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에 얽힌 인류의 책임

3월 30일, explained

멸종된 매머드의 DNA로 만들어진 미트볼이 공개되었다. 배양육은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인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NOW THIS

매머드가 부활했다. 온전한 형태는 아닌, 미트볼의 모습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28일, 호주의 배양육 스타트업 ‘바우(Vow)’는 멸종한 매머드의 DNA를 이용해 만든 세포 배양육 미트볼을 공개했다. 매머드 세포의 유전 정보를 양의 세포에 넣어 배양해서 만든 것이다. 축구공보다 조금 작은 이 미트볼을 먹을 수는 없다. 오래된 멸종 동물의 세포를 이용한 것인 만큼, 어떤 단백질이 알레르기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즉, 매머드 미트볼은 일종의 퍼포먼스다. 바우는 이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식품을 어떻게 얻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라며 배양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WHY NOW

만약 이 미트볼이 소나 돼지로 만들어졌다고 상상해 보자. 접시 위에 놓인 고기를 보고 동물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까? 현대인에게 고기와 동물은 다르다. 마트에서 보는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는 도축과 정육의 과정을 생략한 채 그 결과만을 보여준다. 한편, 매머드는 기후 변화로 멸종한 동물이다. 현대의 인류는 매머드 고기는커녕 그 외형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바우가 배양육 홍보를 위해 매머드를 택한 건 고기를 보고 동물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매머드와 미트볼, 두 조합의 낯섦에서 동물의 이미지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은 매머드를 멸종시킨 기후 변화로 이어진다.

고기의 탄소 발자국

인류는 살얼음 위에 서 있다.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IPCC)’는 최근 기후 위기가 앞으로의 10년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인류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지구의 온도가 더 올라가는 걸 막아야만 한다. 그런데 육식은 여기에 방해가 된다. 육류는 채소에 비해 킬로그램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는 60킬로그램에 가깝다. 반면 토마토나 바나나는 2킬로그램도 안 된다. 소고기를 먹는 건 토마토나 바나나를 먹는 것에 비하면 30배의 탄소를 배출시키는 셈이다. 즉, 육식을 중단하는 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후 행동이 된다.

고기를 대신하는, 대체육

그러나 생활에는 습관이 배어 있어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 육식을 포기한다는 것은 식사 메뉴 선택지에 제약이 생기거나, 마트에서 할인하는 고기를 그냥 지나쳐야 한다는 뜻이다. 기후를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이지만 육식이 입맛에 맞다면 외면하기 힘든 현실이다. 인류는 그래서 대체육을 개발했다. 콩 단백을 이용해 돼지고기나 참치의 맛을 재현한 식물성 대체육은 비거니즘(채식주의)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고기의 대안이 되고 있다. 한계는 있다. 진짜 고기와는 맛과 식감 면에서 다르다. 대체육이 실제 육류와 비교해서 단백질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식물성 단백질은 1~2개의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한 불완전 단백질이라는 설명이다.

대체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배양육

이 한계마저 넘어서려는 것이 배양육이다. 배양육은 실제 육류와 모양이나 영양 성분 면에서 비슷하다. 생산하는 과정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나, 거칠게 말하자면 연구실에서 근육과 지방 세포를 증식시키는 방법을 이용한다. 세포를 배양액에 담가놓으면 단백질 조직이 형성된다. 이를 뭉쳐 고기 모양으로 만든다. 원하는 부위만 따로 만들 수도 있다. 배양육은 목축업과 공장식 축산에 따라붙었던 환경과 윤리에 관한 문제에서 자유롭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물을 적게 사용하며, 동물을 불필요하게 도축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제도가 따지는 것, 안전

배양육은 장점이 많지만 아직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르지 못한다. 배양육을 식품으로써 공식 허용한 국가는 현재로서는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최근에는 미국 FDA도 닭고기 배양육에 대한 안전성 승인을 내렸다. 절차가 남았지만 이것이 식품으로서 안전하다는 공인을 받은 셈이다. 배양육은 먹거리 안전과 관련하기 때문에 발전 속도에 비해 허가가 느리게 난다. 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특정 물질들이 우리 입에 들어가도 안전할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배양육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아직 불확실한 배양육에 시민들도 두려움을 느낀다. 식당에서 배양육 햄버거를 주문한다고 상상해 보자. 고기 패티가 자연의 동물에서 유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화학적인 성분이 들어갔기 때문에 건강에 안 좋을 것이라는 우려가 들 수 있다. 개발자들이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편 이 산업을 이끄는 사람들이 해결할 문제도 있다. 고기 소비가 줄어들 걸 걱정하는 축산 업계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는 배양육은 고기가 아니라며 명칭 변경을 촉구했다. 갈등을 우려해서일까. 이탈리아 정부는 배양육 식품 생산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탈리아의 농민 협회 콜디레티는 “다국적 기업의 공격으로부터 자국의 식량 생산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를 환영했다.

예고된 독점

배양육은 다국적 식품 기업의 독점을 강화할 것이다. 실제로 배양육을 개발하는 건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지만 초거대 식품 회사들이 그들과 손을 잡고 있다. 신기술에는 자본이 결합해야 하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에서는 최대의 육가공 업체 타이슨 푸드가 이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풀무원, 대상, CJ제일제당 등 식품 대기업이 배양육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에 배양육 유통이 허용된다면 우리의 가장 첫 경험은 마트에서 사는 풀무원의 냉동 식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 프리미엄

마트에서 배양육이 들어간 냉동 만두를 집어들 때, 실제 고기를 쓴 만두에 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민 없이 그것을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을까? 배양육 개발의 과제 중 하나는 비용 절감이다. 이스라엘의 배양육 공장 퓨쳐미트테크놀로지스는 2021년 말, 배양육 닭 가슴살의 생산 단가를 1파운드[1]당 7.7달러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국의 일반 닭고기 값인 파운드당 3.62달러에 비하면 두 배 높은 가격이다. 배양육이 식품 산업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 것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규모를 확대해서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소비자는 프리미엄 가격이 붙은 배양육을 들고 망설일 수 있다.

IT MATTERS

배양육 시장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식품 기업들은 배양육을 미래로 여기며 투자하고 있다. 돈이 될 시장이란 뜻이다. 시민들이 가치에 돈을 지불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지구와 공동체를 위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거나, 불편을 감수하고 채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 중 일부는 탄소 중립과 동물권을 지킬 수 있는 배양육에도 기꺼이 돈을 낼 준비가 되었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배양육은 혁신이지만 기술 하나만으로 세상은 뒤집히지 않는다. 음식 한 접시를 바꾼다고 해서 모든 게 바뀌리라는 순진한 생각은 오히려 세상을 전혀 바꾸지 못한다. 배양육이 당장 내일 출시되어 새벽 배송으로 배양육 미트볼을 주문한다고 가정하자. 거대한 트럭을 타고 종이 박스에 담겨 배송되어 오는 배양육은 탄소 발자국을 만들 것이다. 배양육은 생산할 때 화석 연료를 쓰기 때문에 오히려 축산업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배양육이라는 한 가지 기술에만 주목했기 때문에 나온 분석이다. 더 넓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화석 연료에서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최근 빌 게이츠는 채식을 장려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채식을 한다고 해서 기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건 하나의 기술이 아니다. 모두의, 그리고 모든 방면에서의 행동이다.
[1]
1파운드는 453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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