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유니콘들의 문제점
1화

테크 유니콘들의 문제점

테크 유니콘들은 모든 걸 갖추고 있다. 고수익을 내는 방법만 제외하고 말이다. 수백만 사용자와 쿨한 브랜드, 카리스마 있는 대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자자들은 종종 비즈니스 세계를 곰, 황소, 매, 비둘기, 개와 같은 동물들로 묘사한다. 요즘에는 단지 조랑말에 불과한 것들을 유니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니콘은 10억 달러(1조 1416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강력하고 세계 최고이며 거의 기적과도 같은 민간 소유의 테크 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다음 달 우버는 기업 공개(IPO)를 통해 100억 달러(11조 417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인데, 올해 IPO 중 최고액이 될 전망이다. 미국 테크 기업의 IPO 역사상 알리바바(Alibaba)와 페이스북(Facebook)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리프트(Lyft)는 이미 상장을 마쳤고, 《이코노미스트》 이번 호가 발행될 즈음이면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상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에어비앤비(Airbnb)와 위워크(WeWork)도 뒤를 이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IPO가 줄을 잇고 있다. 최신 유행의 상품들과 사용자 군단에 힘입어, 이러한 기업들의 기업 가치 총합은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 그 기업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벤처 캐피털(VC)들은 뮤추얼 펀드(mutual fund)나 일반인들을 위한 연금 펀드 등에 자사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아 치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유니콘들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본지가 이번 주에 보도한 바와 같이, 유니콘 열두 곳이 작년에 기록한 손실을 모두 합하면 140억 달러(15조 9810억 원)다. 이 기업들의 누적 손실액은 470억 달러(53조 6505억 원)에 달한다(2화 참조). 차량 호출에서부터 사무실 임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매출 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에 제공되곤 한다. 이를 정당화하는 것이 승자 독식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실리콘밸리의 전략,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1]이다. 좀 더 쉬운 말로 설명하자면, 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토지들을 빠른 속도로 점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유니콘들은 그들의 주장과 달리 규모의 경제와 진입 장벽을 갖추고 있지 않다. 동시에 규제가 엄격해지면 빠르게 움직이고 틀을 깨트릴 자유가 제한된다. 투자자들은 IPO를 할 때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참여하지 않는다. 테크 기업가와 후원자들은 기업을 설립하고 아이디어를 상업화함에 있어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되어 버린 접근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유니콘 육성 산업은 25년 전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1994년에 벤처 캐피털 펀드로 흘러들어 간 금액은 고작 60억 달러(6조 8490억 원)에 불과했고, 한 자릿수의 백만 달러 단위로 쪼개어 투자되었다. 아마존이 1997년에 상장하기 전까지 끌어모았던 투자금을 모두 합해도 1000만 달러(114억 1500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로 세 가지가 바뀌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덕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한결 쉬워졌는데, 스타트업들은 이를 활용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저금리로 인해 투자자들이 수익을 쫓게 되었고, 구글(Google)과 페이스북,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Tencent) 같은 슈퍼스타 기업들의 소수 엘리트들은 거대한 시장, 고수익, 자연스러운 독점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물론 적은 유형 자산과 가벼운 규제도 한몫을 했다는 것이 그들이 이룬 부의 비밀이다. 어느 사이엔가 테크놀로지는 가능한 한 많은 산업에 이 마법의 공식을 적용하고, 그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돈더미를 사용하는 것이 되었다.

확실히 2000년 테크 버블의 실패와 비교하자면 현재의 유니콘들이 더 견고하다. 당시에는 Pets.com처럼 IPO 이후 열 달 만에 파산한 기업도 있었다. 차량 호출 앱들은 택시를 잡는 것보다 더 편리하고, 음식 배달은 번개처럼 빠르고,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보다 스트리밍이 더 낫다. 구글과 알리바바처럼 유니콘들은 대규모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다. 그들은 클라우드 업체에 아웃소싱을 하기 때문에 사업의 핵심 부문에서 유형 자산을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 IPO 보고서들에서 나타나듯 그들의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깊이 우려되는 부분은, 그들의 손실이 일시적인 성장통이 아니라 경쟁이 심한 시장과 예측할 수 없는 소비자들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독점의 주요 사례들을 보면, 네트워크는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개별 이용자에게 더 큰 가치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소셜 네트워크 부문에서 페이스북의 시장 점유율이 67퍼센트에 달하는 것이다. 유니콘들의 동력은 그리 강력하지 않다.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차량 공유 업계의 소비자들은 한 회사에 묶여(lock-in) 있지 않다. 리프트의 주가가 IPO 당시보다 2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굳이 위워크가 아니어도 누구나 사무실을 임대하고 업무 공간을 내놓을 수 있다. 어떤 유니콘들은 막대한 자금을 갖춘 경쟁 업체나 기성 기업들과 싸움을 벌여야 한다. 2018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스포티파이(Spotify)는 미국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34퍼센트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애플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유니콘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도 이익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관리자들은 고객을 잃을까 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많은 기업들이 이용자들로부터 수익을 거두기 위해 부가 상품을 개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들의 사업 주위에 깊은 해자가 없다면, 유니콘들에게는 물음표가 끊임없이 따라붙을 것이다. 150억 달러(17조 1225억 원) 정도밖에 투자되지 않은 우버가 정말로 1000억 달러(114조 1500억 원)의 가치가 있다면, 경쟁 업체들이 달려들거나 거대 테크 기업들이 유혹을 느끼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외부적인 요인들 또한 블리츠스케일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전 세대의 테크 기업들은 많은 규제에 부딪히지 않았다. 규제 당국에서 인터넷이라는 것을 상상했던 이들 자체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테크 기업들은 일단 잘못을 저지른 다음에 선처를 구하곤 했다. 유니콘들도 이런 수법을 따라 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에 적용되는 세금 문제를 피해 갔고, 우버는 택시 면허에 대한 규제를 무시하고 운행을 감행했다. 현재 디지털 세금이나 데이터 및 콘텐츠 관련 법률을 포함하여, 이로 인한 역풍이 한창 일고 있다. 유니콘들의 투자 안내서에는 그들 사업의 법적 위험성과 험난한 규제 리스크를 설명하는 페이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유익하다. 그들에게 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콘 열두 곳이 대중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은 연간 200억 달러(22조 8300억 원)에 달한다. 검색이나 소셜 미디어와 같은 테크 산업의 핵심 부문은 독점되어 왔지만, 적어도 유니콘들은 그 외 영역에서 경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편, 투자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구글과 알리바바의 성공을 전혀 새로운 기업들에게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유니콘들은 기나긴 소모전과 별 볼 일 없는 이익에 직면해 있다. 결국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매각될 수도 있다. 여기서 또 다른 리스크가 떠오른다. 대부분의 유니콘들은 외부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고(우버는 예외다), 많은 곳에서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두고 있다. 이는 경영권 장악을 어렵게 하고, IPO를 할 때 밸류에이션을 입증할 만큼 충분한 이익을 거둘 방법을 찾지 못했더라도 투자자들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유니콘들의 아이디어가 꿈을 키웠던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테크 허브는 어떻게 되었을까? 수십억 달러가 벤처 캐피털들과 테크 기업의 설립자들, 직원들에게 흘러들어 가고 있다. 비슷한 질문을 해보자면, 호화 주택과 자선 사업 프로젝트, 민간 우주여행 프로그램에 그들이 돈을 얼마나 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시급한 질문을 해보자면, 이러한 자금들이 어떻게 다시 신생 테크놀로지 기업들로 순환되어 들어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어떤 비용을 치러서라도 고객을 사오겠다는 블리츠스케일링의 철학은 이미 정점에 달했다. 유니콘들이 지나간 이후, 새롭고 보다 합리적인 스타트업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1]
기습 공격을 뜻하는 블리츠(blitz)와 회사 규모의 성장을 뜻하는 스케일링(scaling)을 합한 말이다. 스타트업계에서 사용되는 말로, 마치 기습 공격을 하듯 빠르게 성장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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