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의 미래

2023년 5월 1일, explained

IRA 대응책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중요한 것은 10년 뒤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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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시장에 ‘K-배터리’ 벨트가 생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완성차 기업과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결과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삼성SDI는 제네럴모터스(GM)와 손을 잡는다. 완성차 업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수혜를 누리고, 배터리 업체는 고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는 상부상조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가 포드, 테슬라와 손을 잡겠다고 밝히며 변수로 떠올랐다.

WHY NOW

합작공장 건설로 국내 기업들이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만큼,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기차 전환 흐름, 배터리 경쟁, 그리고 IRA까지 본질은 친환경이다.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전기차는 완벽한 대안이 아니다. 이대로 간다면 2030년 연간 10만 개의 폐배터리가 쏟아질 전망이다. 배터리, 이후의 산업을 봐야 한다.

GV70이 IRA 혜택을 못 받는 이유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기업이 손을 잡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IRA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IRA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하고, 배터리의 핵심 광물 40퍼센트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구해야 한다. 현대차의 전기차 제네시스 GV70은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그 안에 들어가는 SK온의 배터리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완성차업계가 전기차로 가는 길에 배터리는 필수다.

배터리-완성차업계의 원팀 전략

배터리 기업에도 득이다. IRA로 미국에 공장을 신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완성차 기업이 자금 조달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4월 25일 SK온과 현대차 그룹은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총 50억 달러, 우리 돈 6조 5000억 원을 각각 절반씩 투자해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는다. 같은 날, 삼성SDI도 30억 달러, 우리 돈 약 4조 원을 투자해 GM과 합작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혜택도 기대된다. 미국은 현지에서 제조한 배터리에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지원하고 있다. SK온은 2025년까지 약 4조 원의 세금 혜택을 얻을 것으로 자체 추산한다.

기술 동맹? 비즈니스?

재계는 합작공장 건설 계획 발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 중 연달아 이어졌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성격이 군사·안보 중심에서 기술 동맹으로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을 단순히 시장으로만 놓고 봐도 의미가 크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분기에만 북미 시장에 자동차 50만 4000대를 팔았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6퍼센트 오른 수치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12일 미국 환경보호청은 2032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67퍼센트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변수는 CATL

배터리-완성차 기업의 원팀 전략으로 한숨 돌렸다는 평이지만 변수가 있다. 바로 중국의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다. CATL은 전 세계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가장 많이 양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CATL이 북미 시장으로 들어온다면 국내 기업들에도 큰 위협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CATL의 시장 점유율은 27.5퍼센트, 출하량은 39.1퍼센트였다. IRA로 판매처가 축소된 CATL은 포드(Ford)와 합작사를 지으며, 북미 시장으로 다시 진입하려 하고 있다. 포드가 공장 지분 100퍼센트를 소유하고 CATL은 기술만 제공하는 우회적인 방안이다. 테슬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CATL과 협업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IRA의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FP와 NCM

IRA는 첨단 기술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확실한 신호다. 그리고 포드와 테슬라의 계획은 이 흐름에 정확히 역행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CATL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분야의 강자다. LFP 배터리는 무겁고 용량이 작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지닌다. 국내 기업이 두각을 보이는 것은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 분야다. 매장량과 생산량이 적은 희귀 금속을 쓰는 탓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안정적이고 오래간다. 때문에 비교적 먼 거리를 주행하고 높은 소비력을 가진 미국 시장에서는 LFP보다 NMC 배터리 수요가 높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기도 한다.

CATL의 나트륨 배터리

CATL이 위협적인 이유는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다. 바로 새로운 기술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은 완벽한 대안이 아니다. 추출·정제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원주민 피해도 상당하다.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혁신으로 주목받는 것은 나트륨이다. 나트륨은 자원이 풍부하고 가공 과정도 어렵지 않아 저렴하다. 전 세계 건설 중이거나 논의되고 있는 나트륨 전지 공장 20개 가운데 16개가 중국에 있는 상황이다. 2년 내 나트륨 배터리 시장의 95퍼센트를 중국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ATL은 4월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나트륨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테슬라가 선택한 중국

중국은 전기차와 관련하여 거대한 공장인 동시에 시장이다. 이달 초, 테슬라가 또 한 번 정부의 기조를 거스르는 청개구리 행보를 보인 이유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ESS) ‘메가팩’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간 1만 개 메가팩을 만들어 전 세계로 판매한다. 중국은 지난해 테슬라 매출의 22.3퍼센트를 차지한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초창기 전기차 시장을 이끌었던 테슬라의 행보는 미래 산업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ESS는 풍력·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재생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10년 이후 지금의 배터리 산업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T MATTERS

CATL와 테슬라는 한발 앞선 미래를 보고 있다. 전기차 전환 흐름, 그로 인한 배터리 기술 경쟁, 그로 인해 파생된 IRA까지, 기반에는 모두 친환경이 있다. CATL의 나트륨 배터리와 테슬라의 ESS 메가팩 공장 건설이 시사하는 바도 마찬가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3’ 보고서에서 올해 전기차 총 1400만 대가 팔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0년에는 연간 10만 개 이상의 폐배터리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NE리서치는 2030년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20조 원 이상 확대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래 배터리 산업의 키는 여기 있다. 폐배터리 산업은 재활용과 재사용 영역으로 나뉜다. 폐배터리에 남아 있는 리튬, 니켈, 망간 등 원재료를 수거해 다시 재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폐배터리의 에너지저장기능을 살려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폐배터리 여러 개를 묶어 만든 모듈에 급속 충전기 한 개를 연결해 에너지저장장치로 쓰는 것이다. 이를 리유즈 에너지저장장치(R-ESS)라고 한다. ESS에서 한발 나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차그룹, 한화큐셀 등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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