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23. 법, 도시, 마음

2024년 5월, THREAD

들어가며

우리에겐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다급한 것으로는 기후 위기 같은 것이 있다.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경우에는 정치나 시장 원리 등이 주로 동원된다. 하지만 사람이란 설득이나 돈으로는 잘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등장하는 것이 ‘법’이다. 진흥이든 규제든, 강제로 무언가를 하게 한다. 쉽게 고쳐 쓸 제품을 만들도록, 전 세계로 번지는 전쟁을 멈추도록, 기후 위기를 막아서도록. 이번 《스레드》는 이 세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 가운데 ‘법’에 주목했다. 법은 힘이 세다. 하지만 느리다. 누가 왜 법을 만들고, 만들지 않는지를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제각각 품고 있는 속셈이 보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또 무슨 일이 중단되는지 알 수 있다. 법은 그저 복잡하고 생경한 언어로 가득한 책 한 권이 아니다. 세계의 규칙과 약속이 담긴 설계도다.
익스플레인드

우리에겐 ‘해설(explained)’이 필요하다. 세상에 정보는 너무 많고 맥락은 너무 적다.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이슈를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스레드》는 세계를 해설한다. 복잡하고 경이로우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맥락, 의미를 전한다.

기후의 사법화


4월 23일 아기 기후 소송의 헌법 소원 공개 변론이 열렸다. 2022년 6월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이 미흡해 아기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제기된 헌법 소원이다. 청구인은 5세 이하의 아기들이다. 이번 공개 변론은 헌법재판소가 진행 중인 기후 헌법 소원 4건을 병합해 진행한다. 헌법재판소는 중요 사건 중에서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만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기후 소송의 어머니


세기의 재판이 돌아왔다. 4월 2일 네덜란드 법원은 석유 회사 쉘이 제기한 항소의 심리를 시작했다. 앞서 2019년 네덜란드 환경 단체 ‘지구의 벗’은 쉘을 상대로 기후 소송을 제기했는데, 2021년 1심 법원은 쉘에 탄소 배출량의 45퍼센트를 줄이라고 판결했다. 쉘은 법원의 판결이 법적 근거가 없으며 회사의 에너지 전환 노력을 방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많던 케이블은 어디 갔을까


전자 폐기물이 쌓이고 있다. 위험한 수준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1년 치 전자 폐기물을 트럭에 실어 지구 적도상에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남는다. UN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지난 20일 공개한 〈2024년 국제 전자 폐기물(E-Waste)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사상 최대인 6200만 톤에 달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7.8킬로그램씩 전자 제품을 버린 셈이다.

미국의 대외 안보 패키지 법안


미국 상원이 4월 23일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에 950억 달러를 지원하는 예산안과 중국 숏폼 플랫폼 틱톡 강제 매각 법안을 하나의 대외 안보 패키지 법안으로 묶어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에 미국 리더십의 힘을 보여 줬다”며 법안이 백악관으로 넘어오자마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바이가 물에 잠겼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4월 16일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쏟아졌다. 두바이 국제 공항은 활주로가 물에 잠겨 비행기가 둥둥 떠다녔다. 두바이는 사막 기후 지역이다. 연평균 강우량이 100밀리미터가 되지 않는데, 16일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내렸다. 두바이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알아인 지역에선 256밀리미터의 비가 내렸다.

캘리포니아는 영원할 수 있을까


억만장자들의 도시 건설 프로젝트 ‘캘리포니아 포에버(California Forever)’ 계획의 전망이 어둡다. 지역 주민들의 끊이지 않는 반발 때문이다. 2023년 11월과 12월, 도시 건설을 계획하는 억만장자들은 연이어 타운홀을 개최해 주민들을 설득하려 나섰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테슬라의 택시 사업


테슬라가 로보 택시, 즉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내놓는다. 날짜를 확정했다. 오는 8월 8일이다. 4개월 남았다. 일론 머스크가 이 소식을 전한 것은 현지 시각 지난 4월 5일, 금요일 장 마감 직전이었다. 시장은 환호하는 듯 보였다. 테슬라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만 3.81퍼센트 상승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주말 새 나온 분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자연은 무겁다


기후 변화가 우리 뇌를 바꾸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신경 과학자인 클레이튼 페이지 앨던은 4월 9일 발행한 신작 《자연의 무게(The Weight of Nature)》에서 기후 위기가 우리 두뇌에 실질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가 극적인 환경 변화를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신경학적 지형도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틱톡 시대의 음모론


99년 만에 뉴욕 하늘에서 개기일식이 펼쳐졌다. 4월 8일 오후 두 시부터 진행된 이번 개기일식은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이어졌다.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누군가에겐 이 개기일식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개기일식이 종말의 날이라고 믿는, 몇몇 틱톡 유저에게는 말이다.
피처

단편 소설처럼 잘 읽히는 피처 라이팅을 소개한다. 기사 한 편이 단편 소설 분량이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한다.

24시간 뉴스 시대의 연민 피로


24시간 끔찍한 뉴스가 쏟아지면서 타인의 고통을 염려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공감도 소진되는 자원이라고 주장한다. 눈앞의 참상이 워낙 크고 많아서 더 이상 내어 줄 공감이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연민 피로는 개인의 병리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과 무력감은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진다. 24시간 뉴스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연민 피로의 징후를 스스로 살피고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터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롤모델이 아니라 레퍼런스다. 테크, 컬처,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혁신가를 인터뷰한다. 사물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혁신가들의 경험에서 내 삶을 변화시킬 레퍼런스를 발견한다.

보도되지 않은 미래를 보도하는 일


서버가 요청한 바를 찾을 수 없을 때 컴퓨터는 ‘404 Not Found’라는 오류 메시지를 띄운다. 지금의 기술 시장은 404 오류 메시지로 가득하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고, 그 사건들이 미래의 방향을 바꾼다. 404 메시지 앞에서 때때로 언론은 무력해진다. 모든 메시지에 응답하기에 언론은 혼란스럽고, 또 느리다. 미국의 기술 언론사 404미디어는 그 틈새 사이에서 자라난 언론사다. 바이스 미디어에서 근무했던 네 명의 팀원은 각자가 가진 관심사와 고유한 시각을 통해 미래를 바꿀 기술과 인터넷 세계를 다룬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기삿거리가 가득하다. 누구도 볼 수 없는 메시지를 띄우는 언론사는 소중하다
마치며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불안과 환각, 회피와 같은 감정은 인류를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생성형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음모론에 혹하고 폭우 앞에 우울증을 앓는다. 다만, 누군가 우리의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심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는 있다. 관심을 끌고 클릭을 확보하고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선동하여 권력을 얻기 위해. 온 세계가 연결된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이런 책략은 훨씬 쉽다. 연민 피로는 자극이 넘쳐나는 21세기의 당연한 부작용일지 모른다. 무관심을 넘어 회피의 상태에 빠진다 한들 비난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여전히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스레드》가 정성 들여 골라 전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들이다. 〈404Media〉도 기술이 세상의 작동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성실하게 쫓아 빠르게 전하고자 한다. 작지만 단단하고 힘이 있다. 엠마누엘 마이버그는 뉴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독립성과 지속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스레드》도 그 두 가지를 잘 지키고자 한다. 실망과 거짓이 섞이지 않은, 가치 있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
THREAD EXPLAINS THE NEWS
스레드는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종이 뉴스 잡지입니다.
이달에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이슈의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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