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0이 그리는 미래

5월 18일, explained

기술의 개방과 민주화는 웹2.0을 넘어설 수 있을까? 플랫폼의 독점 이후에는 탈중앙을 지향하는 프로토콜이 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NOW THIS

스타트업 ‘투게더(Together)’가 2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 투게더는 모두가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오픈 소스 생성 AI를 개발한다. 챗GPT의 기반이 되는 거대 언어 모델인 GPT-3는 폐쇄형 모델로, 오픈AI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며, GPT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성능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이와 달리 오픈 소스 생성 AI는 누구나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고, 모델을 교육·조정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들의 사명은 하나다. AI를 기업의 손과 시스템에 가두지 않고, 열린 대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WHY NOW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웹2.0은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독점해 플랫폼 기업의 몸집을 키웠다. 웹3.0이 독점이라는 웹2.0의 그늘을 보완할 대안으로 논의된다. 웹3.0은 공룡 기업의 모습을 한 중개자를 없애고, 모두에게 권리를 쥐여 주자고 말한다. 개개인을 정보의 생산자이자 소유자로 만들자는 것이다. 플랫폼 이후, 세 번째 인터넷의 시대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개방성이 만드는 AI의 발전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지난 5월 16일, 미국 상원의원회의에서 AI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AI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술 분야에서도 AI를 비롯한 신기술의 배제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투게더의 CEO 프라카시(Prakash)는 생성형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방적이고 탈중앙화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정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거나, 개인이 그에 접근할 수 없게 막는 것이 AI의 발전을 오히려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지점은 기술의 개방과 민주화다.

나의,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로봇 프로세서

로봇 공학 스타트업 ‘인트린직(Intrinsic)’도 유사한 지향을 공유한다. 인트린직은 로봇의 산업적 활용에서 개방과 민주화를 꿈꾼다. 인트린직에 의하면 로봇은 그 생산성에 비해 전문가도 사용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로봇을 가로막는 높은 진입장벽을 직관적인 프로그래밍과 교육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산업 현장마다, 제작 대상마다 로봇의 하드웨어가 달라도 솔루션을 활용하면 큰돈과 기술을 들이지 않고도 로봇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투게더와 인트린직의 시대에는 더 이상 로봇과 AI가 소수의 전문가만을 위한 지식이거나, 고급 기술이 아닐 수 있다.

쌍방향과 독점의 시대, 웹2.0

이들은 AI나 로봇 등이 가진 신기술의 그늘을 소모적인 규제가 아닌 모두의 참여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활기찬 개방형 생태계”라는 그들의 이상은 웹3.0의 기본 아이디어와 맞닿는다. 현재의 주된 디지털 환경인 웹2.0의 기본 정신은 플랫폼을 통한 쌍방향 소통이었다. 구글, 애플 등의 기업들은 개개인의 네트워킹을 비즈니스화했다. 그 방법은 데이터의 독점 수집이었다. 데이터 수집은 사이트 애용자에게 “다시 돌아오셨네요!”라는 따듯한 문구를 띄울 수 있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여러 리스크를 불렀다. 독과점이라는 비즈니스적 리스크, 개인정보의 광고 수익화, 질 낮은 콘텐츠의 범람과 가짜뉴스의 창궐까지, 현대 사회를 정의하는 부작용이 웹2.0의 품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개인은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개인에게 다시 힘을, 웹3.0

2000년대 후반부터 웹2.0의 대안으로 모두에게 데이터 통제권을 주고, 투명성을 보장하는 형태의 웹3.0이 논의됐다. 웹3.0은 기업이 개인의 데이터를 통제하지 않고,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가 사용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환경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논의되는 것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을 거치지 않고 컴퓨터끼리 직접 통신하는 P2P(Peer to Peer) 방식을 통해 정보를 저장한다. 즉, 모든 데이터는 하나의 중앙이 아닌 모든 참여자에게 분산돼 저장되고 공유된다. 데이터와 플랫폼이 분리되는 것이다. 통신 규칙을 통해 사람들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끔 하는 프로토콜은 웹3.0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의 몫을 나누는 프로토콜

많은 웹3.0 프로토콜은 크게 두 가지 개념을 결합한다. 하나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또 하나는 블록체인이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소스 코드를 확인하고,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한다면, 중앙 집중된 서버 없이도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배포할 수 있다. 프로토콜은 그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에 보안과 확장성, 접근성을 제공한다. 그 기반을 활용해 더 많은 이들이 쉽게 플랫폼을 만들 수 있고, 프로토콜은 무수한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를 늘리고 가치를 높인다. VC ‘플레이스홀더(Placeholder)’의 조엘 모네그로(Joel Monegro)는 웹3.0의 디지털 시장이 얇은 어플리케이션(Thin Application)과 뚱뚱한 프로토콜(Fat Protocol)로 구조화될 것이라 예측했다.

해자의 몰락

얇은 어플리케이션과 뚱뚱한 프로토콜의 시대에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성공 모델이 바뀔 수 있다. 기존 플랫폼의 성공 공식은 해자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자사의 데이터와 서비스 주변에 수로를 파 놓고 경쟁력을 보호해 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데이터와 네트워킹의 고립은 대중적 지지를 잃은 지 오래다. 정부의 규제와 소모적인 성장 모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기도 하다. 독점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한 플랫폼 기업이 30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기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수백 개의 작은 앱이 활동하는 프로토콜 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미래는 플랫폼이 아닌 프로토콜이 주도하는 시장이 될 수 있다.

소비자를 위한 생태계

그래서 미래는 일론 머스크의 슈퍼앱 ‘X’보다 ‘액티비티펍(ActivityPub)’이나 ‘이더리움’ 등 탈중앙화 프로토콜이 더 큰 가능성을 지닐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하나의 플랫폼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는 사진을 올리고, 유튜브에서는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렇다면 모든 걸 가능케 하는 단일한 앱보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일된 규칙과 개인의 주도권 위에서 심리스(seamless)하게 연결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생산자에게는 거대한 데이터 수집 비용이나 투자가 필요치 않다. 원하는 아이디어를 프로토콜의 기반 위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데이터 통제권을 지키며 내가 선택한 콘텐츠와 기능을 자유롭게 소비한다. 만약 해당 프로토콜에서 문제를 발견한다면 이용자는 주어진 권력 위에서 자유롭게 제안하고 발언할 수 있다. 더 이상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알고리즘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IT MATTERS

미래를 바꾼 기술들은 기존의 왕조를 무너트리며 태어났다. 그러나 지금의 AI와 로봇, 소셜 미디어 등은 기존의 권력 위에서 태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부터 MS의 먹거리인 AI, 카카오와 네이버의 검색 엔진까지 말이다. 이미 힘의 균형이 쏠려 있다면, 새로운 기술은 기존 권력의 중력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무력하고,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가진 이는 빅테크의 일개 직원이 될 뿐이다.

웹3.0과 탈중앙화라는 기획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해 보고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모두가 자신의 데이터에 책임을 지고, 권리를 누리는 사회. 그리고 네트워킹을 통한 잉여가치를 모두가 소유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 투게더는 권력의 분산 이후의 AI 민주화를, 인트린직은 다가오는 로봇의 시대에 대비한 로봇 관련 기술과 소프트웨어의 지식 불평등을 해소하려 한다.

그럼에도 기술은 언제나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설계일 뿐이다. 블록체인은 모두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감시할 수 있게 했지만, 그뿐이다. 지금의 암호화폐는 권력층과 더 가깝고, 때로는 투기와 범죄의 수단이 됐다. 탈중앙화는 권리와 의무를 모두의 손에 쥐여 준다. 그 비전에 대한 공감과 인식, 그를 위한 적절한 교육이 없다면 웹2.0의 과오는 가면만 바꾼 채 반복될 수 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