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이 전편보다 재미없는 다섯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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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2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여기서 근본적인 물음이 생깁니다. 왜 속편은 대체로 전편보다 좋은 평을 받지 못할까요?

속편이 전편보다 재미없는 다섯 가지 이유

2024년 12월 30일

“시즌1을 본 사람이라면 이미 봤던 것들을 또 보게 될 것.” 《뉴욕타임스》
“할리우드의 많은 나쁜 습관 중 하나는 수익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이야기를 반으로 쪼개는 것이다.” 《가디언》
“엣지가 사라졌다.” 《할리우드리포터》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외신은 혹평을 내놨습니다. 시청자 반응도 ‘기대 이하’라는 평이 많습니다.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오겜2의 평론가 신선도 지수는 84퍼센트, 시청자 팝콘 지수는 64퍼센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겜1은 각각 89퍼센트, 74퍼센트입니다. 오겜2의 제작비는 1000억 원이 넘습니다. 전편보다 4배를 더 썼는데, 평단과 관객의 평가는 전편만 못합니다. 여기서 근본적인 물음이 생깁니다. 왜 속편은 ― 〈대부2〉, 〈터미네이터2〉, 〈스파이더맨2〉 같은 예외는 있지만 ― 대체로 전편을 넘어서지 못할까요? 다섯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 컷. 출처: 넷플릭스

속편을 계획하지 않았다

전편보다 완성도가 뛰어나거나 인기가 높은 속편이 나오기 힘든 첫 번째 이유는, 애초에 속편을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황동혁 감독 역시 전편을 만들 때 속편을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9월 에미상 6관왕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황 감독은 “이렇게 (시즌2를 하게) 될지 모르고 (주연 배우를) 다 죽여서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오겜이 세계적 흥행을 거두면서 속편을 제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모든 책, 영화, 시리즈의 창작자는 작품 속에서 완전한 내러티브를 지향합니다. 하나의 완결성 있는 서사 구조 내에서, 캐릭터들은 아크를 완성하고, 플롯은 해결됩니다. 극이 끝날 때는 더 이상 말할 게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상업적, 비평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거두면 스튜디오는 그 영화를 프랜차이즈로 확장해 성공을 복제하려고 합니다. 즉 더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돈 때문에 영화를 만들게 됩니다. 전설적인 걸작으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망가진 〈죠스〉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시간이 부족하다

두 번째 이유는 시간 부족입니다. 속편이 나올 만큼 성공적인 원작의 시나리오는 대개 오랜 기간에 걸쳐 집필됩니다. 황동혁 감독은 오겜의 극장용 영화 시나리오를 2008년부터 구상해 2009년에 완성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투자자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작품이라며 투자를 꺼렸고 결국 10년 넘게 제작되지 못했죠. 그러는 사이 시나리오는 조금씩 보완됐습니다. 게임 참가자 수는 줄고, 상금은 늘었죠, 구슬치기 같은 새 게임도 추가됐고요. 이렇게 10여 년에 걸쳐 업데이트된 작품이 엄청나게 성공하면서 예정에 없던 속편을 제작하게 됐고, 전에 없던 ‘일정’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황동혁 감독은 오겜2와 오겜3의 시나리오를 12~18개월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겜1 준비 기간에 비하면 무척 짧은 기간이죠.

관객의 닫힌 마음

세 번째 이유는 관객의 닫힌 마음입니다. 영화를 볼 때 사람들은 열린 마음을 가집니다. 현실 세계에선 불가능한 이야기도 개연성만 있다면 비판 없이 받아들입니다. 스파이더맨이 발사하는 거미줄을 보고 “저게 말이 돼?”라고 하는 사람은 없죠. 속편은 다릅니다. 속편을 볼 때 사람들은 이미 캐릭터를 알고 있고, 전편의 시퀀스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팬들은 속편에서 각자 보고 싶은 것이 다릅니다. 팬들은 전편의 특정 요소가 속편에 재등장하기를 원하는데,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재사용되는 요소가 너무 많으면 참신함이 떨어지고, 새로운 요소가 너무 많으면 원작을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전편에서 감독과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성공하지만, 속편에선 ― 자의든 타의든 ― 팬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려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없다

네 번째 이유는 ― 오겜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 좋은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전편에서 감독과 작가는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습니다. 더 이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죠. 그래도 스튜디오는 속편 제작을 강행합니다. 전편을 성공시켰던 감독과 작가는 떠나고, 스튜디오는 대체할 사람을 고용합니다. 그런데 ― 제임스 카메론과 드니 빌뇌브 정도를 제외하고 ― 탁월한 감독들은 대부분 남이 만든 영화의 속편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주제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 굳이 남이 만든 세계관을 이어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속편은 상업적 성공에만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흥행 공식을 따른 영화가 양산됩니다. 성공할 요소를 만들기보다 실패할 요소를 줄여서 성공을 복제하려고 합니다. 감독으로선 창의성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잘 맡으려 하질 않습니다.

평균으로의 회귀

마지막 이유는, 통계적으로 두 번 연속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이유가 가장 결정적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평범하거나 평범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2024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는 604편입니다. 이 중에 손익 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10편에 불과합니다. 흥행작 비율은 1.6퍼센트입니다.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게 평균인 시장에서, 예외적으로 평균을 훌쩍 뛰어넘은 영화만 속편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속편에서 ‘평균으로의 회귀’가 일어납니다. 극단적이거나 이례적이었던 결과가 결국 평균으로 되돌아오는 거죠. 운동선수의 2년 차 징크스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 모델을 차지한 선수 또는 팀에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징크스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도 3부작이니까

오겜2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는 해도,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2025년 여름 또는 가을에 오겜3가 나옵니다. 오겜 시리즈의 마지막 시즌입니다. 3부작 구조에서 보통 2부는 마지막 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 대체로 덜 만족스러운 경향이 있습니다. 1부에선 캐릭터와 세계관을 설정하고, 2부에선 갈등이 전개되는 가운데 여러 복선이 깔리고, 3부에선 갈등이 절정에 달하고 마침내 플롯이 해결됩니다. 2부에서 관객은 느리고 답답한 전개에 적응하지 못해 혹평을 내리기 쉽지만, 3부에서 전체 서사가 잘 완성되면 2부가 재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겜1에 이미 설정, 대립, 해결이 모두 담겨 있어 오겜2에는 혹평과 호평이 엇갈렸지만, 그래도 오겜3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황동혁 감독도 “시즌3가 2보다 좋다”고도 하고요.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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