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이 할 수 없는 것

장벽이 할 수 없는 것

미국의 실패한 이민 정책이 대선판을 흔든다.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 시리즈는 국내외 정치와 힘의 문제를 다룹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 5시에 발행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른 중남미 불법 이민자 문제를 다룹니다.
‘그레이트 게임’ 시리즈를 멤버십 전용 팟캐스트로 들어 보세요. 국내외 정치 이슈와 힘의 문제를 캐주얼하게 이야기 나눕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해리스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에서는 두 에디터가 해리스의 선거 전략과 이민 정책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2023년 5월 미국 남부와 멕시코 북부의 접경 지역에 있는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 텍사스주로 들어가는 사람들. 출처: NBC News

굿바이, 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1일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올해 81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은 지난달 27일 열린 대선 TV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먼 산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지력 논란에 휩싸였죠. 민주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나왔지만, 바이든은 완주를 고집했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버락 오바마 같은 민주당 거물이 후보 교체를 지지하면서 결국 재선 도전을 멈추게 됐습니다.

대선 후보 공식 지명만을 남겨 둔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라는 초유의 사태는 왜 벌어졌을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인지력과 고령 문제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바이든의 건강을 염려해서 사퇴를 요구한 게 아니죠. 건강 문제 때문에 지지율이 안 나오니까, 즉 당선 가능성이 낮으니까 후보 교체를 압박한 겁니다. 그런데 바이든은 건강 문제가 아니라도 당선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바로 불법 이민 문제 때문입니다.

2024년 2월 갤럽에서 ‘미국인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묻는 여론 조사를 했습니다. 1위는 28퍼센트를 얻은 이민 문제였습니다. 중남미 불법 이민자가 백인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미국 국민 감정이 격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민 문제를 누가 더 잘 대응하냐’는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두 배 이상 앞섭니다. 최근 트럼프의 공세에 바이든이 이민 정책에 우클릭을 했지만,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미국 남부와 멕시코 북부의 국경선은 3145킬로미터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텍사스주가 멕시코에 접해 있습니다. 국경선이 하도 길어서 모든 지역에 장벽과 펜스를 설치할 수 없습니다. 국경수비대를 전 지역에 배치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멕시코 사이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은 길이가 3000킬로미터가 넘는데, 강폭이 좁습니다. 좁은 곳은 20미터밖에 되지 않죠. 운이 좋으면 헤엄쳐서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법 이민을 막고 싶어도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합니다. 미국 남부 국경에서 적발된 불법 입국자는 2021년 170만 명, 2022년 276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2012~2020년 연평균보다 3배 이상 많습니다. 지난해 12월에만 25만 명이 적발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따뜻한’ 이민 정책이라는 이상과 밀입국 급증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실패했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 근처의 이주민 텐트촌. 출처: CNBC

망명 신청의 인센티브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려면 취업 비자나 이민 비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죠. 결국 중남미 이민자 대다수가 지옥 같은 여정을 거쳐 멕시코 북부로 옵니다. 옵션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밀입국입니다. 미국 국경수비대의 감시를 피해 몰래 국경을 넘습니다. 2023년에 60만 명이 밀입국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적발된 사람은 320만 명이었죠. 약 16퍼센트가 밀입국에 성공하는 겁니다. 대신 밀입국하다가 적발되면 망명 자격 없이 즉시 추방됩니다.

시간이 걸려도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망명 신청입니다. 미국 국경수비대를 찾아가 망명을 신청하는 겁니다. 그럼 이민자 수용소에 들어가 차례대로 망명 절차를 밟게 됩니다. 망명 신청자가 하도 많아서 접수까지만 몇 달이 걸립니다. 원래는 수용소에서 망명 심사를 받게 되지만, 수용소가 정원을 초과한 지 오래라 신청이 접수되면 법정 출석 날짜를 정해 주고 일단 미국에 들어와 대기하게 합니다.

망명 심사는 이민 법원에서 합니다. 그런데 이민 법원의 판사가 650여 명밖에 안 됩니다. 미처리된 망명 심사 건수가 300만 건이 넘습니다. 650명이 매일 4건씩 처리해도 다 마치려면 4년이 걸립니다. 그 사이에 추가되는 망명 심사를 계산에 넣지 않아도 그렇습니다. 결국 수용소가 꽉 차 구금될 가능성이 낮고, 망명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최소 몇 년을 미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됩니다. 중남미 이민자로서는 국경을 넘을 인센티브가 충분합니다.
2024년 7월 18일 열린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CBS

트럼프가 온다


중남미 이민자들에게 비교적 좋았던 시절이 끝나갑니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7월 18일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습니다. 수락 연설에서 그는 집권 첫날 남부 국경을 닫겠다고 했습니다. “남부 국경에서 일어난 거대한 침략이 미국 전역의 지역 사회에 불행, 범죄, 빈곤, 질병, 파괴를 퍼트렸다”고 했죠. 트럼프에게 중남미 불법 이민자는 살인자이고 강간범이고 강도이고 병균입니다.

트럼프 정책의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그러나 이민 이슈에 있어서만큼은 예측 가능합니다. 무관용 반이민입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집권 1기, 이번 대선 유세 기간 내내 반이민과 혐오 발언을 ‘일관되게’ 해왔습니다. 집권 시절 트럼프는 멕시코 접경 지역에 아예 장벽을 세웠습니다. 1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5.5~10미터 높이, 724킬로미터 길이의 장벽을 쳤습니다.

‘줄 세우기(metering)’ 정책도 트럼프의 작품입니다. 미국법상 국경에 도착한 모든 사람은 망명을 신청할 기회를 가집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는 망명 신청자를 줄을 세워서 하루에 일정 인원만 망명 신청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순서가 찾아올 때까지 이민자 보호소에서 대기하거나 보호소가 꽉 차면 멕시코 국경 도시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길게는 6개월이 걸렸습니다. 게다가 국경 도시들에 갱단이 많아서 각종 범죄에 노출됐습니다.

그래도 불법 이민자가 줄지 않자 이듬해 트럼프는 애꿎은 멕시코를 때립니다. 멕시코가 미국 이민 유입을 막지 않으면 멕시코산 제품에 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합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달 관세를 올려 25퍼센트까지 올리겠다고 하죠. 멕시코 외무장관이 워싱턴으로 날아와 3일간 협상을 벌입니다. 관세 발동 직전에야 협상이 타결됩니다.

합의 내용은 파격이었습니다. 망명 목적으로 미국 남부 국경을 넘은 사람을 즉시 멕시코로 추방하고, 멕시코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했습니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구실로 아예 입국 시도 자체를 막습니다. ‘타이틀 42‘’ 정책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망명 심사도 받지 않고 이주민을 멕시코로 돌려보냈습니다. 망명 신청과 수속을 멕시코에서 대기하며 진행하게 했습니다.

2021년 집권한 바이든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상당 부분 돌려놓습니다. 그러나 2023년 5월 타이틀 42 정책이 종료되면서 3년간 억눌려 있던 이민 수요가 폭발해 불법 이민자 수가 최고치를 찍습니다. 결국 불법 이민 문제가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르죠. 그러자 바이든은 올해 6월 4일 행정 명령을 발동합니다. 남부 국경에서 밀입국하다가 체포된 사람이 하루 2500명을 넘어서면 명명 신청을 차단하고 입국을 거부하는 내용입니다. 사실상 국경 폐쇄입니다. 그러나 떠난 민심을 돌리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2019년 3월 베네수엘라에서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가 도심에서 맞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Sky News

이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트럼프의 일관된 반이민 정책과 최근 바이든의 국경 봉쇄는 불법 이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불법 이민은 막는다고 줄지 않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국경이 3000킬로미터가 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근원을 파악해야 합니다. 중남미 사람들은 왜 이주하고 있을까요.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 이민자의 3분의 1이 멕시코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멕시코 경제가 살아나면서 굳이 미국으로 갈 필요가 점차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멕시코도 일할 사람이 부족합니다. 대신 다른 나라들의 이민이 늘었습니다. 베네수엘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쿠바, 니카라과, 아이티, 필리핀, 중국 등지에서 이민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과거 멕시코가 이민의 출발지였다면, 지금 멕시코는 이민의 경유지입니다.

사람들은 기꺼이 고향을 떠나지 않습니다. 필요에 의해 떠납니다. 국경 앞에서만 해결책을 찾을 게 아니라 문제의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2015년 이후 베네수엘라에서는 거의 800만 명이 피난을 떠났습니다. 마두로 정권의 폭정과 경제 위기가 주요 원인인데, 경제 위기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과 금융 거래를 제재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를 벗어나려고 국영 암호 화폐까지 만들었다가 폭망하죠.

사실 트럼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중남미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성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의 책임이 큽니다. 미국은 먼로주의를 내세우며 남미를 미국의 뒤뜰로 여겼습니다. 미국은 군사 정부든 독재 정권이든 용병단이든 미국에 우호적이라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반미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반군에 돈과 무기를 지원하고 군사 훈련을 시켜 주고 작전 지휘까지 해줬습니다. 그렇게 과테말라(1960~1996), 엘살바도르(1979~1992), 니카라과(1979~1990)에서 내전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 미국 CIA가 깊숙이 개입했습니다. 그렇게 황폐화된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갱단을 피해, 폭정을 피해,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미국 국경 위기의 해결책은 단기적으로는 이민 법원의 적체 현상과 망가진 망명 시스템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남미에서 과도한 이민 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건을 돕는 것입니다. 장벽을 쌓거나 국경을 닫거나 수용소를 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정부의 유일한 대책은 아웃 소싱입니다.

미국의 이민 정책은 사실상 멕시코가 수행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타이틀 42 정책이 시행된 3년간 멕시코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이주민을 다시 멕시코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멕시코 북부 도시의 수용소는 이주민들로 넘쳐났습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거리로 내몰렸고 갱단으로부터 납치, 강간, 강탈을 당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해 바이든 행정부까지 이어진 타이틀 42는 멕시코가 감당할 수 있는 자원을 초과하는 이주민을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2021년 6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과테말라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이민 문제 해결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자 회견에서 해리스는 북쪽으로 이민을 “오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말해 논란을 빚었다. 출처: Guardian

카멀라 해리스의 근본 원인 전략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퇴하면서 대체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게 됩니다. 해리스는 중남미 자메이카 출신의 아버지, 인도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바이든은 임기 초기였던 2021년에 남부 국경의 이민자 수가 급증하자 해리스에게 이민 위기 대응을 맡깁니다.

해리스는 이민자 가정의 자녀답게 이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해리스는 이른바 ‘근본 원인(root causes)’ 전략을 세웁니다. 국경 문제는 증상일 뿐이고 중미 3개국인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의 정치, 경제, 안보 상황을 개선해야 더 적은 수의 사람이 위험한 여정을 감수할 것이고, 따라서 불법 이민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해리스는 이 지역에 인터넷 접근권을 확대하고, 기술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합니다. 지역 노동자와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설합니다. 세계적인 커피 기업 네스프레소를 설득해 과테말라에 있는 농장 1200여 곳에서 원두를 재배하게 합니다. 또한 중미 국가에 지역 사무소를 설치해 미국 남부 국경까지 오지 않고도 현지에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모두 훌륭한 정책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간 예산이 4년간 40억 달러, 즉 연간 10억 달러였습니다. 서울시 관악구 1년 예산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투입하는 수천억 달러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금액이죠. 결국 해리스의 ‘근본 원인’ 전략 3년 만에 국경 위기는 더 심화합니다. 거의 매달 사상 최고치의 이주민이 남부 국경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트럼프가 이민 정책 실패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겁니다.

불법 이민 문제의 또 다른 당사자인 멕시코도 근본 원인 전략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사이즈가 다릅니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이 중남미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쿠바 봉쇄를 중단하고, 베네수엘라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대선에서 승리해도 저만한 예산을 중남미에 투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은 지금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다 중국까지 견제해야 하니까요. 아무리 미국이라도 벅찹니다.
멕시코계 미국인 가수 티시 이노호사가 1989년에 발표한 노래 ‘Donde voy’. 출처: Trygve Østbye

Donde voy


트럼프가 당선되면 다시 관세를 무기로 멕시코를 압박할 겁니다. 집권 2기는 한층 더 매울 겁니다. 멕시코는 전체 수출액의 80퍼센트가 미국에서 나옵니다. 2023년 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한 상품의 금액은 멕시코에 수출한 상품보다 1500억 달러 더 많았습니다. 트럼프가 가장 혐오하는 무역 불균형이 집권 1기 때보다 심해졌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이 직접 체결한 북미 무관세 협정인 USMCA를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모든 국가의 모든 상품에 10퍼센트 수입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멕시코라고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트럼프의 눈에 멕시코는 불법 이민과 마약 밀매의 온상인 못된 나라니까요.

멕시코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당장은 미국 무역 의존도가 커서 미국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다른 길을 찾아야겠죠. 바로 중국입니다. 미국의 오랜 우방이었던 멕시코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될지 모릅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중국 부품을 멕시코 공장에서 조립해서 멕시코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는 거죠. 멕시코를 포함해 중남미와 중국의 접촉면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열리는 11월에는 남미 최초로 중국이 통제하는 항구가 페루에 들어섭니다.

중남미 이민자는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가 아무리 장벽을 세우고 국경을 폐쇄하고 멕시코를 압박해도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봉쇄 정책의 효과도 의문입니다. 오바마 정부는 최대 5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등 비교적 관대한 이민 정책을 폈는데도, 트럼프 1기 때보다 불법 이민자 수가 적었습니다. 중남미의 정치, 경제, 안보 혼란에 더해 최근에는 기후 위기까지 이민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해가 거듭할수록 중남미 사람들은 등 떠밀리듯 북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멕시코계 미국인 티시 이노호사가 부른 노래 ‘Donde voy’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뜻인데요,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떠나는 멕시코 남성이 고국에 두고 온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입니다. 가사 중 한 대목입니다. “당신의 사랑 없이 사는 건 사는 게 아니에요. 도망치며 사는 것도 마찬가지죠(Vivir sin tu amor no es vida. Vivir de profugo es igual).”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든 ‘Donde voy’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이연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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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 시리즈는 정치와 국제 관계, 힘의 문제를 다루는 피처 라이팅입니다. 정치 이슈는 정치 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레이트 게임’은 국내외 정치 이슈와 힘의 문제에 주목합니다.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 권력을 이용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 5시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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