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미래, 공론장의 미래

4월 17일, explained

공론장의 환상은 트위터와 함께 사라질 것인가.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트위터는 사라지고, X가 남았다. 일론 머스크가 진행 중인 소송 과정에서, 4월 4일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트위터 법인이 일론 머스크의 ‘X 법인(X Corp.)’에 합병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 트위터는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아니, 머스크의 제국에 흡수되었다. 트위터 운영의 힘듦을 토로하던 머스크가 언젠가 트위터를 버리기만을 기다리던 유저들은 좌절했다. 그들은 트위터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WHY NOW

2022년 10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난 후에도 트위터 내부에서 유저들의 유대감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머스크가 트위터의 상징인 파랑새를 도지 코인의 시바견으로 바꾸는 등 기행을 보일 때마다 반발하고, 트위터를 돌려놓으라고 소리쳤다. 유저들의 강한 유대감은 트위터의 핵심 자산이다. 그런데 트위터가 공식적으로 사라진 지금, 그 유대도 해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사람들이 떠들지 않는 곳에선 논의도, 연대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머스크 제국이 될 트위터

머스크는 트위터의 영향력 때문에 이곳을 인수했다. 자칭 ‘표현의 자유 수호자’로서, 정보를 과점하고 광고주에 종속되어 있는 기존 언론 대신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소식을 올리고 팩트를 체크하는 트위터야말로 “실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정치 문제에 대해서 직접 발언하는 공간이 백악관이 아니라 트위터였을 만큼, 그래서 계정을 결국 정지당했을 만큼[1] 트위터는 영향력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이용해 자신이 노리는 모든 사업을 통합하여 메시징, 상품 결제, 차량 호출 등이 가능한 슈퍼 앱 X 개발의 초석을 쌓으려고 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13일, 트위터는 주식·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이토로(eToro)와 손잡았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돈으로 사는 영향력

한편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머스크는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트위터가 파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위터 인수 후 그가 가장 먼저 택한 것은 구조조정이다. 직원들을 빠르게, 많이 잘라내는 과정에서 필수 인력까지 대거 해고돼 다시 돌아와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관리할 직원이 없으니 서비스는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고, 이용자들은 떠나갔으며, 광고주는 철수했고, 440억 달러이던 기업 가치는 200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머스크가 선택한 새로운 수익원은 인증 배지다. 돈을 내고 인증 배지를 받은 개인과 기업만이 트위터 내에서 ‘추천’ 탭에 뜨거나 설문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그가 트위터의 핵심 가치로 여겼던 영향력은, 돈 주고 사야 하는 것이 되었다.

언론과의 전면전

트위터와 언론의 전면전은 여기서 시작된다. 인증 배지를 얻기 위한 대가인 한 달에 1000달러를, 뉴욕타임스는 지불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어서 트위터는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 계정에 ‘정부 출연 미디어(government funded media)’라는 문구를 달았다. 이에 NPR은 “우리는 독립 미디어”라며 반발하고, 더 이상 트위터에 소식을 업데이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시 뉴욕타임스로 돌아가자면, 인증 배지가 떨어진 뉴욕타임스는 여전히 트위터에 뉴스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런데 그 트윗들에는 유저들의 비꼬는 멘션이 달린다. “파란 인증 배지가 없네? 그러면 가짜 뉴스지.”[2] 유저들이 비꼬는 대상은 뉴욕타임스일 수도 있지만, 트위터일 수도 있다.

트위터의 피곤한 유저들

트위터 유저들의 주된 정서는 분노다. 트위터는 인터넷 최고의 격투 클럽으로, 유저들은 여기저기 불만을 터뜨리며 피곤하게 군다. 그리고 트위터 유저들의 ‘피곤함’은 세상을 바꿔 왔다. 그들은 기존 권력이 보기에 착하지 않은, 상대하기에 피곤한 의견을 올린다. 이란을 비롯한 아랍권 국가의 시민들이 트위터에 공유한 시위 영상은 아랍의 봄을 이끌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올라온 현장의 영상은 세계인을 연대하게 만들었다. 분노하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소수가 아님을 트위터를 통해 확인했고, 다른 유저들과 신뢰를 쌓았으며, 기존 투쟁 집단의 위계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관계를 다졌다.

대탈출

그래서 유저들은 일론 머스크의 제국에 순순히 들어갈 생각이 없다. 지금 트위터 이용자들은 이곳을 떠나 어디를 다음 목적지로 삼을지 간을 보고 있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가 만든 블루스카이가 유력하다. 현재 한국 유저들은 새로 만든 블루스카이 프로필을 공유하고, 서로서로 초대 링크를 요청하고 있다. 트위터 난민들의 정착 후보지로는 ‘마스토돈’이 꼽히기도 했고, 서브스택이 개발한 ‘노트’가 주목받기도 한다. 그리고 트위터는 유저들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기사나 링크를 포함한 트윗을 올리면, 그것을 삭제하고 있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망명지도 각각 세 곳으로 갈리고, 정보 공유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위터 유저들의 ‘대이사’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트위터 유저들은 거대한 미션 없이 관심사와 일상 공유를 위해 모인 개인들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위터를 버린다는 것은 친구, 정보원, 팔로워, 그리고 사회적이고 지리적인 경계를 넘나드는 이질적인 유저 풀을 잃는 것이다. 2014년 카카오톡이 감청당하고 있다는 논란에 많은 이용자가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떠났지만 카톡은 건재했다. 귀찮아서, 잘 몰라서, 별 이유 없이 카카오톡에 남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텔레그램으로 떠났더라도 카톡 계정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본질은 커뮤니티이고, 여기서 나오는 영향력이다. 플랫폼을 옮기면 관계도 정보도, 모든 것을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쌓아야 한다.

웹 2.0 확인 사살

우리에게는 인터넷에서 남기는 흔적은 영원히 보존될 거라는 불안이 있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서버를 가진 사람이 서버를 종료하기만 하면 흔적은 즉시 사라진다. 최근 아마존은 구조조정의 여파로 사진 및 영상 기기 전문 리뷰 사이트 디프리뷰(DPReview)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도 1세대 블로그이자 ‘밸리’를 통해 유저들의 다양한 논의를 이끌었던 이글루스가 6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이 사이트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개방, 참여, 공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웹 2.0 시대에 시작되었다는 거다. 이들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이유는 하나다, 낮은 수익성. 하지만 우리가 잃을 것은 너무나도 많다. 개방 정신의 웹 2.0과 개인화를 기초로 한 웹 3.0 사이에 존재하던 트위터가 유저들이 떠나고 존재 가치를 잃는다면, 우리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쌓아온 각종 논의들의 아카이브를 잃게 된다.

IT MATTERS

공론장은 언제 사라지는가. 누군가가 사유화하거나 원래의 색깔을 잃었다고 그 즉시 광장이 폐기되는 건 아니다. 변화한 광장 안에서도 사람들은 어떤 것이든 이야기한다. 상호작용이 오가는 한 이용자는 감정적인 위로든 새로운 지식이든 무언가를 얻어 간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이 없을 때, 그때서야 광장은 정말로 의미를 잃는다. 트위터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기업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해도, 유저들이 떠나가지 않으면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은 유지할 것이다. 트위터의 힘은 방대한 유저 수, 그리고 파워풀한 유저들이 다른 유저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슬금슬금 트위터를 떠난다면 이 플랫폼은 본질을 잃는다. 싸이월드가 폐허가 되고, 페이스북이 젊음을 잃었듯, 트위터는 평등을 잃을 것이다. 트위터 제국에서 유료 인증 딱지는 조선시대의 공명첩처럼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트위터 유저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 간다고 해도, 이전에 트위터에서 일어났던 것 같은 유저들 간의 신뢰와 연대, 합쳐서 내는 거대한 목소리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테크 기업들은 수익화의 맛을 알아버렸다. 현재 주류 소셜 미디어인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한 사람의 피드를 철저하게 개인화하여 광고판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도 교류할 수 있던 트위터의 광장 같은 성격은 없다. 나의 클릭 하나, 잠깐의 멈춤에도 의미가 부여되고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만 피드에 뜬다. 트위터의 ‘피곤한’ 사람들은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맞춤형 피드 안에서 크게 화내고 싸울 수 없다.

트위터가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을 때, 사람들은 어디로 흩어질까. 국내에서 주목받는 플랫폼 중 하나로는, 블로그 형식으로 각광받는 포스타입(POSTYPE)이 있다. 이전의 블로그와는 달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작 플랫폼이다. 주로 웹소설이나 웹툰을 올리지만, 유저들은 블로그를 이용할 때와 같이 일기나 정보성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매개로 독자에게 돈을 받는다. 포스타입은 출시 7주년인 작년에 가입자 400만에, 누적 거래액 580억 원을 달성했다. 창작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는 곳답게 독자보다는 창작자에게 친화적이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당연하고 올바른 흐름인 한편, 한때 인터넷의 기본 정신이라고 내세워졌던 공유의 시대가 끝나감을 상징한다.
 
[1]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은 2021년 1월 8일 트위터에 의해 영구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2022년 11월 20일에 22개월 만에 복구되었다. 일론 머스크 최고 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지 3주 만이다.
[2]
원문: No blue check? Fake news t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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