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은 사라지고 미디어만 남았다
윌리엄스는 27세 때인 1999년에 첫 번째 인터넷 회사를 창업합니다. 당시만 해도 웹사이트를 만들려면 복잡한 코딩 기술을 알아야 했죠. 윌리엄스는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손쉽게 홈페이지를 만들고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듭니다. 블로거(Blogger)입니다. 블로거는 2003년 구글에 인수되죠. 이후 윌리엄스는 2006년에 잭 도시, 비즈 스톤과 함께 트위터를 만듭니다. 2012년에는 미디엄(Medium)을 만들었죠.
‘블로그의 왕’ 윌리엄스가 지난주에 새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모지(Mozi)입니다. ‘함께 돌아다니자’는 뜻입니다. 윌리엄스는 스타트업에 전념하느라 관계를 잃었고, 이제 스타트업으로 관계를 개선하려 합니다. 윌리엄스는 지난 20년간 소셜 네트워크가 소셜 미디어가 됐다고 지적합니다. 친지와 소식을 주고받기 위해 설계된 서비스가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하려다 인플루언서의 관심 경쟁 전쟁터로 전락했다는 것이죠.
모지의 서비스는 간단합니다. 모지 앱을 핸드폰에 깔면 서로 연락처 목록에 저장된 사람과 같은 장소에 있을 때 알려 줍니다. 소셜 ‘미디어’가 아니기 때문에 내 연락처가 없거나,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은 내 상태를 볼 수 없습니다. 역시 소셜 ‘미디어’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는 사진과 영상을 올릴 수 없고, 팔로우와 좋아요 기능도 없습니다. 이 앱의 목표는 “아끼는 사람들과 더 자주, 직접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
윌리엄스는 얼마 전 마이애미에 갔습니다. 마이애미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머문다고 출발하기 전에 모지 앱에 입력했죠. 이 소식은 윌리엄스의 핸드폰에 연락처가 저장된 사람 ― 그중에서 윌리엄스가 일정 공유를 원하지 않은 일부를 제외하고 ― 모두에게 공유됐습니다. 덕분에 마이애미에 사는 친구와 마침 마이애미를 방문 중이던 다른 친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오, 어쩐 일이야?’ 하고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죠.
시간의 가장자리
윌리엄스의 새 스타트업 소식을 접하고 여러 해 전에 읽은 글
〈The Tail End〉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삶의 유한함을 알지만 무한한 것처럼 삽니다. 그러다 시간의 가장자리에 이르러 지난날을 후회합니다. 후회의 대부분은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내 생활 패턴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뭘 얼마나 더 할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쓸 당시 34세였던 저자는 말합니다. “나는 바다 수영을 1년에 한 번 정도 한다. 90세까지 산다면 앞으로 60번쯤 더 할 수 있다.”
저자는 같은 방식으로 남은 인생에서 시청할 수 있는 슈퍼볼 게임, 맞이할 수 있는 겨울, 먹을 수 있는 피자의 개수를 헤아려 봅니다. 이런 일은 인생에서 고르게 분포돼 있습니다. 인생의 3분의 1을 경험했다면 3분의 2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은 바다 수영과 겨울과 피자와 달라서 삶의 특정 시기에 집중돼 있습니다. 남은 인생만 따져서는 제대로 계산할 수가 없죠. 관계가 그렇습니다. 원문을 축약해 옮깁니다.
“저는 열여덟 살까지 90퍼센트의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보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보스턴을 떠나게 되면서 부모님을 1년에 평균 5번, 매번 이틀 정도 뵈었습니다. 1년에 열흘입니다. 어린 시절 해마다 부모님과 함께 보낸 날들의 3퍼센트입니다. 제가 억세게 운이 좋아서 부모님이 30년을 더 산다고 해도, 앞으로 두 분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날은 300일입니다. 열여덟 살까지 한 해 동안 부모님과 함께 보낸 날보다 적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저는 이미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의 93퍼센트를 소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마지막 5퍼센트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윌리엄스가 50세 생일을 맞았을 때 그의 아들은 그 순간을 ‘하프 타임(half time)’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윌리엄스는 경기의 승패가 결정되는 후반을 관계 회복에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공개 소셜 네트워크를 내놨죠. 성인이 된 우리는 모두 시간의 가장자리에 살고 있습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매 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은 앱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윌리엄스의 새로운 도전을 bkjn review 첫 에피소드의 주제로 준비하면서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전화했습니다. 마침 연말이기도 하니까요. 1월 둘째 주에 만나기로 했네요. 소셜 네트워크 업계의 거인이 만든 이 귀여운 앱은 아마도 블로거, 트위터, 미디엄 같은 거대한 서비스가 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나 모지는 서비스의 설립 취지와 배경만으로 “아끼는 사람들과 더 자주, 직접 만나게 하는 것”이라는 미션을 벌써 달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