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MZ 퍼포먼스가 불러올 여파

3월 28일, explained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MZ세대의 평가는 차갑다. 몇 가지 사건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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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3주 연속 하락했다. 부정 평가가 61.2퍼센트를 기록했다. MZ세대의 마음은 더 차갑다. 20대와 30대의 부정 평가 수치는 20대 67.5퍼센트, 30대 66.7퍼센트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정책, 주 69시간 근로 제도, 정순신 아들의 학폭 사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개입이 MZ세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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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MZ세대 사이의 괴리는 경선 기간과 대선 기간,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반복된 문제다. 몇 가지 사건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벌이는 MZ 퍼포먼스는 정책 기조와도, 2030 세대의 민심과도 불협화음을 낸다. 스윙보터인 2030의 선택은 내년 총선을,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남은 3년을 결정한다.

청년이라는 이름의 명목

“주 120시간은 일을 해야 된다는 거야. 그리고 2주 바짝 일하고, 그다음엔 노는 거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주자 시절 논란을 불러일으킨 발언이다. 당시 윤석열 대선 주자의 해명에서는 ‘스타트업에 일하는 젊은 세대’가 언급됐다. 유연하게 120시간까지도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 '청년'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논리였다. 대선 후보 시절에 편 온라인 캠페인 ‘민지야 부탁해’ 역시 MZ세대의 감수성과는 맞지 않는 캠페인 영상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후 진행된 전국 청년 간담회에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가 스피커폰으로 참석한, 이른바 ‘폰석열 사태’가 터졌다. 청년을 위한다는 명목과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 사이의 괴리가 외려 MZ세대의 배신감을 불렀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KBS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새 지도부 구성에 개입하고 있냐’는 질문에 ‘개입하고 있다’는 응답이 68.5퍼센트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가는 곳에 따라 권성동, 유승민, 나경원은 후보 대열에서 이탈했다. 결국 새 지도자로는 대표적인 친윤계 인사로 꼽히는 김기현 후보가 당선됐다. 윤 대통령은 당원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선거가 아니기에 문제가 없다고 응수했다. 공정한 경쟁을 만들겠다는 슬로건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만큼, MZ세대에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단순한 선거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MZ세대는 일본을 좋아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을 포함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 기조는 무엇보다 ‘미래’를 중심에 둔다. 그 미래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바라보는 MZ세대는 친일본 성향을 갖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한국 20대의 일본 호감도는 평균보다 10퍼센트포인트 높은 29.9퍼센트였다. 역사 문제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일까? KBS의 조사에 따르면 2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연령에서, ‘일본 전범 기업의 참여와 사과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여론이 앞섰다. 언론은 교묘한 통계 인용을 통해 MZ세대가 강제징용 배상안에 우호적이라는 여론을 덧씌웠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MZ세대는 부정적인 여론이 뒤따르는 행정부의 결정을 방어할 수 있는 방패였다.

치맥 회동

주 69시간 근로 제도 언급 이후 MZ세대의 지지율이 급격한 하향세를 보이자, 지난 3월 24일에는 국민의힘 청년 지도부와 대통령실 청년 정책 담당 행정관,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이 모인 ‘청년 당정대’가 MZ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이른바 ‘치맥 회동’을 벌였다. 해당 만남을 기획한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선거 시기 민주노총 해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장 위원은 민주노총과 달리 MZ세대의 노총은 정치적 색을 띠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MZ세대 노조는 기성 노조와 달리 ‘안전한’ 노조다. 노조는 악, 청년은 선이라는 세대 갈라치기가 전면화된 사례다.

공허한 MZ 마케팅

MZ세대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말과 달리 정치적 행보와 MZ세대는 끝없이 엇갈린다. 표리부동은 현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정치적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의 입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MZ세대는 사회적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모든 게 MZ 탓’이라는 사회적 갈등까지도 비화할 수 있다. 현재 MZ세대는 정치적 효능감을 가진 주체보다는 주 69시간 근로 제도와 일제 강제징용 해법의 원인이자 수혜자로 묘사될 뿐이다. 모든 문제는 MZ세대에서 나고, MZ세대로 향한다.

세대 규정의 효용 없음

정치에 있어 특정 세대에 대한 스테레오타이핑은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그러나 국가를 우연히 속한 공동체로 규정하는 Z세대에게 세대 규정이라는 정치 전략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초 개인화 시대, 공정에 민감한 Z세대에게 나 자신의 독특성과 손익은 국가보다 중요한 문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대선 시기 ‘젊은 정치’를 내세우며 청년층의 지지를 이끈 바 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을 위해 미래에는 64세까지 일해야 한다는 논의 아래 청년층이 꿈꾸던 젊은 정치에 대한 믿음은 사라졌다. Z세대는 젊다는 추상적인 가치보다 나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연금 정책에 더 민감하다.

Z세대가 원하는 대통령

Z세대가 꼽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과 능력은 공약 실현과 정책이었다. 공정과 상식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 속에서 지켜지고 있을까? Z세대의 답은 ‘아니다’였고, 국정 운영 지표는 그를 수치화한 것에 다름없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해 공정해야 할 당 선거에 개입하는 모습은 ‘공정’에 위배된다. 논쟁적인 의제에 MZ세대를 방패로 활용하는 세대론적 수사는 ‘상식’에 어긋난다. Z세대가 원하는 건 ‘MZ세대를 진심으로 위하는 대통령’이 아니다. 유권자가 택한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묵묵히 실천하는 행정부의 수장이다.

IT MATTERS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대통령에게는 들 수 있는 핑계가 많지 않다. 전 정권의 과오는 흐릿해진지 오래다. 대선 시기에는 가능했던 말실수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사소한 국정 운영의 실수도 바로 국정 운영 지표로 드러난다. 이 시점에서 MZ세대가 쥐고 있는 열쇠는 크다.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적 색이 뚜렷한 기성세대와 달리, 2030의 표심은 지난 대선에서 보였듯 정책과 공약에 의해 좌우된다. 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 근로 제도의 여파를 치맥 회동으로 뒤늦게 수습하는 동안, 민주당은 주 4.5일제를 들고 왔다.

1년간 지속된 여소야대 국면의 정쟁은 협치와는 멀어진 상태다. 여당에서는 입법 폭력이라는 반발이, 야당에서는 야당 탄압이라는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 협치가 희미해진 여의도와 미래 세대에게서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서 있는 국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어 올해의 국정 운영, 내년의 총선은 남은 임기 전체를 결정할 이정표다. Z세대가 원하는 대통령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3년은 고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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