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국이 된 인도

2023년 5월 4일, explained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추월했다. 세계 질서에서 인도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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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 세계 인구수 1위 자리를 내줬다. 인도의 인구는 14억 2800만 명으로 중국을 추월했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었던 중국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인도 내부에서는 인구 증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인구 억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WHY NOW

인구 증가는 인도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구 증가는 기회다. 5월 2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2023년 한 해 5.9퍼센트 성장할 전망이다. 나아가 인도는 독자적 외교 행보로 미국·중국·러시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새로운 힘으로 떠올랐다.

인구 대국 인도

2023년 초 기준 인도 인구는 약 14억 2800만 명이다. 인구 면에서 절대 강국의 지위를 유지해 온 중국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출생률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엔경제사회처(DESA)는 4월 말 기점으로 인도 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도에서는 인구 억제 정책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의 한 의원이 대법원에 한 가정당 자녀 수를 두 명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지원을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

2019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많은 인구가 국가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인도 노동자의 90퍼센트가 노점상, 가사도우미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부문에 속한다. 비공식 경제 활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소득 보장, 건강 보험이 없다. 때문에 코로나19 등의 위기에 취약하다. 실제로 인도의 실업률은 코로나19를 겪으며 2020년 7.5퍼센트로 올랐다. 그리고 올해 3월 기준 7.8퍼센트를 유지하고 있다. 인구가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양질의 교육,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경제 성장의 기회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인구는 국력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병력으로 동원할 수 있는 인구가 많을수록 전쟁에 유리했다. 21세기 전쟁의 양상이 기술 중심으로 옮겨 가며 인구와 국방력의 관계는 옅어졌지만, 인구는 여전히 국력이다. 인도의 중위연령은 29세, 인구의 47퍼센트는 25세 이하로, 세계에서 젊은 노동력이 가장 풍부한 나라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 비율이 높아지면, 부양률이 감소하고 경제 성장이 촉진된다. 이를 인구배당효과라고 한다. 2060년 무렵에는 16~18억 명으로 인도 인구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도가 수십 년 동안 인구배당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뇌 유출 위험

국제인구과학연구소의 아파라히타 차토파디야이(Aparajita Chattopadhyay) 교수는 인도의 실업률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많은 선진국의 실업률이 인도보다 높은 상황에서 우려해야 하는 것은 두뇌 유출이라고 지적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매년 나오는 수천만 명의 대학 졸업생 중 기업들이 원하는 기술을 갖춘 인력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해외로 나가고 있다. 유엔경제사회처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20년 사이 1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이주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삼성전자가 현지 대학과 산학협력 관계를 통해 직접 특허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중국을 따라라?

인도 인구 관련한 소식이 전해지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이 중국과 인도를 비교하며 내놓은 만평이 논란이 됐다. 지붕 위까지 사람들을 가득 태운 낡은 인도의 기차가 중국의 KTX를 추월하는 모습이었다. 여러 의미의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기차의 모습에 주목해 볼 수 있다. 인도 내에서는 중국처럼 과감하게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하며, 선전, 샤먼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제조업을 발전시켰다. 2001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대외 개방을 했다. 반면, 인도는 18퍼센트라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관세율을 유지하며 내수에 치중하고 있다. 2022년 아마존이 과도한 규제를 문제 삼으며 인도 내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넥스트 차이나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인도로 향하고 있다. 낮은 인건비와 임대료로 강력한 원가 경쟁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인도는 ‘세계의 약국’으로 불리며, 전 세계 다양한 백신 수요의 50퍼센트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인도 공장에서 생산됐다. 애플도 아시아 사업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고 있다. 아이폰14 시리즈부터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했고, 4월 18일에는 뭄바이에 첫 오프라인 애플 스토어를 열었다. 삼성전자도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제품군을 확장했다. 인도는 중국의 ‘세계의 공장’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나라

인도에 다양한 나라의 공장이 모이는 이유는 풍부한 인구만이 아니다. 인도는 지정학적으로 안정적이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인도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 노선을 견지했다.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는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 철저히 실리에 따르는 행보를 펼쳤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일원인 동시에 상하이협력기구(SCO)의 2023년 의장국이다. 인도가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힘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성용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은 인도 집권층은 내수 시장 활성화에 집중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애플 공장도 자국에서 사용하는 물량을 생산하기 위함이지 ‘세계의 공장’이 되는 일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IT MATTERS

중요한 것은 상대가 누구든 인도는 자국의 실리를 찾아 행동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인도의 행보가 그 예다. 인도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석유를 사들였다. 인도는 냉전 시기 소련으로부터 안보 지원을 받아 왔다. 카슈미르, 라다크 지역에서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로서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놓을 수 없다. 인도는 같은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한편,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짜는 미국으로서는 인도와의 관계가 필수적이다.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여도 어찌하지 못하는 이유다. 인도는 이런 독자적 행보로 미국·중국·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와 독자적 외교를 바탕으로 인도는 세계 질서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수치상으로 보면 인구 증가는 인도에 기회에 가깝다. 국제통화기금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6퍼센트로 상향 조정했다. 아태 지역이 세계 경제 성장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할 것이며, 중국과 인도가 그 중 50퍼센트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세는 인도의 ‘마이웨이 행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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