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테크가 바꾸는 리뷰 생태계

4월 28일, explained

여행 플랫폼 기업들이 리뷰 생태계를 확장한다. 기술이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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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나 장소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엔데믹에 맞춰 리뷰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도와 연동되는 리뷰 플랫폼 ‘마이플레이스’에서 결제 인증이 불가한 지역·자연 명소에도 리뷰를 남길 수 있게 개편했다. 트래블 테크 플랫폼 와플스테이는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Expedia)와 파트너십을 맺고 리뷰를 연동할 수 있게 했다.

WHY NOW

좋은 곳을 여행하고픈 마음은 모두 같다. 여행 플랫폼들은 최저가 비교와 예약은 물론 모빌리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여행 경험을 보장하진 않는다. 다들 리뷰를 참고하는 이유다. 기술은 리뷰를 쉽게 만들었지만 올바른 리뷰 문화를 정착시키는 건 늘 난제였다. 트래블 테크는 여행자들에게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는 리뷰를 참고하고 작성하는 모두가 숙고해볼 문제다.

리뷰 사회의 그림자

한국은 리뷰 사회다. 음식도 여행도 리뷰 확인은 필수다. 레퍼런스를 찾고픈 마음은 역효과도 불렀다. 지난 2020년 쿠팡이츠에서는 한 이용자가 분식집에서 주문한 새우튀김에 불만을 품었다. 집요한 클레임과 쿠팡이츠 측의 책임 회피는 점주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허위 혹은 광고성 리뷰도 난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온라인 쇼핑 이용 후기에 대해 조사한 결과 97.2퍼센트의 소비자가 구매 전 이용 후기를 확인하지만 이용 후기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70.2퍼센트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디지털 인민재판과 유용한 참고 자료 사이, 플랫폼의 고민은 깊어졌다.

신뢰도와 디인플루언서

리뷰는 이용자뿐 아니라 플랫폼에게도 중요하다. 플랫폼은 사람을 모아 활동을 유도하고 거기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힌다. 리뷰는 귀중한 데이터다. 왓챠는 7억 건의 영화 리뷰를 통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 성공했고, C2C로 나아가는 네이버도 블로그·지도 앱·플레이스 등 서비스의 대부분이 리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리뷰의 신뢰도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용자들은 점점 깐깐해지고 있다. 특정 물건을 사지 말라며 냉정하고 솔직한 리뷰를 하는 ‘디인플루언서(de-influencer)’ 열풍이 그 방증이다.

생성 AI와 가짜 리뷰

플랫폼은 가짜 리뷰와 전쟁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말 아예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만든 ‘온라인 소비자 리뷰 국제 규약(ISO20488)’을 토대로 리뷰 운영 정책을 손봤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생성 AI다. 아마존은 챗GPT 등을 이용해 적은 가짜 리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용자 유치를 위해 대부분 플랫폼은 리뷰에 리워드를 지급하는데 이를 남용한 것이다. 몇 자더라도 후기를 글로 옮기는 작업은 수고롭다. 기업들은 이를 다시 AI로 사전 감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AI 전쟁이 리뷰 생태계로도 확전하는 모양새다.

리뷰와 여행 산업

리뷰의 중요성은 여행 산업에서 특히 부각된다. 상품이야 어쩌다 한 번 실망하고 말아도 여행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도 막지 못한 여행 수요는 코로나 이전처럼 회복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3월 국제선 항공 여객 수는 138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배 증가했다. 소비 의지는 크지만 신중히 모은 돈을 금리 때문에라도 함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기왕이면 다른 지출에 비해 효용이 큰 여행을 선택했기에 더 많은 조건을 따져 묻게 된다. 지금 트래블 테크가 리뷰 생태계 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코로나 이후의 여행자

코로나 이후 여행자들은 젊고 체험적이며 기술 친화적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 여행 예약자 중 20~30대의 비율은 30퍼센트로 2019년의 16.3퍼센트에 비해 두 배였다. 미국도 Z세대를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두드러진다. 데이터 리서치 기업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비교적 낮은 소득 수준에도 불구, Z세대가 지난 1년간 3회 이상의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른 세대보다 두드러지는 답변은 모험과 정신 건강, 문화 경험이었다. 여행자는 다채로운 정보를 원한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감도 높은 리뷰 환경 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평가 정보에서 취향으로

잘 만들어진 기술은 불편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문화를 만든다. 여행 플랫폼은 아니지만 지역 정보와 리뷰 제공자로서 네이버의 접근법은 차별점이 있다. 검열 강화보다 선한 동기를 유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2021년 마이플레이스에선 별점이 사라졌다. 대신 “깨끗해요”, “조용히 쉬기 좋아요” 등의 업체별 맞춤형 키워드 리뷰 시스템이 생겼다. 네이버에 따르면 베타 기간 이용자의 81퍼센트가 새 리뷰 시스템에 더 만족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리뷰의 의미는 변하고 있다. 평가 정보가 아닌 취향과 공감의 장이 된 것이다.

리뷰의 커뮤니티 콘텐츠화

서로의 정보와 의견을 공유한다는 특성 탓에 리뷰는 커뮤니티와 곧잘 연결된다. 이는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에 집중하는 대부분 플랫폼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그 중심엔 콘텐츠가 있다. 여기어때는 다양한 숙박 시설을 이용 후 상세 후기를 남기는 슈퍼 리뷰어 커뮤니티 ‘트립홀릭’을 모집하고 있다. 여기에 여행 취향이 비슷한 멤버들의 오프라인 모임 및 온라인 클래스를 연다. 네이버 마이플레이스는 애초에 소셜 미디어 형태로 만들어졌다. 지역·자연 명소의 리뷰는 방문 인증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갈음해 ‘로컬 콘텐츠’로 탈바꿈시켰다.

IT MATTERS

2세대 여행 산업은 온라인 리뷰와 함께 컸다. 세계 1위 여행 정보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나 2세대 온라인 여행사(OTA)인 익스피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평가 정보로서 더 많은 여행지 정보와 리뷰를 끌어모으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2세대 OTA는 악성 혹은 허위 리뷰와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모니터링만이 유일한 해답처럼 보였다. 그러나 3세대 트래블 테크는 다르다. 리뷰의 속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이용자 중심의 생태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익스피디아 그룹, 부킹홀딩스, 에어비앤비, 트립닷컴 등이 90퍼센트 이상 점유한 글로벌 OTA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이유다.

3세대 트래블 테크가 그리는 미래는 웹 3.0 생태계다. 웹 2.0은 플랫폼이 정보 소유와 통제의 주체였다. 웹 3.0은 정보의 주체가 이용자다. 와플스테이나 트립비토즈 등 3세대 한국 트래블 테크는 영상 리뷰의 확장과 함께 ‘트래블 투 언(T2E)’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리뷰를 쇼트폼 영상으로 올리면 숙박 마일리지나 디지털 재화 등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애초 영상 기반 커뮤니티 여행 플랫폼으로 출발한 트립비토즈는 웹 3.0 기업 네오핀과 손잡고 올해 2분기 전 세계 젊은 여행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트래블 웹 3.0’ 생태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행의 미래는 웹 3.0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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