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사람들의 사회 노화는 치료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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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은주
발행일 2019.04.18
리딩타임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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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3,600원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노화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인가?
과학 기술의 시대, 늙지 않을 권리를 말하다.


오랫동안 노화는 죽음에 가까워지며 삶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간주되었다. 노년의 미덕은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인은 늙기를, 더 나아가 죽기를 당당히 거부한다. 구글의 바이오 기업 칼리코(Calico)는 죽음을 기술로 해결하려 하고,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과학이 인간에게 영원한 젊음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노화는 수용해야 할 운명에서, 치료해야 할 질병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과학 기술이 인간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생명 공학의 시대를 맞아, 인간의 늙는 방식은 재정립되어야 한다.

* 17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A4 13장 분량).

이 글은 2018년 6월 발행된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정기 학술지 《한국학 연구》 제65집에 수록된 저자의 논문 〈의료화의 담론 변화와 한국 사회의 노화 인식〉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저자 소개
최은주는 질병과 죽음의 문학적, 사회적 담론을 연구하는 영문학자다. 19~20세기 초 영국 문학에 등장하는 질병과 당시 사회의 의학 담론을 연결해 해석하는 논문을 다수 발표했고, 최근 질병과 노화의 의료화와 관련해 한국 사회의 면면을 조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소속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늙음은 기술적 실패다
구글, 죽음에 이의를 제기하다
노화에 저항하는 사람들

2. 불편함, 질병이 되다
의료화란 무엇인가
기술의 발전이 병을 키운다?

3. 잠재적 환자가 된 사람들
의료화의 주동자
능동적인 환자의 출현

4. 노화와 질병 사이의 경계
노화의 일반적 정의
늙어서 아픈가, 아파서 늙는가

5. 당연히 견뎌야 할 고통은 없다
고통은 ‘삶의 맛’인가?
노년의 고통을 줄이는 ‘선한’ 의학

6. 노화는 치료되어야 한다
늙어 가는 것은 질병이다
노년기를 제거하는 의료 서비스

7. 항노화 기술의 현주소
노화의 원인을 제거하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경고들

8. 한국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
노인 인식과 노화 공포증
늙는 방식을 재정립하다

9. 노인이기를 거부하다
‘제3의 연령대’의 등장
자기 혐오감으로 개척하는 시장

10. 어떻게 늙을 것인가

먼저 읽어 보세요

의료화는 기존에 의학적 문제가 아니었던 증상을 질병으로 정의하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과정이다. 저자는 죽음과 노화 또한 의료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 안티에이징 시장이 300조 원 규모를 넘어섰고, 노화를 직접적으로 늦추는 의학 기술이 임상 실험 단계에 있다. 2018년 한국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퍼센트를 넘는 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2026년에는 이 비율이 20퍼센트까지 늘어나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 영원한 젊음과 영생을 믿고, 이를 구현하고자 하는 과학자와 기업인들은 노화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야말로 고령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에디터의 밑줄

“지난 100년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년마다 2년씩 늘어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항노화와 수명 연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노화가 “신이 미리 정해 놓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 아닌 자연 선택의 부작용이며, 어쩌면 조작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기술을 통한 “세상의 작동 방식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람이 늙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은 기술적 실패에 불과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과학 기술 분야에서 노화가 점차 질병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의 힘이 노화의 비밀을 밝혀내면서 늙는 방식이 재정립되고 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닌, 개체가 외부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나타나는 부적절한 적응 과정인 것이다. 현대 의학의 트렌드는 건강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정의하고, 질병의 사전 예방 차원에 중점을 둔다. 노화도 질병인 만큼 순응이 아닌 극복과 예방의 대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노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적 역할이 정당성을 얻자, 노화 연구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더 주목받고 있다. 그들에게 항노화 기술은 노년기로의 진입을 늦추거나 막아 주는 서비스로 인식된다. 이러한 과정은 과학 기술의 진보에 따라 미에 집착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노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인간 강화에 대한 합리화로 볼 수 있다.”

“모든 개인은 10년 안에 유전 정보인 게놈을 의료 기록의 일부로 갖고, 의료진은 이를 바탕으로 위험한 질병을 사전에 알려 주고 건강을 최적화할 진단을 제공할 것이다. 예방 의학의 발전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필요한 의약품을 처방하고, 환자에게 병에 걸리지 않을 책임을 요구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노화로 인한 고통을 최대한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건강, 미용, 젊음은 대중적 관심의 중심에 있다. 항노화 기술 수용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이런 현상은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관된다. 급속한 고령화는 복지 문제는 물론 노년층의 사회·경제적 위치, 외모, 매너와 관련해 노인 배제를 넘어선 혐오를 양산했다. 한국 사회에서 노화에 대한 저항은 의료화에 대한 저항을 넘어서는 수준이며, 항노화 기술에 품었던 의구심은 정당화된 확신으로 대체되고 있다.”
코멘트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글은 많지만, 노화 자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설정하고 조명하는 콘텐츠는 찾기 힘들다. 공회전하는 노인 담론에 피로를 느끼던 중, 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노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북저널리즘 엄보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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