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웠던 2024년
2024년은 기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습니다.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5도
상승했습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한계인 1.5도를 처음으로 넘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1월 10일 세계기상기구(WMO)가 펴낸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는데요, WMO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 등 세계 6개 기상 관측 기구로부터 받은 관측 자료를 종합해 지난해 지구 기온 상승치를 확정했습니다.
지구 기온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시점인 ‘산업화 이전’은 1850~1900년입니다.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전이라 상대적 기준점이 됩니다. 사실 산업혁명은 1760년경부터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당시엔 기상 관측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제 사회는 인류가 기상 관측을 시작한 무렵인 1850~1900년의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푯값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 평균 기온을 다룬 뉴스를 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기온의 절댓값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상 관측 기구의 보고서에도 절댓값은 나오지 않습니다. 구글링을 해도 잘 안 나옵니다.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올랐다”는 식으로만 기재되죠. 지구 평균 기온이 작년보다 1.55도 올랐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지금 기온이 몇 도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을 측정하는 방식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전 세계 국가들이 관측한 기상 데이터를 가공해서 산출되는데, 국가별로 측정 방식이 다르고 관측 지점도 세계에 골고루 분포돼 있지 않습니다. 사막과 고산지에는 관측소가 매우 적습니다. 지구 표면의 70퍼센트를 덮고 있는 바다에도 관측 지점이 부족하죠. 또 남반구보다 북반구에 몰려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학자들은 데이터가 모자란 부분에 인공위성 등을 활용한 추정치를 채워 넣습니다. 추정치를 넣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고, 기관별로 추정 모델도 다르죠. 그래서 지구 평균 기온은 절댓값으로 얘기하지 않고 “산업화 이전의 추정치보다 몇 도가 올랐다”는 식으로만 얘기합니다. 절댓값은 알 수 없으니, 편차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참값에 더 근접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부분도 틀리지 않아야 하는 과학자로서는 올바른 태도겠지만, 일반 시민으로선 지구 평균 기온을 모른 채로 작년보다 몇 도가 더 올랐다는 얘기만 들으면 좀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략적인 수치를 말씀드리자면, 1850~1900년의 지구 평균 기온은 14도쯤입니다.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이 이 기간보다 1.55도 높았으니까, 15.55도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