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Z세대

6월 2일, explained

Z세대는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세대다. 이들의 열정도 자발적일까?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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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에서 24세, 젊은 Z세대 직원들이 무급 초과 근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정규 업무 시간보다 일을 일찍 시작하거나, 점심 시간에 일하는 등 주당 8시간 30분을 자발적으로 일한다. 전문가들은 자발적인 초과 근무가 Z세대의 번아웃을 심화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WHY NOW

초과 근무는 생산성과 거리가 멀다. 젊은 직원들은 빠른 속도로 번아웃에 빠지고, 노동력과 생산성은 악순환의 고랑에 빠진다. 이들은 왜 워커홀릭이 됐을까? 그저 하고 싶어서일까? 근본적 원인은 Z세대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문화적 변화와 경제적 환경일 수 있다. 8시간 30분의 자발적 야근은 사회적 손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

자발적 초과 근무

Z세대의 초과 근무에는 특징이 있다. 바로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업무 능력을 위한 자기 계발, 자발적인 야근, 휴일의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이들은 자신을 ‘워커홀릭’의 상태로 몰아간다. 과거에는 몇몇에 국한되는 특이한 현상이었던 N잡과 겸업도 Z세대에게는 당연한 시대적 감각으로 자리 잡았다. MZ세대의 85퍼센트가 N잡에 관심을 보이며, 다섯 명 중 한 명은 실제로 몇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어쩌다 이들은 워커홀릭이 됐을까?

팬데믹과 해고

3년간의 긴 코로나 시대, 엔데믹 이후에 닥친 거시경제의 위기는 수많은 기업의 해고를 불렀다. 경제적 불확실성에 큰 타격을 받는 테크 기업의 경우, 팬데믹 이후 해고가 가속화됐다. 2022년에만 1000개 이상의 테크 기업에서 15만 명 이상이 해고됐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CJ ENM은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자 아홉 개 사업 부서를 다섯 개로 줄이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Z세대에게 해고 바람의 강도는 더욱 셌다. 직장과의 유대 관계를 쌓고 회사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외려 강도 높은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성취와 보상

시대적 변화뿐 아니라 이들이 쌓아온 세대적 특징도 있다. Z세대는 모든 행위를 성취와 보상으로 연결해 왔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의 일상생활은 콘텐츠가 되고, 플랫폼은 그에 보상했다. Z세대의 63.8퍼센트가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Z세대에게 자기 표현은 성취와 능력으로, 그리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이다. 직장이 불안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인 반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은 분명한 성취로 돌아오는 믿음직한 존재다. 만약 자신이 투자한 만큼의 성취와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한편에서는 불만이, 또 한쪽에서는 불안감이 자란다. 수많은 자기 계발 플랫폼은 그 불안감을 겨냥한다. 준비물까지 준비해 주는 운동 콘텐츠 플랫폼과 완벽한 취미 생활을 위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그렇다.

열정과 냉소 사이

Z세대는 열정과 냉소 사이에 놓여 있다. 열정적으로 자기 계발을 해야만 남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살 수 있다고 믿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통해 안정적인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은 없다. 지난 4월, 스탠포드대학교 기숙사 앞에는 두 장의 쪽지가 붙었다. 쪽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당신의 입학 지원서는 매우 야심찼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그 정신에 부응하고 있나요?”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해당 쪽지를 인용하며 “Z세대는 살아 있는 모순”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놀랍도록 경쟁적인 세상에서 성장하지만, 동시에 성적과 입학, 직업이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한다”는 양면적인 믿음 위에서 살아간다. 그 양면성으로 인해 Z세대는 노력과 무기력을 동시에 경험한다.

상시적 재난

Z세대의 성장 과정에는 불일치가 켜켜이 쌓였다. 대학 진학 이전 가졌던 희망과 실제 취업 시장은 충돌한다. 고착된 저성장과 지나치게 유연화된 일자리는 당초 대학 진학이 약속했던 안정적인 풀타임 잡을 앗아갔다. 한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4세 응답자 중 3분의 1 이상이 직장에서는 자신이 배운 기술과 지식을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두 번째는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것과 이뤄야 한다고 믿는 것 사이의 불일치다. 어릴 때부터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항상 타인과 연결돼 있던 Z세대는 비교를 통해야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 연결될 수 있고, 연결돼야만 한다는 강박은 Z세대에게 숨 쉬는 것과 같았다. Z세대의 열정과 냉소, 불안과 조급함은 일시적 현상보다는 상시적 재난 상태에 가깝다.

악순환

그런 의미에서 강박적인 자기 계발과 자발적인 번아웃은 SOS 신호일 수 있다. Z세대의 정신 건강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2022년 연구에 따르면 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정신 건강 문제를 보고할 가능성이 높았다. Z세대의 70퍼센트가 자신의 정신 건강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정신 질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원인은 불안이었다. 응답자의 대다수인 85퍼센트는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치와 환경, 업무까지 개인을 둘러싼 수많은 사건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Z세대의 90퍼센트는 자신은 성공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가속과 정지

Z세대의 워커홀릭 현상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누구나 부러워할 미래를 위한 건전한 투자일까, 혹은 턱 끝까지 차오른 채 헐떡이는 숨일까. 모두가 빠르게 달리는 트랙에서 멈춘 사람은 순식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 가속의 과정에서 젊은 세대는 양분된다. 한편에서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발적인 초과 근무를 하지만, 그 속도를 놓친 한편에서는 다시 기회를 쥘 수 있다는 희망조차 갖지 못한다. 서울시의 고립·은둔 청년은 13만 명에 달한다. 한 고립 청년은 자신의 “미래가 불안하니 계속 신경 쓰고 불안감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고 인터뷰했다. 

IT MATTERS

내부의 노동력이 낭비되고, 소진된다. 정치권에서는 인력을 수입하는 데서, 혹은 젊은 세대에게 조언하는 것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역대 최고의 청년 실업률을 마주하며 “젊은이들이 쓴 맛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Z세대가 원하는 조언은 아닐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건 번아웃과 은둔 외의 제3의 선택지다. 속도를 낮추자는 제안이 담긴 제도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로부터의 거리 두기, 멀티 태스킹 지양과 같은 삶의 주도권을 외부의 속도에 내어주지 말자는 제안이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집단적 각성 상태가 개인의 절제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짚는다. 주 4일제,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대안으로 논의된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건 Z세대가 이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2030 세대의 관심을 모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들에게 ‘잘 먹고, 잘 자면서 잠시 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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