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우주 독과점

5월 2일, explained

달 표면에 묻힌 막대한 자원을 향해 각국이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는 화성을 향한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NOW THIS
 
현지시간으로 지난 4월 20일 오전 8시 33분,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거대 우주선 스타십을 쏘아 올렸다. 결과는 폭발이었다. 이륙 4분 만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환호했다. 일론 머스크는 재도전을 약속했다. 이르면 올여름이 될 전망이다.

WHY NOW
 
생각보다 우주는 가까이에 와 있다. 이제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자본주의가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어떻게 돈이 될까? 그리고 일론 머스크는 정말 돈을 좇아 우주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비상장사, 스페이스X의 최종 행선지에 답이 숨겨져 있다.

스페이스 자본주의의 서막
 
1997년이었다. 세계 3대 SF 거장으로 꼽히는 영국의 아서 C. 클라크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인류가 다음 세기에는 이 붉은 행성에 발을 내딛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때 말이다. 그리고 2001년이었다. 자신이 창업한 ‘페이팔’을 팔아치운 일론 머스크가 화성 탐사를 위한 로켓을 구매하러 러시아를 방문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때이다. 이듬해인 2002년, 일론 머스크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이데올로기가 인류를 우주로 쏘아 올렸던 시대가 끝났다. 돈 때문에 우주로 향하는 시대가 열렸다.

폭발을 축하한 이유
 
1300억 원이었다. 첫 시험비행 중 폭발해 버린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의 가격이다. 1300억 원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스페이스X의 직원들은 환호했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도 미소 지었다. 원하던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원하던 ‘실험 결과’다. 발사 전부터 실제 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이륙했다. 이후 120미터 높이의 완전체 로켓은 동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최고점에 달하는 MaxQ 단계까지도 견뎌냈다. 스타십이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이미 일주일에 두 차례씩 로켓을 쏘아 올리는 회사다. 공중에서 폭발했어도 성공이라 자축할 만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탐험의 시대, 그다음
 
100명 태우는 우주선이기 때문이다. 5명 태우는 우주선은 상징적이다. 100명 태우는 우주선은 상업적이다. 100명이나 달에 간다면, 그리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갈 수 있다면 돈이 된다. 연구가 아니라 산업을 시작할 수 있다. 가깝게는 자원 혁명이 예상된다. 달 표면에 중국 대륙과 맞먹는 크기의 현무암층이 있다. 20퍼센트가 희귀 금속인 ‘티타늄’을 포함하고 있는 티탄광석이다. 미래의 에너지 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핵융합 발전의 원료, ‘헬륨3’도 110만 톤가량 달에 묻혀있다. 지구 전체에 1만 년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최근 NASA는 모의 달 토양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달에서 숨 쉬며 머무르기 위한 기술이다.
 
21세기의 식민주의
 
25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1850년대, 캘리포니아로 몰려갔다. 일확천금을 꿈꾸었던 사람들이라고 폄훼당하지만, 기회를 현실로 만들 결심을 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도 기회를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금을 찾아 서부로 향했던 ‘49ers’가 될 생각이 없다. 달에서 광물을 캐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란 얘기다. 그의 목표는 달 탐사가 아니라 화성 정복(colonize·식민화)이다. 왜 화성일까.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이주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화성을 지구 2.0으로 만들겠다는, ‘테라포밍’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왜 탐사가 아니라 정복일까. 정복하면 패러다임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의 균형이 깨지고 방향성도 달라진다.
 
Moon to Mars
 
2029년에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다. 6년 후다. 멀고 먼, 22세기쯤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타십을 이용해 화성에 1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이미 2016년에 나왔다. 그리고 이번 스타십 발사 장면은 그것이 정말 가능할 수 있겠다는 신뢰를 안겼다. 일론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NASA도 최근 달을 중간 기지로 삼아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하는 ‘문 투 마스(Moon to Mars)’계획을 위해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결국, 우리나라를 포함해 23개국이 서명한 ‘아르테미스 협정’은 일종의 지분 보장을 위한 ‘느슨한 서약서’라고도 할 수 있다. 달이든, 화성이든 정복하게 될 새로운 땅에 대한 지분 말이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 부를 일구어냈던 시대를 기억하는 인류가 ‘우주 식민지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역사가 그렇게 단순 명료하게 반복되는 것만은 아니다. 변수가 있다.
 
우주를 독과점할 가능성
 
반값이다. 스페이스X의 기술력은 ULA 등 기존 업체와 비교해 봤을 때 1회 발사 비용이 절반 수준이다. ULA는 1회 발사에 1억 달러, 스페이스X의 팔콘 라인은 1회 발사에 6200만 달러, 최대 5000만 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 압도적인 기술력 차이다. 구체적으로는 발사체를 재사용하는 기술을 가졌느냐의 차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끊임없이 쏘아 올린다. 일회용의 첨단 기술보다 양산형의 현실적인 기술이 시장을 독점하는 데에는 유리할 수 있다. 그리고 스페이스X는 이미,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스타링크가 정복한 상공

3,500여 기의 인공위성이 지구를 촘촘히 둘러싸고 돌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사한 위성을 다 합친 숫자가 아니다. 스페이스X의 자회사인 스타링크가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위해 띄운, 그중에서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인공위성의 숫자만 추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분기 서비스 개시될 예정이었으나 하반기로 미뤄졌다. 흔히 6G라고 불리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위력은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증명되었다. 러시아에 의해 통신 시설이 완전히 마비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포병 부대를 정확히 감지해 실시간으로 포격했다. 일론 머스크가 제공한 스타링크 서비스 덕분이었다.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사용 가능한 것이 저궤도 위성통신의 장점이다. 그 시장을 이미 스타링크가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안정적인 재활용 발사체 기술 때문이다. 매주 50기씩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데, 독과점이 안 될 수가 없다.

IT MATTERS
 
우주 개발의 과정이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한 기업에 독과점 된다면, 개발 과정에 치러야 할 비용과 그 결과가 누구에게 집중될 것인지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가의 개발 사업과 민간의 개발 사업은 분명 다르다. 공익의 증대와 최선의 효율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렇다고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성장을 막을 수는 없다. 그것은 혁신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 방법은 또 다른 혁신가의 도전이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지난 2000년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설립하고 우주 관광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스페이스X에 비해 성과가 초라하지만, 블루 오리진도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 분야에서도 ‘카이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스타링크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가들의 경쟁으로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모호하다. 결국, 우주로 향하기 전 우리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새로운 세상을 연다. 관건은 어떤 세상을 어떻게 열 것인가이다.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되었을까? 2015년 만들어진 미국의 ‘CSLCA(상업적 우주 발사 경쟁력 법)’는 누구든 우주에서 얻은 자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뿐이다. 돈을 향한 기술은 쏘아 올렸지만, 철학은 산재하다. 기술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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