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온다
중남미 이민자들에게 비교적 좋았던 시절이 끝나갑니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7월 18일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습니다. 수락 연설에서 그는 집권 첫날 남부 국경을 닫겠다고
했습니다. “남부 국경에서 일어난 거대한 침략이 미국 전역의 지역 사회에 불행, 범죄, 빈곤, 질병, 파괴를 퍼트렸다”고 했죠. 트럼프에게 중남미 불법 이민자는 살인자이고 강간범이고 강도이고 병균입니다.
트럼프 정책의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그러나 이민 이슈에 있어서만큼은 예측 가능합니다. 무관용 반이민입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집권 1기, 이번 대선 유세 기간 내내 반이민과 혐오 발언을 ‘일관되게’ 해왔습니다. 집권 시절 트럼프는 멕시코 접경 지역에 아예 장벽을 세웠습니다. 1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5.5~10미터 높이, 724킬로미터 길이의 장벽을 쳤습니다.
‘줄 세우기(metering)’ 정책도 트럼프의 작품입니다. 미국법상 국경에 도착한 모든 사람은 망명을 신청할 기회를 가집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는 망명 신청자를 줄을 세워서 하루에 일정 인원만 망명 신청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순서가 찾아올 때까지 이민자 보호소에서 대기하거나 보호소가 꽉 차면 멕시코 국경 도시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길게는 6개월이 걸렸습니다. 게다가 국경 도시들에 갱단이 많아서 각종 범죄에
노출됐습니다.
그래도 불법 이민자가 줄지 않자 이듬해 트럼프는 애꿎은 멕시코를 때립니다. 멕시코가 미국 이민 유입을 막지 않으면 멕시코산 제품에 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합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달 관세를 올려 25퍼센트까지 올리겠다고 하죠. 멕시코 외무장관이 워싱턴으로 날아와 3일간 협상을 벌입니다. 관세 발동 직전에야 협상이 타결됩니다.
합의 내용은 파격이었습니다. 망명 목적으로 미국 남부 국경을 넘은 사람을 즉시 멕시코로 추방하고, 멕시코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했습니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구실로 아예 입국 시도 자체를 막습니다. ‘타이틀 42‘’ 정책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망명 심사도 받지 않고 이주민을 멕시코로 돌려보냈습니다. 망명 신청과 수속을 멕시코에서 대기하며 진행하게 했습니다.
2021년 집권한 바이든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상당 부분 돌려놓습니다. 그러나 2023년 5월 타이틀 42 정책이 종료되면서 3년간 억눌려 있던 이민 수요가 폭발해 불법 이민자 수가 최고치를 찍습니다. 결국 불법 이민 문제가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르죠. 그러자 바이든은 올해 6월 4일 행정 명령을 발동합니다. 남부 국경에서 밀입국하다가 체포된 사람이 하루 2500명을 넘어서면 명명 신청을 차단하고 입국을 거부하는
내용입니다. 사실상 국경 폐쇄입니다. 그러나 떠난 민심을 돌리기엔 너무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