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가 2024년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연간 흑자는 창사 이래 처음입니다.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스포티파이의 유료 가입자는 2억 6300만 명입니다. 2024년 4분기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6억 7500만 명이고요.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스포티파이는 지금까지 돈을 벌지 못한 겁니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을 낼 수 있게 되기까지 스포티파이는 정말 많은 실험을 했습니다.
흑자 전환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은 감원과 가격 인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노래방 기능이나 퀴즈, 팟캐스트 투자는 물론이고 AI를 도입한 추천 서비스까지 스포티파이가 개척하고 앞서나간 분야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혁신보다 사람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는 정책이 힘을 발휘했다니 좀 허무하긴 하네요. 그런데, 정말 그게 전부일까요?
스포티파이 음모론
스포티파이는 입이 무거운 회사입니다. 수많은 음원 플랫폼 중에서도 단연코 돋보이는 추천 기능과 셀 수 없을 정도로 세분된 ‘마이크로 장르’ 플레이리스트에 숨겨진 비밀에 관해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스포티파이는 분명, 콘텐츠계의 퀀텀 투자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이 즐겨 듣던 플레이리스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아티스트의 음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이 있습니다. 뉴욕의 작가 리즈 펠리(Liz Pelly)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조금 전 들었던 곡인데 반복해서 재생되는 것 같아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면, 전혀 다른 아티스트의 다른 곡이었다는 겁니다. 들어보면 같은 곡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고요.
펠리는 스포티파이의 내부 문서, 근무했던 전 직원과의 인터뷰, 슬랙 메시지 등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스포티파이가 아티스트들에게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스웨덴 출신의 20명 정도의 아티스트가 500개 이상의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저비용 음악을 찍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그걸 스포티파이가 의도적으로 플레이리스트에 포함하고 있고요.
Payola 스캔들
혹시 1950년대 미국 로큰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 계실까요? 엘비스 프레슬리, 척 베리, 리틀 리처드 등의 이름을 떠올리셨다면, 맞습니다. 풍요로운 음악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아티스트와 음악을 알릴 방법이 제한적인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레코드를 구입해서 들어보거나 공연장에 가지 않으면 대체 어떤 음악인지 알 도리가 없었죠. 그러니까, 사람들은 계산을 끝낸 다음에서야 자신이 무엇을 구입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음반을 구입하지 않고도 음악을 들어볼 방법이 있었습니다. 바로 라디오입니다. 라디오 전파를 타야 음악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비리가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올라(Payola)’라는 이름의 뇌물이 만연하기 시작한 겁니다. 축음기 모델 ‘빅트롤라(Victrola)’에 돈을 지불(Pay)한다는 합성어였죠. 페이올라를 받아야 방송국 디제이들이 음악을 틀어주는 관행이었습니다.
형태는 다양했습니다. 현금은 기본이고 앨범을 대량으로 건네받아 레코드 상점에 되파는 방법도 있었죠. 또, 음반사의 주식을 받거나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려 저작권료를 챙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라디오 DJ들은 음악계에서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돈으로 환전해 이득을 챙겼습니다. 부작용이 심각해졌고, 결국 미국 하원은 1959년부터 청문회를 열어 페이올라 관행을 조사하기에 이릅니다.