모든 기관이 국가 정보 업무에 협조해야 한다는 골자의 법안이다. 좀 더 풀어 말하자면, IT 기업이 정부로부터 유저 데이터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도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이미 데이터가 중국 정부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아니었더라도, 앞으로 이런 요청이 들어온다면 틱톡이 거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사건은 지난 12월에 벌어졌다. 바이트댄스 직원들이 틱톡에 부정적인 기사를 쓴 외국 기자들의 IP 주소에 접근했던 일이다. 결국 지난 3월 23일, 미국 하원은 틱톡의 안보 위협을 논의하는 청문회가 열었다. 여기서 틱톡은 “중국 공산당의 조종 도구”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텍사스 프로젝트

청문회에서 추쇼우즈는 생존을 읍소했다. “미국 사용자 데이터는 미국 영토에 저장되고, 미국 인사에 의해 미국 기업이 감독한다. 이것이 텍사스 프로젝트다”라는 해명이었다. 일단 틱톡의 데이터 센터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싱가포르 내의 자체 서버에 있다. 여기에 저장된 데이터는 삭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여름, 틱톡은 미국 클라우드 회사인 오라클 서버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원 의원들은 틱톡 측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틱톡 대변인은 아쉬움을 표했다. 금지 조치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틱톡이 제시한 해결책은 무조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치적 공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틱톡을 금지할 때 문제가 될 만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에 대해서는 정작 언급이 없었다.

미국의 몰아가기

틱톡을 금지하자는 주장은 증거보다 두려움에 근거한다. 틱톡이 중국 당국과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증거는 뚜렷하지 않으며,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해서 전부 틱톡 금지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틱톡을 제재한다면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여 광고 수단으로 삼는 미국 빅테크도 제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독일 내무장관은 틱톡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근거는 없으며 현재로서는 시민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GEN-Z의 문화 ‘틱톡’

시민들에게, 그중에서도 특히 Z세대에게 틱톡은 문화를 만드는 플랫폼이 되었다. ‘틴에이저들이 춤추는’ 어플로 유명했던 틱톡은 이제 짧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먼저, 틱톡은 인플루언서나 소규모 사업자에게 자신을 홍보하고 직접적인 수익을 벌어들이는 창구가 되었다. 여기서 유행하는 노래는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가수들은 틱톡 챌린지를 본격적인 홍보 콘텐츠로 기획한다. 미의 기준과 소비 습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3월 22일에는 팔로워 수십 만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들이 의회에 가서 퇴출 반대를 호소했다. 이 시위를 기획한 이유는 명백한데,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이들이 틱톡 퇴출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틱톡 금지가 정치적인 싸움이 된 이상, 틱톡커의 반란은 젊은 세대의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부의 적

2021년 1월 대통령직을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데드크로스[1]는 2021년 9월, 꽤 일찍 찾아왔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재도전을 선언했고,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가 바이든과 트럼프 사이를 노리며 약진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 외 대안이 없는지 질문이 터져 나온다. 이런 때 바이든은 ‘중국 프로파간다’를 선택했다. 다방면으로 카드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코로나19의 발원지에 대한 기밀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겠다고 했다.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초 유출된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오커스(AUKUS)[2] 동맹인 호주에 중국 견제용 핵잠수함을 공급한다.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 그리고 문화 면에서 건드리고 있는 것이 바로 틱톡이다.

IT MATTERS

정치권에게 틱톡은 손쉬운 외부의 적이다. 반면 시민들에게 틱톡은 문화와 정보를 공유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제도적인 금지에 성공한다고 해도, 시민들 사이에서 반발이나 접속 우회로를 탐색하는 움직임은 나타날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조용한 외면이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은 자칫하면 “35세 이하 유권자들을 영영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이해되지 않는 이유로 틱톡을 금지시킨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받을 정치적 대가는 Z세대의 외면이다.

틱톡이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잃는다면, 그 이유는 틱톡이 중국의 또 다른 정찰 풍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파괴력과 부작용 때문일 것이다. 얼굴에 상처를 내는 ‘프렌치 흉터 챌린지’, ‘도둑질 챌린지’, ‘감기약 치킨 챌린지’ 같이 범죄를 조장하거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미국 하원에 대한 협박을 담은 영상이 40일 이상 삭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틱톡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유해성을 극복하겠다고 하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틱톡 금지에 대한 주장도 약간은 힘을 얻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전략으로서 허술하다.

냉전 시대에는 가능했던 어떤 것들이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핵잠수함을 도입한 호주는 동시에 통상 부문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교류를 재개한다. 시민들은 중국 어플 틱톡을 놀이터로 선택했다. 강제와 악마화는 힘을 잃었다는 말이다. 특히 미국의 Z세대는 2022년 중간선거를 계기로 스스로 강력한 유권자층임을 증명했다. 당사자성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다. 그래서 재선을 눈앞에 두고 바이든 행정부는 기로에 서 있는 모양새다. 더 넓고 쉬워 보이는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한 세대 전체에 정치적인 흔적을 남길 것인가.
 
[1]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현상. 반대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서는 현상은 골든크로스라고 부른다.
[2]
오커스(AUKUS)는 호주, 영국, 미국 3개국의 외교안보 3자 협의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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