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곤충

2023년 5월 22일, explained

하루살이가 골칫거리가 됐다.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곤충들이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NOW THIS

도시가 하루살이로 뒤덮였다. 5월 들어 서울·경기 지역에 대형 하루살이 ‘동양하루살이’ 떼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평균 기온과 함께 한강 수온이 상승하면서 동양하루살이 유충 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벌레가 생기기 쉬운 한강 변, 주택가를 중심으로 조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WHY NOW

눈에 띄어야 문제가 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똥구리가 절멸했다. 인간은 곤충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지구는 어쩌면 여섯 번째 멸종을 눈앞에 뒀다. ‘벌레’라고 불렀던 존재를 다시 인식해야 한다.

오명을 쓴 팅커벨

하루살이 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동양하루살이(Ephemera orientalis)의 별명은 팅커벨이다. 몸통보다 긴 날개를 가졌기 때문이다. 날개를 펴면 5센티미터에 달한다. 다른 하루살이보다 큰 날개를 가진 탓에 사람들 눈에 잘 띈다. 수천 마리가 모여 있는 모습은 쉽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남양주시가 2024년까지 동양하루살이를 매년 15퍼센트씩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지자체들은 방제사업에 나서고 있다. 방제는 인간이나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해충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하루살이는 따지자면 익충에 가깝다.

사실은 수생태계 지표종

하루살이 성충은 입이 퇴화해 인간과 농작물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루살이 유충은 하천의 유기물을 먹어 양호한 수생태계를 유지한다. 유충과 성충은 각각 물고기와 새의 먹이가 된다. 동양하루살이는 2급수 이상인 물에 서식한다. 동양하루살이 개체수가 많아졌다는 것은 한강 수생태계가 양호하다는 긍정적인 신호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하루살이의 수명이 일주일이기 때문에 도심 내 ‘하루살이 문제’는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자체로서는 단 일주일이라도 시민 불편을 두고 볼 수 없겠지만, 지금의 조치가 어떤 나비효과로 돌아올지 따져 봐야 한다.

이미 도착한 미래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의 끼치는 영향은 이미 드러났다. 그 결과는 멸종이다. 우리나라의 소똥구리는 ‘절멸 상태’다. 이는 ‘잠재적 번식능력을 가진 마지막 개체가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 확실한 경우’를 말한다. 국내 자생종 소똥구리는 1970년대 이후 공식 관찰 기록이 없다. 소똥이 없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방목하여 키우던 소는 모두 공장식 축사로 들어갔다. 또 소의 사료에 들어간 항생제는 고스란히 소똥구리에게로 전해졌다. 소똥구리는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가축의 분변을 빠르게 분해하고, 굴리면서 토양에 영양물질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소똥구리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는 것은 생태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뜻이다.

곤충 생태계가 흔들리면

곤충 생태계는 생물다양성의 근간이다. 곤충이 사라지면 모두가 무너진다. 실제로 호주에서 보공나방의 개체수가 줄어들자 꼬마주머니쥐가 굶어 죽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자원 90퍼센트가 곤충에 의한 수분에 의지하고 있다. 곤충의 멸종은 식량의 문제다. 4억 년간 다섯 번의 멸종에도 지구를 지켜온 것은 곤충뿐이다. 과학자들은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여섯 번째 멸종의 신호탄이라고 한다. 인섹타겟돈(Insectageddon)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성경에서 지구 종말을 뜻하는 단어인 아마겟돈(Armageddon)에 빗댄 것이다. 곤충은 인간 없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인간은 곤충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세계 꿀벌의 날

5월 20일은 세계 꿀벌의 날이다. 생태계와 식량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유엔이 지정한 날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꿀벌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CCD)이 목격된 2000년대 이후로, 꿀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벌 전문가 사이먼 포츠는 벌의 활동 시기와 꽃의 개화 시기가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후 변화로 따뜻해진 날씨에 벌은 일찍 활동을 시작하는데, 피어있는 꽃이 없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 요인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원인을 기후 변화로 돌리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라진 밀원

꿀벌이 실종되거나 폐사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꿀벌 사육밀도가 세계 최고다. 1제곱킬로미터당 21.8봉군이다. 1봉군은 약 2만 마리다. 먹이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요 밀원수는 줄어들고 있다. 벌이 섭취하는 아까시나무, 밤나무 등의 밀원 면적은 지난 50년간 15만헥타르로 줄었다. 제주도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32만 5000헥타르가 사라졌다. 그린피스와 안동대학교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꿀벌 집단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30만헥타르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산림청의 속도로는 30만헥타르의 밀원을 확보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생태계서비스직불제

그린피스와 안동대학교가 제안한 것은 생태계서비스직불제다. 보호지역이나 생태우수지역의 토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국가가 계약을 맺는 것이다. 토지 소유자가 ‘인간이 생태계로부터 얻는 모든 혜택’을 유지·증진하는 활동을 하면 국가는 혜택을 제공한다. 추가로 보고서는 나무를 심을 때 종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1960~1970년대 녹화사업은 아까시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었다. 그때 심은 나무들은 노화가 진행됐고, 혀가 짧은 재래꿀벌은 아까시나무에서 꿀을 채취하기 어렵다. 종 특성을 고려해 계절마다 다른 꽃이 연속해서 피도록 다양한 나무를 심어야 한다.

IT MATTERS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열렸다.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채택됐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바다의 30퍼센트를 보전하고 대규모 기금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선진국은 2025년까지 매년 최소 200억 달러, 2030년까지 300억 달러를 내야 한다. 하지만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의 몫이 너무 적다고 반발했다. 그리고 5월 10일, 에콰도르와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거래가 ‘역사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에콰도르 정부가 발행한 16억 달러, 우리 돈 약 2조 원 규모의 국채를 크레디트스위스가 사들인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에콰도르 정부가 갈라파고스 해양 생태계 보호에 돈을 지출하는 조건으로, 매입한 국채를 ‘갈라파고스 채권’으로 전환했다. 2020년에 디폴트 선언을 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안 좋았던 에콰도르는 빚도 탕감받고 갈라파고스의 코끼리거북, 바다이구아나, 산호초 등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갈라파고스는 약 9000종의 동물이 살고 있어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불린다.

생물다양성은 중요하다. 이를 지키기에 앞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생물을 다양하게 인식하고 있는가? 2022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멸종위기종에 관한 주법에 무척추동물을 포함했다. 인간이 생물을 분류하기 시작한 지 200년이 지났다. 인간은 이제 막 땅벌, 왕나비 등 곤충을 법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호주 시드니 대학교의 연구진은 곤충 종의 41퍼센트가 척추동물의 두 배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동물, 식물, 균류는 대략 200만 종, 그중 70퍼센트가 곤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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