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피드의 몰락과 뉴미디어의 길

5월 3일, explained

2010년대 호황을 맞았던 디지털 언론들이 무너진다. 소셜 미디어 이후의 미디어는 정말 독립해야 한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2010년대 호황을 누렸던 온라인 미디어 회사들이 연이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월, ‘버즈피드(buzzfeed)’는 뉴스 부서를 폐지했고, ‘바이스(Vice)’는 인수자를 찾지 못해 파산을 앞둔 상황이다. 버즈피드는 한때 《뉴욕타임스》를 넘어 전 세계 언론사 중 온라인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했던, 유니콘 미디어였다.

WHY NOW

이들의 몰락은 개별 회사의 위기가 아니다. 연이은 은행의 파산처럼, 과거에는 견고했던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저널리즘에 거대한 위기가 닥쳤음을 말한다. 소셜 미디어에 의존하는 온라인 언론은 끝을 맺었다. 클릭만으로 소셜 미디어의 거대한 타깃팅 광고 시장을 넘어서기도 어렵다. 소셜 미디어 이후의 미디어는 이제 정말로 독립해야 한다.

버즈피드와 바이스

드레스 색깔 논란으로 익숙한 언론사가 있다. 2006년 설립된 디지털 미디어 ‘버즈피드(buzzfeed)’다. 버즈피드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아 보여 주는 웹 큐레이팅으로 출발했다. 2011년에는 폴리티코 출신의 저널리스트 벤 스미스를 편집장으로 영입하면서 뉴스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기 시작한다. 소셜 미디어가 수없이 모습을 바꿨던 10년 동안 버즈피드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결국 지난 4월 20일 버즈피드 뉴스는 마침표를 찍는다. 청년층을 겨냥한 콘텐츠로 인기를 끈 바이스 미디어 그룹 역시 지난 4월 27일, 바이스 뉴스 투나잇 방송을 중단하고, 100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2010년대의 새로운 문법, 클릭

2010년대로 돌아가 보자. 버즈피드와 바이스 등의 신흥 온라인 언론들이 촘촘했던 기성 언론 시장을 뚫어낼 수 있었던 건 당시 미디어 환경의 변화 덕이었다. 전 세계가 연결되던 2010년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대안 언론의 역할을 수행했다. 뉴스 소비자는 다양한 색깔의 콘텐츠를 모아 볼 수 있는 소셜 미디어 피드가 특정 색을 대표하는 기성 언론보다 대안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스 공급자에게는 사이트 유입을 돕는 소셜 미디어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인쇄 매체 수익에 맞서는 유일한 대안이 됐다. 클릭과 공유를 기반으로 퍼져나가는 바이럴 언론이라는 새로운 문법이 2010년대, 소셜 미디어의 품에서 태어났다. 버즈피드는 소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한 첫 번째 온라인 언론사였다.

알고리즘 리스크

2010년대 새로이 등장한 디지털 저널리즘은 당시의 미디어 환경을 영리하게 이용한 이들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에 의존적이기도 했다. 믿을 수 있는 연결을 기반으로 했던 소셜 미디어 피드는 빠르게 나에게 맞는 정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에 잠식당했다. 미국 대선을 거친 2010년대 중반부터, ‘소셜 미디어의 언론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알고리즘 리스크다. 뉴스 공급자는 알고리즘의 블랙박스를 예측할 수 없었고, 대중은 알고리즘이 촉발한 정보의 범람과 양극화에 지쳐 갔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과 뉴스피드가 오히려 공론장 형성에 해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 줄을 이었다.

사라지는 광고주

소셜 미디어의 블랙박스화는 이들의 신뢰도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디지털 언론은 광고 수익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없었다. 광고주의 입장에서 버즈피드의 ‘입소문’보다 매력적인 건 소비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소셜 미디어의 데이터 기반 타깃 광고였다. 소비자 개개인의 최근 관심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소셜 미디어와는 달리, 디지털 언론들은 광고 소비자의 인구 통계조차 알 수 없었다. 단발적인 클릭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누가 웹사이트에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지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플랫폼의 변화

뉴스를 소비하는 주요 플랫폼도 변화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의하면 틱톡은 가장 빠르게 성장한 뉴스 네트워크였다. 전 세계 18~24세의 40퍼센트가 틱톡을 경험했고, 전체의 15퍼센트는 틱톡을 뉴스 플랫폼으로 소비했다. 플랫폼 환경이 변화하자 텍스트 중심의 소셜 미디어에 기반을 뒀던 온라인 미디어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플랫폼 시장의 변화는 이들이 좋은 기자나 양질의 콘텐츠를 모으는 것에도 악영향을 줬다. 버즈피드에서 ‘세마포(Semafor)’로 자리를 옮 벤 스미스는 좋은 콘텐츠를 가진 사람은 한 미디어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것보다 유튜브나 뉴스레터, 1인 미디어로 확장해 독립적인 미디어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 훨씬 이득일 것이라 말했다.

소셜 미디어 저널리즘의 몰락

벤 스미스는 언론이 하는 일은 기술적인 게 아닌 문화적인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문화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버즈피드와 바이스는 이러한 문화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들이 기술적 외부에 의존했던 탓이었다. 버즈피드와 바이스 등의 디지털 저널리즘은 소셜 미디어라는 외부 플랫폼의 가변성에 탑승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가변성으로 인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요컨대 그들의 실패는 소셜 미디어라는 외부에 의존했던 결과였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

플랫폼이 변한 만큼 소비자도 변했다.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쏟아지는 뉴스는 피곤한 대상이며, 동시에 불신의 핵에 위치한다. 퓨 리서치 센터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가 뉴스에 지쳤다고 답했다. 미국 성인 네 명 중 한 명은 뉴스가 정치적 양극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절반가량이 미디어를 불신했다. 기성 언론은 현실 정치의 맹목적인 팬덤에 의존하고, 디지털 언론은 소셜 미디어라는 플랫폼에 의존했다. 전자는 양극화를, 후자는 피로감을 부른다. 둘 모두가 실패했다면, 그 바깥은 결국 모두로부터의 독립이다. 《뉴욕타임스》는 믿음직한 정보 유통처를 자처했고, ‘레딧’은 민주적인 커뮤니티를 지향했기에 시시각각의 문화적 변화에 대처할 수 있었다. 이들은 요동치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IT MATTERS

매거진 ‘플립보드(Flipboard)’는 새로운 소셜 미디어에서 답을 찾고 있다. 이전의 방식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극복하는 식이다. 그들은 믿음직스러운 큐레이팅을 복원하고자 한다. 플립보드는 분산형 소셜 미디어인 ‘페디버스(Fediverse)’를 통해 데스킹된 뉴스 큐레이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뉴스, 기술, 문화, 과학 네 개로 구성된 데스크는 양질의 콘텐츠를 직접 발견하고, 정리하는 전문적인 사람 큐레이터에 의존한다.

지금은 오염된 ‘팬덤’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레퍼런스로 삼을 수도 있다. 해당 미디어의 가치에 공감하고, 그들의 콘텐츠를 믿을 만하다고 평가하고 소비하는 커뮤니티가 그것이다. 다양성 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A24와 같은 영화 제작사는 자체 멤버십을 운영하며 OTT 외부에서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꾸리고 있다. 세마포는 정보와 기자 개개인의 관점을 강조하며 관점이 오가는 미디어를 표방한다. 

기존의 학술과 출판 네트워크를 활용해 커뮤니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할 수도 있다. 베르그루엔 연구소가 발간하는 《노에마 매거진(Noema Magazine)》, 《아메리칸 어페어(American Affairs)》와 같은 롱 폼 기반 미디어는 출판과 온라인, 학자와 독자가 연결된 커뮤니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견고해 보이는 광고와 클릭, 알고리즘과 플랫폼 기업 바깥에서도 다음 세대의 미디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