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기업 분할의 함의

2023년 4월 3일, explained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사업을 6개 부문으로 나눈다. 기업 분할 릴레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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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사업 부문을 6개로 나눈다. 이번 발표는 창업자 마윈이 해외에 머물다 중국으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2020년 마윈이 중국 금융 제도를 비판한 뒤, 알리바바는 빅테크 규제의 핵심 표적이 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분할을 두고 중국 규제 당국의 승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WHY NOW

중국 당국의 승리라는 평을 받지만, 결과적으로 알리바바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홍콩과 뉴욕 증시에 상장해 있는 알리바바의 주가는 13퍼센트 수직상승했다. 시장 독점에 예민한 정부와 투자자 모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구글, 메타 등 정부의 반독점 규제에 직면한 다른 빅테크 기업에 던지는 함의가 크다. 기업 분할 릴레이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룡 기업

알리바바는 마윈이 1999년 창업한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다. 중국의 빅테크 공룡 중 하나다.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포함해 영화, 음악, 간편 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미 2010년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이 분사한 바 있다. 앤트그룹은 인터넷은행, 자산관리, 소액 대출, 펀드 등 사업체를 운영하며 몸집을 불렸다. 기업 가치가 2000억 달러 넘을 것으로 평가받던 앤트그룹은 2020년 기업 공개(IPO)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중국 금융 당국에 의해 무기한 연기됐다.

빅테크 때리기의 서막

345억 달러, 우리 돈 43조 원 이상의 역사상 최대 규모로 관심을 모은 기업 공개는 왜 아직 감감무소식일까? 이 같은 규제는 마윈 창업자와 중국 금융 당국 간의 예약 면담 다음 날 이뤄졌다. 당국은 2020년 10월 금융 컨퍼런스에서 마윈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마윈은 중국은 담보가 있어야 대출해 주는 ‘전당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 제도의 낙후성을 공개 비판했다. 이 여파로 앤트그룹 상장은 무산됐으며 마윈은 앤트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내려놓았다.

중국은 왜

중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를 탐탁지 않아 한다. 부의 독점은 ‘다 같이 잘 살자’는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론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 집권에 성공한 시진핑에게는 사상적 근거가 중요하다. 공동부유론의 본질은 재분배다. 정치와 경제를 구분해왔던 중국이 경제까지 사회주의로 돌리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조하에 중국 정부는 기업의 기부를 독려하고, 사회적 책임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에 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2021년 4월 반독점법 위반으로 182억 위안, 우리 돈 3조 44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다.

돌아온 마윈

1여 년간 해외에 머물던 마윈은 국유기업은 강해지고 민영기업은 퇴장한다는 ‘국진민퇴’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런 마윈이 돌아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마윈의 귀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을 확보한 시진핑 주석의 다음 단계는 친기업적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코로나 봉쇄의 경제적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빅테크 때리기’ 이미지가 국내외 투자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의 후임 리창 총리는 보아오 포럼 개막 연설에서 ‘차이나 리스크’를 줄여 기업에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마윈의 넥스트 스텝

대외적으로 마윈은 지배력을 잃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건재하다. 영어 교사를 하다가 기업인으로 변신해 알리바바의 성공을 이끈 마윈은 중국에서 ‘신경제’의 영웅으로 통한다. 은둔 생활 동안 마윈은 일본, 태국 등을 돌며 식량 자원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윈은 전부터 기술과의 결합을 통한 농업의 현대화가 중국 경제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매년 ‘중앙 1호 문건’으로 최우선 과제를 밝히는데, 올해 문건에는 농촌진흥방안이 담겼다. 미중 갈등 등 커지는 지정학적 위기 속, 식량 안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와 마윈 사이 교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중국이 주목하는 미래 산업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 볼 수 있다.

새로운 알리바바

알리바바그룹 분할에도 마윈의 공이 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윈이 이번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마윈은 수개월간 전화로 장융 알리바바 CEO에게 회사 분할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민첩성을 강화할 것을 촉구해 왔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알리바바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산업을 6개 부문으로 나눴다.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스마트 물류, 미디어 산업 등 각각 별도의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된다. 장융 CEO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기업 분할 흐름의 신호탄?

결과적으로 정부 규제라는 리스크가 해결되면서 알리바바의 주가도 크게 뛰었다. 기업 분할로 알리바바는 개별 사업의 IPO까지 가능해졌다. 골드만삭스는 알리바바와 알리클라우드의 기업 가치를 합치면, 주당 137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알리바바의 발표가 나온 후, 중국의 또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은 사업 부문을 독립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텐센트, 바이두도 이같은 전략을 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월가는 사업 구성이 아마존과 비슷하고, 모두 독점 금지 규제 대상이라는 점에서 알리바바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IT MATTERS

알리바바는 기업 분할로 정부와 투자자를 모두 달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중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 기업에 주는 함의도 크다. 미국과 유럽은 일찍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에 대응해 왔다. 올해 1월 미국 법무부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 대한 지배력 남용을 이유로 구글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메타를 주시해 왔다.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최대 118억 달러, 우리 돈 15조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 흐름도 거대 기업에서 작고 효율적인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민첩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존슨앤존슨, 제너럴일렉트릭 등 대기업이 잇달아 기업 분할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에 대한 기업 분할 요구도 커지고 있다. 더 엣지 리서치의 설립자 짐 오스만은 아마존이 기업 분할을 하면 2년 안에 주가가 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구글은 반독점 조사를 피하기 위해 유튜브 분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 알리바바의 기업 분할은 전 세계 빅테크 기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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