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역사로 미래를 전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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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원국, 김동춘, 박재필, 최우리, 홍성수
에디터 김혜림, 백승민, 이다혜, 이현구, 정원진
발행일 2023.06.27
리딩타임 7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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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8,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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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역사는 반복된다.
반복될 역사를 미래를 위한 단서로 삼을 수는 없을까?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 현재의 현명한 선택을 위한 레퍼런스이자,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근거다. 북저널리즘이 정치, 사회, 환경, 우주, 법, 다섯 분야의 전문가에게 지금 깊이 되돌아봐야 할 역사의 중요한 한 장면을 물었다. 이들이 꼽은 어제의 결정은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결정적 순간, 순간의 결정을 뒤쫓다 보면, 지금 사회가 마주한 질문을 구체화할 수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쓴 강원국 작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김동춘 사회학자, 국내 최초 우주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박재필 대표,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최초로 인터뷰한 《한겨레》 최우리 기자, 《말이 칼이 될 때》를 쓴 홍성수 교수가 꼽은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을까?
저자 소개
강원국은 1998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스피치라이터로 시작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냈다. 8년에 걸쳐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었다. 《대통령의 글쓰기》(2014), 《나는 말하듯이 쓴다》(2020),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2021)를 펴내며 지금은 작가로 살아간다. KBS1 라디오 〈강원국의 지금 이사람〉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춘은 사회학자다.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고 탈진실과 분열의 시대 위 비판적 지성으로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작 《전쟁과 사회》(2000)는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권’ 중 하나로 선정됐다. 진화위 활동을 담은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2013) 등 수많은 책을 펴냈다.

박재필은 국내 최초 우주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서 초소형 위성 연구를 진행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현재 초소형 위성 제작 및 위성 영상 활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우리는 《한겨레》 13년 차 기자다. 한국 언론 최초로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인터뷰했고, 동물권 단체 ‘케어’ 전(前) 대표의 안락사 논란을 최초로 보도했다. 이달의 기자상, 인권보도상, 안종필자유언론상, 언론인권상, 올해의 기후변화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홍성수는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이다. 법사회학, 법철학, 인권법이 주전공이며, 인권 이론과 혐오 표현, 차별 등의 주제를 주로 연구해 왔다. 주요 저서로 《법의 이유: 영화로 이해하는 시민의 교양》(2019), 《인권제도와 기구: 국제 사회·국가·지역 사회》(2018, 공저), 《말이 칼이 될 때: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2018)가 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프롤로그 ; 전례 없는 위기를 넘어서는 법

2화. 최우리 기자 ; 모두가 고속도로처럼 생각하는 시대
경부 고속도로 개통
무엇이 우리를 달리게 하나
환경 보호를 설득하는 법
콘크리트 바깥의 길

3화. 강원국 작가 ; 연설의 시대는 저물었다
한일 관계에 대한 특별 담화문
대통령은 할 말이 있는 사람
추종하지 않고 배척하지 않으면서 성장하라
앞으로 올 말

4화. 홍성수 법학자 ; 차별금지법, 정치권이 화답할 때
차별금지법 공청회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법이 할 수 있는 일

5화. 김동춘 사회학자 ; 한국은 아직도 ‘여순 체제’다
여수‧순천 10‧19 사건
국가보안법이 말하는 것
한국 이념 논쟁의 문제
탈진실의 시대를 경계하라
디지털 매카시즘

6화. 박재필 대표 ; 올드스페이스에서 뉴스페이스로
팰컨 헤비 동시 착륙
우주 개발의 넥스트 스텝
위성으로 미래를 읽다
우주는 픽션이 아니다

에디터의 밑줄

“환경 문제 해결의 핵심은 기존의 권력과 삶의 형태를 전환하는 것에 있다. 물론 개인적인 활동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가장 효능감이 높은 기후 행동 중 하나다. 한국 사회가 할 것은 이런 종류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다. 지금 한국의 환경 정책은 너무 무력하다. 유권자는 정책에 대해 좋고 싫음을 판단하지 않나. 그런데 환경 정책은 그 판단조차 가능치 않은 상황이다.”

“명화에 으깬 감자를 던지던 ‘저스트 스톱 오일 Just Stop Oil’의 시위 이후에, 오히려 미국 대학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공감도가 떨어졌다는 설문 결과가 있다. 기후 활동가에게는 뜨거운 마음이 있다. 그 뜨거운 마음을 잘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냉정한 전략가처럼 이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논의와 그 방법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일하던 때는 그야말로 연설의 시대였다. 여의도 광장, 보라매 공원에서 대통령이 연설하면 백만 명이 모였다. 상명하복의 시대였기 때문에 일방통행식의 말이라도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으로 어디서나 대통령의 말을 쉽게 접한다. 길어지면 가만히 듣고 있을 사람이 없다. 국민들의 발화, 참여도 쉬워졌다. 연설의 시대는 저물었고 질문과 대화의 시대가 왔다. 연설이 아니어도 관계 부처에 대한 지시나 현장에서 만나는 국민에게 하는 약속 하나까지, 대통령 직무 수행의 모든 것이 말로 이뤄진다. 말로 국정을 운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연설의 힘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말의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종이책만이 아니라 칼럼이든 영상이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자기화해야 한다. 내 느낌, 생각, 의견은 무엇인지 사색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말고 메모하고, 메모한 것을 말하고 글로 써야 한다. 말과 글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수단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인식할 때, 자기다움이 완성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자기다움을 찾은 뒤에는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자기다움이라도 매몰되면 아집이다. 세상과의 접점을 넓히며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추종하지 않고 배척하지 않으면서 성장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일부 금융 기관과 공공 기관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성차별 사건이 충격적이었다. 고위 임원들이 직접 관여해서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감점한 사건이었다. 교묘하게 한 것도 아니고, 증거를 은닉한 것도 아니고, 그냥 대놓고 벌인 일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관련 자료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금융·공공 기관의 임원이라면 한국의 엘리트 집단 아닌가. 그들의 ‘차별’에 대한 인식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크게 발전해 왔지만, 차별에 관한 한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건 차별받지 않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고, 국가가 이것을 보장해 주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 가서 공부할 수도 있고, 회사에 취업할 수도, 모임에 참여하고 정치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 참여 과정에서 불이익이나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가 있어서, 성적 지향 때문에, 인종이 다르거나 여성이어서, 혹은 나이가 많아서 참여를 주저하게 되거나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겪는다면, 사회 참여 권리가 제약되는 것이다. 사회에 참여할 권리가 제약된다면 다른 모든 종류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은 사람들은 소수다. 그보다 대다수 국민들이 국가보안법의 존재로 인해 자기 검열을 하고 말을 조심하기 시작했다. 이게 더 심대한 영향일 수도 있다. 국가보안법은 국정원의 존립 근거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사건을 만들면 검찰과 국정원의 먹거리가 생긴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사건을 굳이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이미 역사화된 이 오랜 일들을 알아야 한다고 하는 건 꼰대 같은 소리다. 알면 좋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다.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현재의 문제와 과거의 문제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시민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으니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 부정부패와 권력 남용, 검찰권 행사 등의 뿌리를 모르는 거다. 사실은 모두 과거의 문제와 연결된 것들이다. 흔히 ‘검찰권 남용은 문제다’라고 하지만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감각이 없으면 허사다. 왜 문제인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20세기엔 우주에 나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 쉽게 말해 깃발 꽂는 거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다시 달로 사람들을 보낸다. 여기엔 정치적인 목적에 더불어 경제적 목적이 있다.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던 올드스페이스의 시대는 지났다. 이젠 달도 하나의 소유권이자 경제권으로 인식한다.”

“경제적 가치도 있겠지만 인간의 본능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영역을 넓혀 가려는 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상 인류가 자신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 너머로 뻗어나간 곳들을 생각해 보자. 처음엔 신대륙이었고 그다음엔 남극, 북극이었다. 비옥한 땅일 수도 있지만 척박한 곳도 많았다. 그런데도 간다. 그처럼 사람을 달에 보내려는 인류의 마음엔 ‘저기 뭔가 좋은 게 있겠다’는 목적과 더불어 새로운 공간을 점유한다는 심리 자체가 작용한다. 경제적인 논리만으로는 우주 탐사를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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