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깁기의 미학 말하는 뉴 미디어와 새로운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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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명아
발행일 2019.04.12
리딩타임 12분
가격
전자책 2,400원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뉴 미디어 콘텐츠는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튜브까지, 짜깁기가 만드는 창의성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 유튜브까지, 뉴 미디어의 시대다. 뉴 미디어 콘텐츠의 핵심은 반복이다. 유행하는 단어, 테마가 무수히 반복된다. 셀 수 없이 많은 ‘먹방’에 콘텐츠 소비자들이 호응한다. 뉴 미디어에서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세련됨이다. 그 핵심에는 구술성이 있다. 뉴 미디어 속 소통 방식의 본질은 대화이기 때문이다. 구술의 시대, 문자 없이 위대한 시를 지어낸 호메로스의 작시법에서 현 시대 창의성의 본질을 읽는다.

* 12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A4 7장 분량).
저자 소개
서명아는 비교문학을 연구한다. 특히 미디어와 내러티브에 관심을 갖고 있고, 연세대학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구술적 내러티브가 담긴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호메로스의 상속자
반복의 미학
호메로스의 작시법
구술 문화와 뉴 미디어

2. 디지털 시대의 음유 시인
뉴 미디어 콘텐츠의 본질, 대화
스낵 컬처의 구술성
반복과 짜깁기

3. 짜깁기의 창의성
새로운 것만이 창의성은 아니다
반응을 유도하라
말하는 콘텐츠
뉴 미디어 시대, 창의성의 본질

먼저 읽어 보세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00년경 지어졌다. 문자가 없는 구술 문화의 시대였다. 《일리아스》는 1만 5693행, 《오디세이아》는 1만 2110행에 달한다. 방대한 분량의 서사시를 문자 없이 짓고 읊기 위해서는 문자 시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서사시에는 ‘어여쁜 공주’, ‘용맹한 군인’처럼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형용구가 반복된다. 운율을 맞추고, 기억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호메로스는 말과 대화의 본질, 구술성을 바탕으로 시를 지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뉴 미디어에서 콘텐츠로 대화하고 있다. 문자는 대화의 수단일 뿐이다. 뉴 미디어의 시대, 구술성이 다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에디터의 밑줄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뉴 미디어 콘텐츠의 핵심은 반복이다. ‘치킨’, ‘먹방’, ‘인싸’ 같은 단어가 수많은 게시물에서 반복된다. 이 단어가 들어간 게시물에 이용자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인기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단어들을 사용해야 한다.”

“문자에 익숙한 우리에게 정형구는 진부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쓰기 교육을 받을 때 최대한 피해야 하는 표현으로 배우기도 한다. 문자 세계, 쓰기 문화에서 동일한 형용사를 72번이나 반복한다면 아마도 작가 취급조차 받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구술 문화에서는 정형구를 좋은 표현이라고 여겼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는 그런 반복이 나타나고, 호메로스는 천재 작가로 칭송받는다.”

“호메로스의 작품이 탄생한 구술 문화에서는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정형구와 테마를 잘 조합하여 짜깁기하는 능력이 창의성이었다. 이런 능력을 음유 시인들이 갖추고 있었고, 그 중 특출한 능력을 가진 자가 호메로스였다. 호메로스의 위대함은 다양한 정형구와 상투구, 테마를 적절히 짜 맞추는 데에 있다.”

“뉴 미디어 콘텐츠의 본질은 대화이고, 말이다. 뉴 미디어 속 문자는 발음되는 대로 쓰인 입말을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사실 문자가 아니라 구어를 사용하고 있다. 콘텐츠를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가까우며, 시각이 아닌 청각에 의존하고 있다.”

“스낵 컬처 제작자들도 인기 있는 테마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유행어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 이들은 음유 시인처럼 짜깁기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세련되고 새로운 콘텐츠는 잘 짜깁기한 콘텐츠다.”
코멘트
뉴 미디어에서 통용되는 창의성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종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은 대화이고, 그래서 고대의 구술성이 지금 뉴 미디어의 특성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새롭게 사유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북저널리즘 소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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