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 시대의 노화 인간 향상의 약속과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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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심지원
발행일 2019.05.06
리딩타임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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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3,000원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포스트휴먼 시대의 윤리적 질문들.
향상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인간답지 못한가?


영화 속 판타지였던 안면 이식 수술이 실현되고, 유전자를 교정한 ‘디자인 베이비’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제 의학의 목적은 치료를 넘어 향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향상을 위한 의료 시술은 실리콘, 티타늄, 바이오글라스 등으로 구성된 인간의 사이보그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향상에 대한 욕구의 정점에는 젊음과 영생이 있다. 인간을 넘어선 인간, 포스트휴먼에 대한 갈망은 생로병사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새로운 윤리적 질문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의학 기술에 쏟아지는 비판의 정체를 밝히고, 지금 필요한 질문을 고민한다.

* 13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A4 9장 분량).

이 글은 2015년 2월 발행된 동국대학교 동서사상연구소의 정기 학술지 《철학·사상·문화》 제17호에 수록된 저자의 논문 〈의료 윤리에서의 향상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저자 소개
심지원은 인간 향상이 여성, 장애인, 노인, 성적 소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고 있다. 향상 기술이 인간 본성을 위배하기보다,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독일 뮌스터 대학교 철학과에서 인간 향상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인제대 인간환경미래연구원 전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인문 콘텐츠 연구소 HK+사업단(인공지능 인문학)에서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육체를 디자인하는 시대
영화적 상상력, 현실이 되다
생로병사에 던져진 질문들

2. 의사인가, 엔지니어인가?
사이보그화하는 인간의 몸
육체는 연마해야 할 도구다

3.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인간
완만한 향상과 급진적 향상
수리된 육체, 조율된 정신

4. 치료와 향상,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향상이 마주한 윤리적 문제들
자연스러움을 숭배하는 사회

5.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고려장
노인은 무욕해야 하는가?
향상의 욕구와 노화

6. 향상은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기술 시대의 기니피그
디스토피아에 대한 반론

7. 기술은 전능한 신이 아니다
늙음도 젊음도 억울하다
향상에 대한 오해

먼저 읽어 보세요

ICT 기술을 활용한 융합은 이제 인간과 기술의 상호 작용을 바탕으로 한 포스트휴먼 논의로 나아가고 있다. 포스트휴먼은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공학 등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거나 증강시키며 탄생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인류를 말한다. 기술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보완하는 트랜스휴먼을 넘어선 단계다. 저자는 이미 미국 인구의 약 10퍼센트가 전자 심박 조절기, 인공 관절, 체내 이식형 약물 전달 장시, 인공 피부를 가진 기술적 의미의 사이보그임을 밝히며 이미 포스트휴먼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또 향상을 위한 시술에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는 대중과 자연스러움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면서, 무조건적 비난 대신 윤리적으로 유의미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에디터의 밑줄

“인간의 몸은 더 이상 뼈와 살만이 아닌 실리콘, 인공 심장 판막, 인공 관절 등 다양한 이물질로 구성된다. 현대의 의학 기술은 이미 노화를 방지하거나 지연시키는 방법을 찾았을 뿐 아니라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인간의 향상을 위한 기술이 질병, 장애, 노화, 죽음에 대한 인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기존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새로운 윤리적 문제들과 마주한다.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 때문에 건강한 가슴을 절제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여자 육상 선수가 기록을 높이기 위해 가슴을 제거하는 경우는 어떤가? 부모가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태어날 아이를 디자인하는 것이 허용 가능한가? 이런 행위가 아이를 자신의 취향, 교육관, 종교에 따라 양육하는 것과 차이점을 갖는다면 무엇인가?”

“전통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몸은 생물학적 몸을 가리킨다. 지금까지 의학의 대상은 생물학적 몸이었고, 의사의 역할 역시 고통을 완화시키고 병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간의 몸은 점점 사이보그와 같이 변화하고 있다.”

“의료적 향상에 관한 논의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되는 경우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때다. 고통이나 치명적 위험을 제거하는 목적이 아닌, 몸의 형태나 기능의 향상을 목적으로 수술을 받거나 약물을 복용할 때 비판이 제기되곤 한다. 향상을 이루는 자연적인 방법인 운동과 정신 수련, 교육 등의 수단이 아닌, 비자연적인 수단을 동원할 경우 윤리적 재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질수록 자연을 정의하기는 어려워지고, 그 개념은 불명확해진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환자는 분명 인위적인 도구로 부자연스럽게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이라는 이유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다면, 이 또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이다.”

“노화는 세포의 재생 능력이 사라져 정신적·육체적 능력이 저하된다는 점에서 향상과 대척점에 있는 퇴행이다. 인간의 생에서 노화와 죽음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향상의 욕구일지 모른다. 노화를 나이가 들면 당연히 수반되는 생물학적인 현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의학이 이를 보강할 수 없을 때에만 해당한다. 그렇다면 노화를 막기 위해 의학 기술의 힘을 빌린다면 이는 치료의 목적인가, 향상의 목적인가? 현대 의학의 발달은 이미 이 질문에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코멘트
콘텐츠를 읽는 내내 저자가 던지는 흥미롭고 예리한 질문 앞에 자주 읽기를 멈추고 해답을 고민했다.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관계,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새로운 윤리적 질문들을 개괄하는 재미가 있다. 사고 실험을 즐기고, 난제에 스스로 답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콘텐츠 이상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북저널리즘 에디터 엄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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