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 대지진 100년, 한국이 잊지 못한 이유 반복될 지진 속 반복되어선 안 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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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완
에디터 백승민
발행일 2023.05.31
리딩타임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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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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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재난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바다 건너 한국에도 어떤 트라우마가 남았다.

정말 보이지 않는 걸까, 보려 하지 않는 걸까. 일본은 대한민국과 관련한 과거 문제에 있어서, 보지 않으면서 애써 보이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곤 한다. 간토 대지진, 그리고 이에 이은 조선인 학살이 있은 지 100년이 지났다. 학살의 규모가 어땠는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었는지 밝히는 작업은,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본 정치인은 이 사건에 대해 “역사가들이 풀 문제”라는 책임 없는 답변을 내놓는다.

역사는 지나간다. 잊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역사는 반복되고, 우리는 잊었다고 착각한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일 앞에서 일본은 애써 눈을 가린다. 외면은 소극적인 역사 왜곡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일을 잊고 싶어도 도저히, 잊을 수 없게 된다.

* 11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BOOK JOURNALISM × 지식의 지평
북저널리즘이 대우재단 〈지식의 지평〉의 글을 소개합니다. 지식의 지평(知平)은 융복합의 시대, 학문적 소통을 선도하는 학술 종합 웹진입니다. 학문의 경계를 넘어 한국과 세계를 살피고 미래를 가늠할 지혜와 안목을 모색합니다.
저자 소개
저자 박완은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조교수이다. 고려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일본 근대사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3.1운동 전후 조선인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일본 육군 내 논의〉(2019),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일본 황실의 위기와 육군의 대응〉(2019), 〈하라 다카시 내각 시기 다나카 기이치 육군 군정의 재검토〉(2021), 〈야마가타 아리토모와 메이지 국가 건설〉(2022) 등이 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일본을 지배하는 두 개의 ‘자연’
2. 혼돈의 간토 대지진
3. 일본 사회에 타격을 가하다
4. 짙게 깔린 그림자, 조선인 학살
5. 반복되어선 안 될 일


에디터의 밑줄

“지진이라는 ‘자연’적 요인으로 사망한 이들에 더해, 학살이라는 ‘인위’적 요인으로 식민지 조선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더욱 비극적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가정에서는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불을 사용하고 있었고, 또 태풍의 영향으로 강한 남풍이 불고 있었다. 이로 인해 서민주택이나 중소 공장 등이 밀집한 도쿄의 시타마치(下町)를 중심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화재가 다수 발생하여 순식간에 확산하였다.”

“미담과 함께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이 바로 식민지 조선인에 대한 학살 사건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불온한 조선인들이 폭탄을 던지거나 기름을 끼얹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푼다는 유언비어가 돌기 시작했다.”

“유례없는 대지진으로 많은 이들이 혼란에 빠지고 가족·지인 등과 떨어져 타지에 고립되어 냉정한 판단력을 상실한 가운데, 경찰 측은 ‘조선인 폭동’ 사실을 각지에 전파하면서 단속을 요청하고 주민들에게 자경단 조직을 독려하였다.”

“조선인 측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1차’ 보고서의 희생자 수 6661명과 당대의 대표적인 민본주의자(民本主義者)인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가 기록에 남긴 2613명, 그리고 사법성 조사에서 일본 측이 마지못해 인정한 약 230명 사이의 간격은, 학살을 둘러싼 한·일 양국 인식의 간격만큼이나 넓다.”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와 인위적 학살로 인한 피해자를 하나로 뭉뚱그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학살 자체를 부정하는 궤변에 시민권을 부여하여 이미 확정된 사실을 마치 학문적 논쟁의 대상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역사 왜곡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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